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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범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부터 일부 온라인 페미니즘 활동가들의 '남성혐오' 논란까지.

이런 상황 속에, 지난 3월 21일 UNDP에서 세계 188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ment Report)의 성불평등 지수(GII: Gender Inequality Index)는 논란거리다. 대한민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인용하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 격차지수'(144개국 중 116위)나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한 유리천장지수(OECD 회원국 중 꼴지)와는 반대되는 결과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성불평등지수에서 10위를 차지해 작년(27위)에 비해 17계단이나 올랐다. 남녀동수내각을 구성한 캐나다(18위), 프랑스(19위) 등의 서구권 국가나 여성도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지는 것으로 유명한 이스라엘(20위)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항상 성 평등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던 대한민국이 사실은 성 평등 국가였다니? 1년 사이 급격하게 성 평등이 실현된 것일까? UNDP의 성불평등 지수 항목을 살펴보았다.

2016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s 의 성불평등지수(GII)
▲ 2016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s 2016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s 의 성불평등지수(GII)
ⓒ 2016 UNDP H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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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P 인간개발보고서 원문 링크

여성의 정치, 경제참여에서 불평등, 여전히 빨간불

UNDP의 성불평등 지수는 5개의 항목을 지표로 사용한다. 출산사망률, 청소년 출산율, 여성의원비율, 중등교육 이상 여성인구와 남성인구 비율, 여성과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조사한다. 남녀의 평등한 정치참여와 경제참여는 어느 나라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평등하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UNDP의 조사결과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성의원이 차지하는 의석수는 16.3%로, 의원 6명 중 1명도 안 된다. 세계 평균인 22.5%(4.5명 중 1명)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이다. 남녀동수 의회가 이상적이지만, 거의 모든 나라의 의회는 남성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비교적 정치적으로 성평등하다고 평가받는 북유럽조차 2.5명 중 1명만이 여성의원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어떨까? UNDP는 다른 조사기관에서 이용하는 여성임원비율, 남녀임금격차 등 일자리의 질은 고려하지 않았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만을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100위 이내 모든 국가에서 남성의 경제참여율이 여성보다 높았다. 한국의 경우, 여성경제참여율은 50%, 남성경제참여율은 71.8%로, 20%가 넘는 격차를 보인다. 남성과 달리,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불평등지수 10위의 비밀, 청소년 출산율 최저

그렇지만, 대한민국이 가망성 없는 불평등사회는 아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모성사망비와 청소년 출산율, 여성중등교육비율 등 다른 지표들은 개선되고 있고, 한국도 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성불평등지수 10위라는 믿지 못할 결과도 이 지표들의 영향이 크다.

산모 10만 명당 사망자를 의미하는 '출산사망률'은 주로 저개발국가의 여성보건상황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최하위를 기록한 시에라리온의 경우, 10만 명당 136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산모 백 명 중 한 명 이상이 출산 중에 사망하는 것으로, 여성보건환경이 매우 열악함을 의미한다. 뛰어난 의료기반을 가진 선진 국가들의 출산사망률은 평균적으로 만 명당 한 명으로 집계된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데, 시에라리온에 비하면 백분의 일 수준이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그리스, 폴란드 등의 최상위권 국가는 사망률을 선진국가 평균의 삼분의 일 이하(10만명당 3명)로 줄여나가며, 출산사망률 '0'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증명하듯, 여성중등교육비율은 인간개발지수(HDI) 상위 51개국과 비교해도 우수한 편이다. 25세 이상 인구 중 중등교육 이상 수료한 여성인구 비율은 88.8%, 남성인구 비율은 94.6%로, 상위 평균인 여성 88.4%, 남성 89.3%보다 높았다. 핀란드, 캐나다 등 교육선진국은 25세 이상 남녀 모두 100% 중등교육을 이수했다.

한편, 한국이 최고점을 기록한 항목도 있다. 만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여성 청소년 1000명당 출산을 조사한 '청소년 출산율' 항목에서는 1위(1.6명)를 기록했다. 낮을수록 더 성 평등함을 의미하는데,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잘 인정하지 않는 동아시아 문화권과 피임교육이 제대로 정립된 유럽 선진국은 10명 미만이다. 세계 평균(44.7명), 사하라이남 아프리카(103명)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며, 주로 조혼 풍습이 남아있는 국가들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기의 출산이 여성의 능력개발과 사회참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청소년 출산율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엄마가 되면 막막하고 소외받는 삶을 살게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상위시대의 대한민국?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UNDP가 이러한 조사를 하는 이유는 성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있는 국가에게 훈장을 주기위해서가 아니다.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양성평등을 실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UNDP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우리나라가 성평등 10위 국가, 남녀가 거의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여성상위시대'를 논하며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삶 또한 팍팍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지하철 여성전용칸, 여성전용주차장, 여성할당제 등의 혜택을 주는데, 남성에게는 병역의무, 데이트비용/결혼비용 부담, 가정경제에서 책임감의 무게 등 짐만 지운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남자로 살기 힘든 이유는 역차별을 당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성역할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성불평등 사회이기 때문이다.

UNDP의 성불평등지수,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지수,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 등 수많은 조사결과는 분명히 말한다. 양성평등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세계는 더 노력해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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