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웅빈

넥센 김웅빈 ⓒ 넥센


지난 2011년부터 격년제로 시행하고 있는 KBO리그 2차 드래프트는 NC다이노스의 창단과 함께 고안된 선수 수급 방식으로 3번의 시행을 통해 어느 정도 정착됐다. 2013년 신인왕 이재학(NC)을 비롯해 허준혁(두산 베어스), 이준형(LG 트윈스) 같은 유망주들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심수창, 차일목(이상 한화 이글스), 정재훈(두산), 이진영(kt 위즈)처럼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은 노장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급하게 만든 제도인 만큼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선수층이 두껍고 육성에 능한 팀들은 2차 드래프트 때마다 좋은 유망주나 즉시 전력감을 빼앗기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1라운드 3억원이라는 보상금도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입단 3년 이내의 신인급 선수들을 지킬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즉시 전력감을 지키다가 유망주를 잃게 되거나 유망주를 보호하다가 즉시 전력감을 빼앗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각 구단들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특정 구단에서만 양심적으로(?)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선발한다면 그 구단만 바보가 된다. 결국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은 올 시즌이 끝난 후 열리는 제4차 2차 드래프트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프로 입단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 입어야 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김웅빈 같은 사례처럼 말이다.

'리틀 최정'이 되지 못했던 2차 드래프트의 피해자?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김웅빈은 초등학교 시절까지 육상 선수로 활약하다가 6학교 때 야구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은 경주중 입학 때부터다. 하지만 고향에 있던 경주고가 2008년 야구부를 해체하면서 김웅빈은 지역에서 마땅히 진학할 학교가 없었고 결국 야구부가 있는 울산공고로 '야구 유학'을 떠났다(참고로 해체됐던 경주고 야구부는 2013년에 재창단됐다).

울산공고 야구부 역시 2009년에 창단된 신생 야구팀이었지만 김웅빈은 에이스 구창모(NC다이노스)와 함께 팀을 2013년 대통령배 4강으로 이끌었다. 181cm, 84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우투좌타의 대형 내야수 유망주였던 김웅빈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3라운드(전체 27순위)로 SK와이번스에 지명됐다. SK는 김웅빈에게 8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SK 입단 당시부터 간판타자 최정의 뒤를 이을 차세대 3루수로 주목을 받은 김웅빈은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308 8타점2도루를 기록했다. 아주 돋보이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SK의 차세대 3루수로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 하지만 '리틀 최정'을 꿈꾸던 김웅빈의 인천생활은 1년 만에 끝나고 말았다.

SK는 2015 시즌이 끝나고 열린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김웅빈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선수층이 넓은 SK에서는 그만큼 보호해야 할 즉시 전력감 선수들이 많았고 김웅빈이 최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거나 억대의 계약금을 받은 특급 유망주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감히 김웅빈의 이름을 지웠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보는 눈이 날카롭기로 유명한 넥센에서 김웅빈을 1라운드로 지명했다.

넥센에서도 김웅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 김웅빈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넥센의 내야에는 1루에 채태인과 윤석민, 2루에 서건창, 3루에 김민성, 유격수에 김하성이라는 쟁쟁한 주전 선수들이 있었다. 게다가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지수 역시 경험이 적은 김웅빈이 넘기엔 벅찬 상대였다. 결국 김웅빈은 넥센에서 맞은 프로 두 번째 시즌도 2군에서 출발했다.

갑작스런 이적을 기회로 바꾸려 하는 거포 내야 유망주

스프링캠프를 통해 배팅 파워를 부쩍 늘린 김웅빈은 퓨처스리그에서 4월 한 달 동안 홈런 3개를 때려내는 등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뽐냈다. 그리고 7월초까지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착실하게 경험을 쌓다가 작년 7월10일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7월13일 kt전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한 서건창 대신 선발 2루수로 출전한 김웅빈은 데뷔 첫 타석에서 장시환으로부터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주전들이 복귀하면서 김웅빈의 1군 나들이는 2경기 만에 끝났지만 9월 엔트리 확장 때 다시 1군에 합류해 작년 시즌 1군에서 총 10경기를 뛰었다. 비록 표본은 턱없이 적지만 타율 .429(14타수6안타)에 장타율 .643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김웅빈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엔트리에 포함돼 4차전에서 대타로 출전하기도 했다(삼진).

넥센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염경엽 감독(SK 단장)이 사퇴를 했지만 새로 부임한 장정석 감독이라고 해서 김웅빈의 떡잎을 못 알아 볼 리는 없다. 김웅빈은 시범경기에서 8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22타수6안타) 2홈런8타점 장타율 .682를 기록하고 있다. 삼진(9개)이 다소 많은 것이 흠이지만 6개의 안타 중 장타가 무려 4개일 정도로 거포 유망주로서 확실한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웅빈은 수비에서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김웅빈은 시범경기 8경기에서 아직 실책을 단 1개도 저지르지 않았다. 물론 1군에서 실적이 많은 주전 선수들에 비하면 아직 보완할 점도 많고 아직 확실한 자신의 전문 포지션을 찾지도 못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김웅빈의 잠재력은 김웅빈과 넥센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하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462를 기록하며 고졸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한화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방출된 김태완은 넥센 유니폼을 입은 후 시범경기 타점 1위(10개)를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고졸 3년 차 김웅빈마저 시범경기에서 범상치 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올해 시범경기처럼만 해준다면 초보 사령탑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의 2017년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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