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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정리하다가 문득 촛불집회에 나선 많은 이들이 진정 원한 것은 진정어린 사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에서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2011년부터 약 4년 동안 계속된 유례가 없는 소값 폭락사태를 맞았다. 분명 소값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서 암소 한 마리당 1만원을 내고 송아지안정제에 가입했는데 지원금이 나온다는 소식은 접할 수 없었다. 이 농가는 정부가 고시 개정을 통해서 송아지값과 암소마리수를 함께 발동기준에 포함시켜서 송아지가격안정제가 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송아지값과 암소마리수는 반비례 할 수 밖에 없는데 송아지 값이 폭락하는 데에도 암소마리수는 일정 수준 이하이어야 한다는 발동조건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울분을 삼켜야 했던 농민 지도자는 국회의원이 됐다.

이 농민은 국회에서 잘못을 바로잡고자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축산법에 송아지 가격안정제 발동기준을 송아지 값으로 국한지었다.

그러자 정부 관료는 송아지 값과 함께 암소마리수를 함께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이 법안은 쟁점법안으로 분류됐고 법 통과는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간척지를 이용한 대규모 송아지 생산단지가 올해 농정과제로 느닷없이 등장했다.

간척지에서 자란 풀을 먹여 약 1만마리를 사육하는 대규모 생산단지는 송아지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것이다. 이는 송아지를 구입해서 고기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대규모 농장들을 값싼 송아지 생산기반을 갖춘 축산대기업에 종속시키고 암소를 기르며 송아지를 생산하는 중소농에게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소농의 송아지값 폭락에 따른 소득을 지지하는 일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소값 폭락이 몇 년째 지속될 당시에 정부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농민들에게 암소 도태 장려금까지 줘 가며 사육기반을 위축시켰다. 심지어 처녀소를 때려잡는데 보조금을 지급하는 희한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한우 송아지 품귀현상으로 인해 한우고기는 금값이 됐고 소비자들은 비싼 한우고기를 즐길 수 없게 됐다. 덕분에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쇠고기시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료는 암소를 때려잡아 생산기반을 위축시켰기에 한우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잘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일본 농민과는 달리 우리 농민의 국민성이 뒤쳐져서 송아지가격안정제를 정상 시행하면 암소를 기르는 농가들이 늘어난다고 걱정을 늘어 놓았다.

송아지가격안정제를 통해 농가들이 수령하는 지원금은 마리당 15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50만원 넘는 가격이 떨어져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가들에게 15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암소 사육을 장려하는 정책이란 말인가.

송아지가격안정제는 농가 심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이 제도 때문에 암소를 더 키우려는 농가는 없다는 말이다.

소만 문제가 아니다. AI로 인해서 병아리를 장기간 입식하지 못한 육계농가를 위해 정부가 입식지연 보상금을 지급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마리당 345원이 지급됐다. 그런데 2016년 입식을 하지 못한 농가들에게 마리당 145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통계청 통계에 근거한 것이니 따라야 한다고 한다. 거의 농단 수준이다.

지난해 쌀값이 폭락했다. 그래서 쌀값이 35년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쌀값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부가 쌀값을 지탱하기 위해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그래서 2005년 공공비축미 매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이미 지급한 쌀 값을 농가로부터 되돌려 받아야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

쌀값 폭락에 이어 받은 쌀 값마저 돌려달라고 하니 농민들은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이 진정 최순실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부당한 권력과 재산을 동원해서 딸을 위한 아주 특별한 교육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주변 아이들이 처한 교육 현실을 외면한 것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아닐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누린 자들을 심문하고 처벌하는 적폐청산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신에 가진 자들이 진정 용서를 빌고 반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달라진 모습으로 함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제가 이러면 안된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제가 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디 지난 과오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도 아니면 "제가 잘 몰랐습니다. 잘못 판단했습니다.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고 싶어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무려 20회에 걸친 광화문 촛불집회를 지키게 한 분노의 힘은 바로 '반성하지 않은 농단'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 농업은 수출 대기업의 이익, 그리고 무역을 앞세운 경제성장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건만 그 누구도 농민들에게 사죄하지 않는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세상을 달리했을 때 농민들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였다. 하지만 어느 정부 책임자도 백남기 농민을 찾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작동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정부는 농민들로부터 만원씩 받아챙겼다. 최악의 소값 폭락사태가 계속됐지만 농민들은 약속받은 최소한의 지원금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래놓고 잘 못된 제도를 바꾸려는 국회를 가로 막았다.

언제부턴가 관료들이 "잘 못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그들은 항상 옳았을까?

어느 정부 관료가 내게 이렇게 대꾸했다. "정부가 왜 수급을 조절해야 합니까?" 힘이 빠졌다. 그는 이 말이 농민들의 가슴에 어떻게 다가갈지 생각이나 해 봤을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알지 못하는 이가 어찌 반성할 수 있으랴. 청산만이 답이란 말인가.

지금 경북 상주시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에선 국회의원 재선거가 벌어지고 있다. 국정농단, 탄핵정국에다 금품살포로 인해 자격이 박탈된 국회의원을 배출한 자유한국당은 반성한다면서 이번에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반성은 일주일만에 끝났다.

그리고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김재원씨를 공천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박근혜의 오른팔이다.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반성없는 농단을 감내해야 하는 걸까? 유신이 끝났다고? 과연 경북에서 박근혜의 오른팔을 꺾고 당선되는 민주당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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