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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일곱 번째 지방선거가 열린다. 독재정권에게 30여 년간 박탈당했던 지방자치제가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통해 부활한 이후 일곱 번째 지방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지방자치제에 대한 불신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있지만 무관심한 주권자의 책임 또한 없지는 않다. 이에 지방의회 개혁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회의 실상을 보여주면서 전문가의 의견 등을 싣는다. [기자의 말]

서울시 동대문구의회에서 열린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 2016년 12월 월례회의.
 서울시 동대문구의회에서 열린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 2016년 12월 월례회의.
ⓒ 동대문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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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의회 의장단, '외유성 해외봉사' 논란

서울 지역 25개 구의회 의장들은 1998년 지방자치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아래 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목적 달성에는 소홀히 한 채 의원들의 친목을 위한 외유성 연수와 체육대회 등에 혈세를 낭비하면서 협의회가 존재 가치를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협의회(회장 정형진 성북구의회 의장) 소속 구의회 의장들이 27일 오전 8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라오스에 갔다가 31일 오전에 돌아올 예정이다. 3박5일간 일정의 '구의회 의장협의회 라오스 해외봉사 활동'에는 의장 18명과 수행 공무원 6명 등 모두 2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해외봉사는 '외유성 해외봉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소요 예산 3851만 원 가운데 봉사활동 예산이 전체 예산의 14%인 53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이 예산으로 라오스 비엔티안 나라오초등학교 지붕을 수리해주고 학용품을 전달할 계획이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일부 의장들이 봉사 예산이 적어 외유 논란을 살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외봉사 계획은 달라지지 않았다.

금천구의회 정병재 의장은 지난 2월 15일 마포구의회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학용품을 전달하기 위해 거기까지 이런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간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강서구의회 이영철 의장은 "예산 중에서 봉사(예산은) 500만 원밖에 아니야. 이거 누가 보면 태클 걸 일"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번 해외봉사 활동에는 이의를 제기한 두 의장을 포함해 모두 18명의 구의회 의장들이 참석한다. 참석 명단에 따른 해외봉사 참가 의장은 다음과 같다.

동대문구의회 주정, 중랑구의회 강대호, 성북구의회 정형진, 강북구의회 박문수, 도봉구의회 이근옥, 노원구의회 정도열, 마포구의회 한일용, 관악구의회 길용환, 양천구의회 전희수, 강서구의회 이영철, 구로구의회 박용순, 금천구의회 정병재, 영등포구의회 이용주, 동작구의회 최민규, 서초구의회 김수한, 강남구의회 양승미, 송파구의회 안성화, 강동구의회 조동탁 의장

관광개발을 위한 벤치마킹? 외유성 지적에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인 라오스 방비엥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인 라오스 방비엥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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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는 28일 라오스 나라오초등학교와 비엔티안시청과 라오스 코이카를 방문하고 29일과 30일 이틀간은 방비엥에서 '녹지 및 생태환경 벤치마킹'과 '관광활성 개발을 위한 벤치마킹'을 할 계획이다. 

협의회 일정표를 본 여행업계 관계자는 '벤치마킹'이란 단어에 코웃음 쳤다. 의장단이 방문하는 지역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과 비엔티안에서 150㎞가량 떨어진 관광지 방비엥이다. 방비엥은 동굴 탐험과 쏭강 카약 그리고 열기구 체험과 다이빙 명소 등이 있어 한국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일정과 방문지를 보면 외유에 맞춘 해외여행 계획이란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25일 "서울 구의회 의장들이 라오스에서 생태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벤치마킹을 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배워올지 의아스럽다"면서 "일정표를 보니 해외봉사보다는 관광하기 위한 일정표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24일 외유성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본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고 자세한 대답을 회피했다.

일정표에 따르면 매일 저녁 '활발한 의정활동을 위한 자유토론'을 한다고 되어 있다. 과연, 토론이 진행될까 싶어서 "토론 주제가 정해져 있느냐"고 질문하자 협의회 관계자는 "정해진 주제는 없다"고 밝혔다.

부산 1박 후 대마도에 다녀오는 게 '국내연수'라니

캄보디아 해외봉사를 앞둔 2015년 1월 양천구의회에서 열린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 월례회의.
 캄보디아 해외봉사를 앞둔 2015년 1월 양천구의회에서 열린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 월례회의.
ⓒ 양천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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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는 지난 2015년 2월에도 캄보디아로 3박5일간의 일정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당시 의장단은 112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우물을 파주고 학용품과 의류를 전달했다. 우물 파주기 등은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NGO 단체가 진행하고 협의회는 현지를 방문해 전달식 등을 진행했다. 당시 해외봉사에 참석한 구의회 여성 의장은 NGO 대표의 술집 안내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영등포구의회 박정자 의장은 2015년 10월 월례회의에서 "(캄보디아 해외봉사를 안내한) NGO 대표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봉사를 갔는데도 불구하고 (NGO 대표가) 술집으로만 유도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24일 기자에게 "이번에 선정한 여행사는 그 여행사(캄보디아 해외봉사 안내한 NGO)가 아니다"라면서 "공개입찰은 하지 않았고 견적을 받아서 여행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협의회 의장들의 관심은 주민의 안녕과 시국보다 해외여행에 쏠린 것처럼 보였다. 탄핵 국면이던 지난 2월 15일 라오스 해외봉사를 계획했던 협의회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사태로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경질될 정도로 심각했던 2015년 8월에는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대마도에 국내 연수를 다녀왔다. 그런데 실상은 국내 연수가 아니었다. 부산을 거쳐 일본 대마도로 갔다 오고서도 마치 국내 연수를 다녀온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

당시 협의회는 부산의 호텔에서 1박을 한 뒤, 배편을 이용해 일본 대마도에서 1박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런데 부산에서 하루 묵은 것을 빌미로 국내 연수로 둔갑시킨 것이다. 협의회는 매년 한 번은 해외, 한 번은 국내를 다녀올 수 있도록 '국외 봉사활동 및 국내 우수시설 견학' 예산을 짠다.

협의회는 2015년 국외 봉사활동으로 캄보디아를 다녀오고, 국내 우수시설 견학에는 일본 대마도를 포함시켰다. 1200만 원을 들여 대마도까지 갔다 온 예산에는 선물구입비도 포함됐다. 당시 협의회 회장인 성임제 강동구의회 의장은 "당초 계획했던 예산보다 600만 원을 절약했다"고 밝혔다.

"구민의 세금으로 해외봉사 가는 것은 잘못"

2014년 '제6대 은평구의회 해외연수 주민감사청구 모임'이 은평구의회 앞에서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4년 '제6대 은평구의회 해외연수 주민감사청구 모임'이 은평구의회 앞에서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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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라오스 출발을 앞둔 협의회 관계자에게 지난 24일 "2017년 국내 우수시설 견학은 어디로 갈 계획이냐"고 묻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 2016년 국내 우수시설 견학을 1박2일간의 일정으로 강원도 속초로 다녀왔다.

지난 3년간 모니터링을 통해 협의회를 감시해 온 조상희(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씨는 25일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비상시국에 봉사활동이란 이름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한 구의회 의장들에게 지방자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봉사활동을 하려면 자신의 구에서 먼저 하고 해외봉사를 하려면 의정 활동비로 가야지 편법적으로 확보한 구민 세금으로 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조호진 기자는 <은평시민신문> 편집장입니다.



태그:#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 #지방의회, #해외봉사, #구의회 의장단, #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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