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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소식을 듣고 경기도 안성에서 달려온 단원고 양승진 교사 어머니 남상옥(84)씨는 플래카드에 인쇄된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세월호 인양소식을 듣고 경기도 안성에서 달려온 단원고 양승진 교사 어머니 남상옥(84)씨는 플래카드에 인쇄된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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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32초.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 구조전화가 걸려왔다. "살려주세요". 그 시각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었다. 안산시 단원고 학생이 대부분이던 승객 476명은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 있었다. 이 사고로 시신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한 304명이 희생되었다.

그 뒤 약 3년이 흐른 2017년 3월 23일 팽목항. 세월호 참사 이후 슬픔과 추모의 장소였던 이곳에는 눈물과 안타까움이 다시 흘러넘치고 있었다. 침몰 1073일 만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다.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세월호 선체는 수면 위 6m까지 떠올랐다. 팽목항에는 "왜 이제야..."라는 '아쉬움'과 "이제라도..."라는 '다행스러움'이 교차했다. 이제는 지난 3년 동안 바닷속 깊이 묻어두었던 아픔을 꺼내 두 눈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비장함과 초조함도 묻어났다.

단원고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학생, 단원고 양승진 고창석 교사, 여섯 살 혁규와 아빠 권재근, 이영숙 님. 이 9명의 미수습자를 기다리며 가족들이 3년 동안 묵었던 팽목항 컨테이너 숙소는 텅 비어 있었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있을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모두 바다 한가운데로 떠난 것이다. 대신 팽목항은 인양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들과 취재진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23일 팽목항의 모습
 23일 팽목항의 모습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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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을 찾은 시민들
 팽목항을 찾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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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경기도 안성에서 달려온 단원고 양승진 교사 어머니 남상옥(84)씨는 오열하며 팽목항을 둘러봤다. 남씨는 일행의 부축을 받아 팽목항을 둘러보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박근혜가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9명의 사진과 이름이 담긴 플래카드 앞에서는 털썩 주저앉아 울먹였다. 남씨는 살아있는 자식의 얼굴을 쓰다듬듯 플래카드에 인쇄된 양승진 교사의 얼굴을 몇 번이고 정성스레 어루만졌다.

남씨는 최근 아들 꿈을 꾸었다고 했다. "아들이 잔디밭 위 의자에 앉아 까만 양복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며 웃는 꿈을 꾸었는데 돌아오려고 그랬나 봐요." 남씨는 일행에게 "4월 5일에 아들이 온다고?"재차 확인하며 쓰러질듯 위태로운 걸음을 옮겼다.

"물속 희생자들 뭍에서 바라만 보는 자신이 부끄러워 "

이날 팽목항에는 인양 전 팽목항을 마지막으로 찾아온 시민들이 많았다. 광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한 남성은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된다고 하니, 희생자들에게 빚을 진 것 같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울산 방어진 초등학교 34회 동창들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맘먹고 나서면 한걸음인 곳을 3년이란 세월이 걸려서 왔다"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이젠 부디 따뜻한 곳으로 갈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전남 광양에서 온 김재우씨는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아픔"이라며 "실종된 9명의 시신이 수습되어 유가족들에게 조그만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한 가족은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이제야 왔는지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대신 잊지 않겠다"면서 "안전하게 선체가 인양되길 맘속으로 진심으로 간절히 빌겠다"고 밝혔다.

팽목항을 둘러보던 한 여성은 "눈물만이 앞을 가린다. 희생자들을 뭍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도군민들, 기쁨 속 착잡함... "팽목항 일대 추모공원화 해야"

팽목항을 지척에 둔 진도지역민들의 심경은 남달랐다. 4·16진도연대 김남현(진도군 농민회 선전부장)씨는 "막상 인양이 된다고 하니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기쁘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착잡하다"는 말로 심경을 표출했다.

김씨는 "미수습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은 옆에서 지켜보기는 했지만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위로의 심정을 나타냈다. 김씨는 "팽목항은 세월호 구조자들이 가장 먼저 도착한 땅이고, 희생자들의 검시 검안이 이뤄진 장소"라면서 "팽목항 미수습자 가족의 숙소는 물론 세월호 관련 모든 시설물을 존치시켜 공원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는 날을 4월5일로 예정하고 있다.

9명의 얼굴이 그려진 플래카드
 9명의 얼굴이 그려진 플래카드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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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내려다 본 세월호 인양작업
 헬기에서 내려다 본 세월호 인양작업
ⓒ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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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인양, #세월호, #목포신항, #세월호 참사,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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