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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티브로드 뉴스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기준 마련 시급"> 화면 캡쳐
 3월 16일 티브로드 뉴스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기준 마련 시급"> 화면 캡쳐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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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강북구의회는 제20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강북구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 및 공개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는 감사의 사각지대에서 지방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오랜 기간 받아왔습니다.

강북구 역시 비슷한 사정이었음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가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강북구의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은 졸속 조례 제정 움직임을 규탄하는 등 비판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과연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지역사회 비판여론 무마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 제기돼

정의당 강북구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7대 강북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업무추진비의 투명한 사용을 위한 주민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관련 기사 : 구의원 쌈짓돈으로 전락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

지역 언론에 관련 내용이 보도되고 지역사회에 비판여론이 확산되던 지난 3월 10일 강북구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 및 공개에 관한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입법 예고된 해당 조례안은 의장을 비롯해 구의원 14명 전원의 공동발의로 올라왔는데 조례안의 내용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먼저 조례안 제3조(집행기준)에서 업무추진비로 지출할 수 없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권익위원회가 기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심야시간대 사용, 휴일 사용, 자택 근처에서 개인적 사용 등이 모두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조례안 제4조(집행방법과 시기)에서 사실상 밥값을 의미하는 접대성 경비의 기준을 '1인 1회 3만 원' 한도로 정하고 있는데 이마저 불가피한 경우에는 초과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식대를 1인당 7000원으로 정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등 세금으로 지출되는 유사 사례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3월에 조례가 통과되는데 시행시기는 10월 1일로 정하고 있는 부칙 규정입니다. 별도의 예산 조치도 필요 없어서 즉각 시행할 수 있음에도 시행 시점을 7개월 후로 규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지역 언론을 통해 구의회 업무추진비 문제가 논란이 되자 10월에나 시행되는, 실효성 없는 조례를 제정해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업무추진비 조례 졸속추진 규탄 기자회견
 업무추진비 조례 졸속추진 규탄 기자회견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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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강북구의 10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강북녹색당, 두루두루배움터, 삼각산재미난마을, 서울일반노조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 열린사회북부시민회, 월드유스비전 강북지회, 정의당 강북구위원회, 함께가는 강북장애인부모회, 희망연대노조 SK브로브밴드비정규직지부 강북지회,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강북기술지회)은 급하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운영위원회 심의가 진행된 지난 16일 기자회견과 본회의가 열린 20일 항의 행동을 통해 강북구의회의 졸속 조례 제정 움직임을 규탄하고 제대로 된 조례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지방의회의 '오래된 적폐'인 업무추진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의회 내에서의 논의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의견청취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도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이, 실효성도 없고 내용도 허술한 조례 제정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강북구의회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행동강령조례 부결,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둘러싼 파행, 관내 출장여비 지급 논란 등 주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모습을 보여준 행보를 지적하면서 강북구의회가 업무추진비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정의 모습을 보여줄 때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민의의 전당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조례안 통과 즉시 시행, 국민권익위원회 기준안 반영 등 공동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강북구의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입법 예고된 원안 그대로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건강한 비판에 귀를 닫는 강북구의회의 불통 행보

지역사회의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졸속 조례 제정 추진도 문제이지만 이후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소통을 거부하는 강북구의회의 불통 행보는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지역의 10개 단체가 기자회견과 함께 의견서를 전달했고 이와 별도로 정의당 강북구위원회가 의견제출 시한에 맞춰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강북구의회는 아무 반응도 없이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임시회가 끝나고 이틀 후 강북구의회 사무국에서 의안 입법예고 의견서 제출에 대한 처리결과 통지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공문의 내용은 의견서를 어떻게 검토했고 어떤 사유로 반영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해당 조례안이 원안 가결되었다는 통보뿐이었습니다.

강북구의회 사무국에서 보낸 처리결과 통지 공문
 강북구의회 사무국에서 보낸 처리결과 통지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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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겨레> <서울&>의 기초의회 의정활동 현황 조사팀이 세계전자의회 개방성 지표를 활용해 구의회의 개방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기초의회(구의회)의 개방성은 평균 5.96(10점 기준)으로 7점이 나온 서울시의회보다 개방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주요한 안건은 미리 내용을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함에도 안건 내용을 공개하는 구의회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자리 잡기 위한 출발점인 '열린 구의회'조차 아직은 요원하다는 이야깁니다.

최근 강북구의회 업무추진비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지역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구의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불통의 모습이 여전히 지방의회 무용론과 폐지론이 거론되는 이유라는 것을 강북구의회는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조례 개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또한 감시와 견제의 시선을 거두지 말아야 합니다. 거듭된 논란을 불러일으킨 강북구의회가 4월로 예정된 제206회 임시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태그:#강북구의회, #업무추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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