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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를 바라지 않고 13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제게 밥을 살 분을 구합니다. 대신 저는 거리에 나가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머리수를 보태겠습니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나는 13개월 '백수펀드'를 제안했다. 13달 동안 1만 원에서 3만 원 사이의 밥값을 지원하되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무대가성 펀드였다. 외국에서도 두어 분의 페이스북 벗이 내 제안을 꽤 흥미 있어 하며 13개월, 혹은 6개월 간 무대가성 후원을 했다.

내가 약속한 것은 밥값을 지원하는 분들을 대신해 13개월 동안 쌍용차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등 노동 문제, 반값 등록금 등 교육 문제, 4대강 삽질 반대 등 환경 문제 등의 현안을 가지고 거리에 서는 이들과 함께 하며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비정규직과 백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빈곤여성 가장인 나에게는 소박하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마을 사랑방에서 동네 방송을 통해 동네 소식을 알리는 방송도 하고 책 놀이터지기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아줌마로 살며 생활비로 버는 것이다. 동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생 이모작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을마다 특성을 살려 마을 사랑방에 모여 마을에 가장 필요한 일들을 서로 의논하고 실행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순환 고리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의 일터를 만들자는 것이다. 주민 센터를 주민이 돌려받아 주민 센터 안에 어린이집, 어르신 쉼터, 사랑방, 책 놀이터, 빵굼터, 목공소, 의사, 사회 복지사, 심리 상담사 등이 함께 하는 복합 공간을 만들고 청년 백수, 어르신, 동네 주민이 함께 하는 일터 겸 생활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동네 텃밭에서 어르신들이 고구마, 감자, 토마토, 채소 등을 심어 어르신 쉼터와 어린이집 간식으로 재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면 어르신 일자리가 생기게 될 것이다. 어르신들은 텃밭 농사의 교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 공동체와 지방 자치 분권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는 대통령과 지방 자치 장이 협치를 한다면 가능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꿈은 정권교체 실패로 무참히 무너져 버렸다.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과 비전 <박원순, 생각의 출마>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과 비전 <박원순, 생각의 출마>
ⓒ 더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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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출마를 기대했던 것은 혁신지구 사업 등 마을공동체 살리기를 하고 있는 박원순과 함께라면 접었던 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이번 대선에 출마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다. 행정가로 박원순은 참 많은 일을 해냈고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지적 담론과 정당정치의 기반인 조직이 약했다는 생각을 한다.

<박원순, 생각의 출마>(더봄)은 6개의 장으로 정권교체 후 필요한 개혁의 분야와 정책을 담은 책이다. 책에서 박원순이 그리는 개혁의 방향과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 교육과 경제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다.

경제가 무너지고 있어 고용률이 떨어지고 성장은 멈추어 있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4차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나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

박원순의 경제 정책이 흥미로운 것은 그 때문이다. 박원순이 내놓은 경제에 대한 접근법은 99%를 향해 있다. 박원순이 제안한 경제는 모두를 위한 경제, 위코노믹스(weconimics)다.

이제는 앞바퀴 –재벌대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과 복지 네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합니다. 4륜구동 자동차가 험한 길에 강하듯, 네 바퀴 경제를 통해서만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미증유의 총체적 위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코노믹스의 전략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개선하고 재분배를 강화함으로써 내수기반을 강화해 이를 성장엔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나 '포용적 성장론'과 궤를 같이 합니다. 하지만 위코노믹스의 차별성은 한국적 상황에서 불평등 문제의 핵심 원인인 재벌에 대한 강력한 개혁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9~40p.

박원순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되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능성이 모색되어 모든 대권주자들이 실천 공약으로 내놓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드 배치 등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박원순은 한반도 평화에 어떤 시각을 지니고 있을까. 박원순은 통일은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평화를 실천하고 서로 교류를 하다보면 통일은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통일은 기적이 아닙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통일이 도둑처럼 온다고 주장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통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농부의 마음으로 밭을 일궈가듯이 하루하루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잡초를 뽑고, 재해에 대비하면서 땀을 흘려야 하는 것입니다. 통일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오는 것입니다.
빌리 브란트가 말했습니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큰 담론보다도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한반도 평화는 all or nothing 의 게임이 아니라 '실용적 평화정치' , '축적된 평화실천'이 필요합니다.
우선 남북대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대화는 인도적 지원으로, 인도적 지원이 풀뿌리 교류로, 문화적.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이 쌓여 평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고, 우편과 통신이 이어지고 문화교류와 경제협력으로 이어져야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사실상의 통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정치적인 법적 통일이 뒤따라 올 것입니다. - 128~129p.

권력의 중앙집권을 막고 지방자치 분권을 강화해 지역의 삶터를 살려야 한다는 정책 제안은 박원순 시장이 실천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와 주민예산참여제 등과 맥락이 닿아 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교육 정책에 구체성이 부족해 가슴에 닿지 않는다. 4차 산업 혁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고령화 사회, 여성, 장애인 정책 등도 미흡해 보인다. 약자와 고령화 사회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빈곤과 보수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은 말한다, 국민이 든든한 백 그라운드라고. 모든 대권주자들이 국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삼아 겸손히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의 방향을 설정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박원순, 생각의 출마/ 박원순 지음/ 더봄/ 12,000원



박원순, 생각의 출마 -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과 비전

박원순 지음, 더봄(2017)


태그:#박원순, #생각의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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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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