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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틀면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된 대출상품광고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에 닥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빌려주겠다는 대출광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니면 신용카드만 있으면 언제든지 돈을 빼 쓸 수 있는 현금서비스도 고려대상이 된다. 광고 속 대출서비스나 현금서비스는 편리함만으로 보자면 당장 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지만 고금리 이자를 물어야 하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물론 가장 이자부담이 적은 대출은 부동산이나 예금 담보대출이다. 그러나 마땅한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 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빚을 져야 한다면 어떤 대출상품을 선택해야 할까?

온 국민의 비상금 마이너스 통장, 역복리를 조심하라

가장 보편적인 대출상품인 마이너스 통장은 쓴 만큼만 이자를 낸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선호한다. 과연 그런지 이자산정 방식을 꼼꼼히 따져보자. 예를 들어 천만원 한도인 연 5퍼센트 금리 마이너스 통장에서 500만 원을 썼다면 500만 원에 따른 한 달 이자는 약 2만 1000원이다. 빌린 돈과 이자를 한 달 만에 갚는다면 502만 1600원을 내면 끝난다. 하지만 갚지 못하고 계속 그대로 놔두면 어떻게 될까?

두 번째 달은 500만 원이 아니라 500만원과 그 이자까지 포함한 502만 1,000원에 대한 이자가 붙는다. 이것이 바로 이자에 이자가 붙는 역복리다. 이런 식으로 연5% 마이너스 통장에서 500만 원을 3년 동안 쓰면 갚아야 할 원금은 500만 원이 아니라 578만 원이 되어 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갚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500만 원을 마이너스 통장에서 꺼내 쓴 사람에게 빚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500만 원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이너스 통장은 이자를 마이너스통장의 빚으로 충당하게 되는 경우, 그 이자에 또 이자를 물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갚아야 할 원금이 늘어날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의 또 다른 문제는 장기적으로 쓰기 때문에 부담하는 이자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고 한 달 이자 몇 만 원만 부담하면 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작 필요한 비상금을 따로 저축해 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돈이 필요할 때 마다 마이너스 통장 신세를 지고, 그 결과 마이너스통장 금액은 야금야금 늘어만 간다. 이래서 일단 한 번 생긴 마이너스통장을 갚는 건 담배 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마이너스 통장 이자로 30년 동안 한 달에 5만 원씩 낸다고 가정해보자. 단지 이자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이 연 2% 금리로만 따져도 약 2500만 원에 달한다.

보험금담보대출은 보험해지의 예고장

보험금담보대출은 이자율이 낮다. 내가 이미 낸 보험료를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무위험 대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보험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싼 이자로 지금 당장 돈 문제는 해결했다고 과연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살펴보자. 빚을 내야 한다는 것은 비상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비상금을 모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즉 저축을 할 수 없을 정도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현재 상황이 일시적인 현금흐름상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과 지출의 균형이 깨지고 살림살이가 빠듯해 졌기 때문이라면, 지금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아마도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돈에 쪼들리게 되면 일순위로 감축 대상에 오르는 것이 바로 보험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고 있는 보험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에 빠질 것은 뻔한 일, 결국 보험담보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 닥쳤다는 것은 곧 이 보험을 해지할 것이다 와 동의어라 봐도 무방하다.

보험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보험을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금 담보대출을 받는 상황은 아닐지라도 혹시 마이너스통장 신세를 지면서 보험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외로 이런 가정도 많다. 만약 내 소득으로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보험이라면 대출을 받고 이자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해지하는 것이 가장 손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만약 해지가 너무 아깝다면 기존의 보장을 줄여 보험료부담을 줄이는 부분 해지도 가능하니 보험사에 가능여부를 문의해 볼 수 있다. 보험해지나 리모델링 관련해서는 <앞날 모르겠는데 보험은 정리해야 겠고? 이럴 땐>라는 칼럼을 참고해 보길 바란다.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는 신용대출

신용대출은 신용도에 따라서 대출이자율이 다르지만 마이너스통장보다는 보통 0.5~1% 정도 이자가 저렴하다. 무엇보다도 매월 의무적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처럼 이자에 이자를 물지 않는다.

부채를 상환할 때 당장에 필요한 금액만큼만 신용대출로 빌린 후 매달 반드시 원금을 갚아 나가는 것이 이자를 가장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왕 빌리는 거 나중을 대비해서 좀 더 여유 있게 빌리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발 정신차리자. 대출은 공돈이 아니라 빚이다. 쓸데 없이 이자를 물면서 은행 좋은 일만 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중을 대비하는 것은 빚이 아니라 내가 저축으로 만들어 낸 비상금으로 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고 진짜 내 돈을 만들기 위한 저축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이자내는 방식도 따져보자. 매달 같은 금액으로 상환하는 원리금균등상환과, 초기에는 많은 금액을 갚지만 나중에 갈수록 상환액이 줄어드는 원금균등상환방식이 있다. 원칙적으로 후자인 원금균등상환이 초기에 원금을 더 많이 갚기 때문에 보다 이자를 적게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출기관마다 상환방식에 따른 이자율이나 수수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방식에 대한 이자비용을 분석해 보고 가장 이자부담이 적은 상환방식을 결정하도록 한다.

얻을 때는 쉽고 빠르지만 갚는 것은 길고 힘든 것이 '빚'

어떤 대출상품을 선택하더라도 부채를 없애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지출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 빚을 갚는 동안은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뜻이다. 부채는 절대 공돈이 아니며 오히려 이자라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부채로 인해 늘어난 지출을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부채가 발생하고 재무상태는 더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둘째, 이자율보다는 원금상환여부가 더 중요하다. 반드시 원금을 이자와 함께 상환해야 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원금상환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보너스, 상여금, 예상 외 수입 등 가능한 재원을 모두 모아 원금을 추가로 상환해서 하루라도 더 빨리 빚을 갚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부채를 얻는 것은 빠르고 쉬울지 모르나 갚는 것은 이렇듯 길고 어렵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후회없는 돈 쓰기를 안내하는 신개념 돈관리 사이트 머니네비(www.moneynavi.co.kr)의 생활경제컬럼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채, #대출상품,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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