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남자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 선수들이 24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승 세리머니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팀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남자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 선수들이 24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승 세리머니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인삼공사는 2011-12시즌 챔프전 우승(정규시즌 2위)을 차지한 경험은 있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이번이 창단 이후 최초다. 인삼공사가 플레이오프에서도 정상에 오를 경우 사상 첫 통합 우승을 이룰수 있게 된다.

인삼공사는 전신인 SBS-KT&G를 거치며 원년부터 20년 세월간 안양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지만 프로농구 화제의 중심으로 부각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특급 외국인 선수 단테 존스를 앞세워 정규리그 15연승을 작성했던 2005년, 역대 유일한 6강탈락팀 출신 MVP 주희정을 배출한 속공농구 시절의 2007-09년 정도가 잠시 주목받았지만 이때도 팀성적은 우승권과 거리가 있었고 플레이오프 진출과 탈락을 오락가락하는 중위권 팀 정도에 그쳤다. 창단 이후 15년만인 2011-12시즌에야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이 구단 역사상 최초일 정도로 변방 구단의 이미지가 강했다.

인삼공사가 프로농구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 후반 파격적인 리빌딩을 선언하면서부터였다. 인삼공사는 당시 프로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주희정을 유망주 김태술과 맞바꿔 SK로  트레이드 시키고 김태술과 양희종 등 젊은 선수들을 한꺼번에 군입대시키며 2~3년뒤를 기약하는 리빌딩에 돌입했다.

이후 신인드래프트에서 오세근, 이정현, 박찬희 등 향후 프로농구를 이끌게될 대어들을 확보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이때 영입한 주축 선수들 다수가 지금까지도 남아 인삼공사의 전성시대를 연 주역들이 됐다.

사실 인삼공사의 이러한 리빌딩 방식은 지금도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엄밀히 말해 프로구단이 노골적으로 성적을 몇년간 포기하면서 신인드래프트를 노리는 것은 프로답다고 말할수 없다. 실제로 인삼공사의 리빌딩은 훗날 프로농구 전체적으로도 대단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

KCC, LG 등 다른 구단들이 인삼공사를 흉내내어 샐러리캡을 비우고 대어급 선수들이 등장하는 신인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노려서 시즌을 불성실하게 운영하며 한동안 농구계에 고의 패배와 탱킹 의혹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프로농구를 강타한 불법도박-승부조작 파문과 맞물려 프로농구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으로 당시 인삼공사 입장에서는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프로농구는 부족한 선수층과 트레이드 기피 현상으로 인하여 외부 영입과 선수이동이 활발하지못한 리그다. 사실상 신인드래프트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전력보강 창구가 한정되어있는게 현실이다. 여기에 인삼공사는 모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인색하고 우승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도는 것도 사실이다.

수년간 6강 언저리만 들락거리며 변두리에 머물던 인삼공사로서는 당장의 성적을  포기하더라도 획기적인 리빌딩이 필요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인삼공사는 2011년 마침내 오세근-김태술-양희종-이정현-박찬희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완성하며 인내의 보상을 얻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렇다할 인지도 높은 전국구 스타가 없어 아재농구 이미지가 강했던 인삼공사는 풋풋한 이미지의 젊은 훈남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며 당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를 패러디한 '인삼신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인삼신기 1기는 2011-12시즌 정규시즌 2위로 원년인 97년 정규리그 준우승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당시 정규리그 최다승 신기록을 세웠던 동부를 만나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4승 2패로 제압하며 꿈에 그리던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전성시대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오세근이 고질적인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된 것을 시작으로 김태술, 양희종 등 주축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에 시달렸다. 호화멤버라는 이름값과 달리 2011-12시즌 이후 인삼공사가 베스트멤버로 임한 경기는 몇 차례 되지 않았다. 인삼공사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이상범 감독이 2014년 성적부진으로 사실상 경질되면서 드라마틱했던 리빌딩의 후일담은 결국 아름답지 못하게 끝났다. 인삼공사는 이후로도 이동남 감독대행-전창진 감독의 조기 낙마 등을 거치며 한동안 혼란기를 겪어야 했다.

인삼공사는 2015-16시즌부터 김승기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당초 전창진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함께 영입됐던 김승기 감독은 전감독이 승부조작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게 되며 감독직 수행이 불가능해지자 대행을 맡았고 이듬해는 결국 정식감독으로 취임했다. 첫 시즌을 정규리그 4위-4강플레이오프 진출도 무난한 성적을 거둔 김 감독은 이듬해 팀을 정규시즌 정상으로 화려한 인삼신기 2막을 열었다.

인삼공사의 올시즌 정상 등극에는 역시 내외곽의 절묘한 조화가 원동력이 됐다. 부상을 털고 완벽하게 부활한 토종센터 오세근은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과 견고한 트윈타워를 이루며 골밑을 지켰다. 첫 우승 당시 식스맨이었던 가드 이정현은 어느덧 KBL 최고의 슈팅가드로 성장하며 외곽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오세근과 이정현은 나란히 토종선수 리바운드-득점 1위에 오르며 한 팀에서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정규시즌 MVP 후보로 거론될 만큼 용호상박의 활약을 펼쳤다.

단신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는 작은 신장과 수비 매치업의 문제로 인하여 시즌중 몇 차례 퇴출 위기를 맞이하는 고비도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팀에 잔류했고 정규시즌 막판 고비마다 눈부신 활약으로 우승을 확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밖에 양희종, 전성현, 한희원, 김철욱 등 백업 멤버들도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강병현과 김기윤의 부상공백도 인삼공사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물론 인삼공사가 정규시즌 우승에 이르기까지 순탄한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인삼공사는 올해 뛰어난 팀성적에도 불구하고 잦은 구설수를 남긴 것은 옥의 티였다. 사익스를 둘러싸고 몇차례나 퇴출과 번복을 반복하는 오락가락행보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모비스에서 활약하던 대체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영입추진과 실패를 둘러싼 '새치기' 해프닝도 사익스 문제에서부터 비롯됐다. 김승기 감독은 외국인 선수 문제외에도 주전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혹사와 식스맨들의 활용법을 두고 비판에 시달렸다.

인삼공사 선수들을 둘러싼 비매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인삼공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주축 선수들의 거칠고 비신사적인 플레이가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르며 안티팬들로부터 '깡패공사'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양희종은 비록 고의는 아니었지만 경기중 LG 김종규에게 무릎부상을 안겨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했다. 심지어 김철욱은 삼성전에서 몇차례나 상대 선수의 발을 고의로 거는 위험천만한 플레이로 도마 위에 오르며 KBL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정현은 습관적으로 플라핑(눈속임) 동작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았다. 결과적으로 인삼공사는 우승팀임에도 농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호불호가 엇갈리는 팀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인삼공사는 이제 플레이오프를 바라보고 있다. 단기전에서는 우승경험이 풍부한 울산 모비스, 정규리그 전적에서 열세를 보였던 서울 삼성 등의 벽을 넘어야한다. 정규시즌 막판 부상에서 복귀한 강병현과 단신 가드 사익스의 전술적 활용도는 플레이오프의 성과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인삼신기 2기가 사상 첫 통합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을 완성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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