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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실크로드의 길목이었던 '하서 회랑' 지역의 소수 민족인 위구족의 소년인 바터(꾸오송타오 분)와 아티커(바이원신 분). 멀리 초원에서 양을 치며 유목 생활을 하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학교에 다니던 형제는 돌봐주시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다. 바터와 아티커는 낙타 2마리와 함께 물길을 따라 푸른 초원에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가는 여행에 오른다.

<리버 로드>는 회랑 지역에 1만4000여 명이 남아있는 유목민인 위구족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시작한다. 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우물을 파는 남자와 도와주는 할아버지를 보여준다. 우물을 파던 남자는 하소연한다.

"예전엔 4~5m만 파도 물이 나왔는데, 이젠 수십 미터를 파도 물이 안 나온다. 모두 농사짓는다고 사방에 우물을 파대고 있다. 우물이 너무 많으니 물이 남아날 리 없다."

영화가 도입부에서 보여준 두 장면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솟은 중국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소수 민족과 메마른 땅을 뜻한다. 이것은 산업화가 부른 삶의 변화다.

중국의 바링허우(1980년대 생) 세대 감독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리 루이준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리버 로드>는 황사의 근원지인 중국 북서 내륙지역의 사막화 이슈를 소재로 환경 문제와 우리 삶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하지> <늙은 당나귀> <학과 함께 날다> <프레젠트> 등 4편의 장편 영화를 만든 리 루이준에 대해 중국 영화계는 "아시아 사실주의 영화의 거장 감독들의 기풍이 느껴진다"라고 평가한다. <리버 로드>는 리 루이준이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가다듬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바터와 아티커 형제는 갑작스레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소수 민족이 사라진다는 의미이며 점차 소멸하는 전통과 문화, 갈라진 땅으로 변해가는 환경 변화를 함축하는 설정이다. 머물 곳을 상실한 형제는 부모님의 집을 찾아 6박 7일, 500km에 달하는 험난한 여행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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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여행에 나선 형제는 중국의 자화상을 목격한다. 할아버지는 형제에게 자신이 젊었을 적엔 사방에 풀과 물이 가득했다고 말한다(영화의 중국어 제목 <家在水草丰茂的地方>는 집에 물과 풀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물길을 따라가는 형제는 그런 과거를 만날 수 없다. 아버지와 같은 초원은 황폐화해졌고 어머니와 같은 강물이 메말라버린 현실이 존재할 뿐이다.

물이 사라져버렸기에 유구한 세월 속에 한 장소에 머물며 살던 소수 민족은 이젠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아티커가 바터에게 말한, "예전에 아빠랑 이 마을을 지나갔는데 그땐 몇 집이 남아있었거든. 지금은 한 사람도 없네"란 대사 속엔 소년에 눈에 비친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 담겨있다.

초원 위의 터전이었던 마을은 사라지고, 수로의 물은 말라버렸다. 기나긴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던 동굴 사원도 이젠 찾는 이가 없다. 찬란했던 실크로드의 유적은 무기력하게 허물어져 간다. 바터와 아티커는 여행에서 중국이 겪는 변화를 본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부른 가족 간의 유대감 결여와 해체 위기는 끊임없이 반목하는 바터와 아티커의 모습에 투영되어 있다.

여정에서 만난 스님은 형제에게 "우리가 부모님을 위해 공복을 쌓고 경을 읊고 향을 피운다면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 부모님과 이 땅이 건강해지길 기원하자"라는 말씀을 들려준다. 스님이 말한 부모님과 자연은 같은 의미가 있다. 부모님은 곧 자연이다.

줄곧 다투던 형제는 싸움을 멈추고 힘을 모아 부모님의 집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형제는 아버지의 현재 모습, 즉 가속되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변화된 아버지 앞에 선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는 형제의 뒷모습을 비추면서 영화는 "이제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아버지의 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인가. 영화 속 여행이 끝나는 순간, 현실의 길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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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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