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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순천향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우리는 음식에 삶을 녹여내는 푸토리 텔러(Footory Teller, Food + StoryTeller)를 꿈꾼다. 열정 하나로 기획한 월간 칼럼 'Eat Item'(잇 아이템)은 제철을 맞은 식재료의 산지를 찾아 식재료와 음식,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녹인다. 해당 지역 문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 기자 말

양수리 시장 전경
 양수리 시장 전경
ⓒ 변민우, 장혜림,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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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15도를 넘어서고, 사람들의 외투는 점점 얇아져 간다. 때때로 반팔 옷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보이고, 봄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인해 거리는 북적인다. 들뜬 마음으로 엠티를 떠나는 학생들과 엄마 따라 도시락 소풍을 나서는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완연한 봄은 사람들의 입가에도 따스함을 가져왔다.

봄은 사람들의 모습 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특히 전국 각지에 산뜻한 먹거리가 넘쳐나는데, 파릇파릇한 봄나물과 본격적인 출하를 앞둔 과일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바다의 풍성함까지, 우리네 입맛은 수많은 고민들로 가득 차버린다. 그런 와중에 냉이와 달래, 돌나물. 푸름이 가득한 자판 위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붉은 빛깔이 매력적인 딸기다.

선사시대부터 식용이 이어지다

토경재배 중인 딸기
 토경재배 중인 딸기
ⓒ 변민우, 장혜림,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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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분류상 채소에 속한다. 다만 단맛이 강하여 날 것 또는 과일 청(잼)의 형태로 많이 취식되는 바, 흔히들 과일로 인식하고 있다. 딸기는 유럽 중부가 원산지로, 온도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나 적도에서 북극 인근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역에 분포한다.

딸기의 식용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인류가 채집생활을 시작하면서 딸기도 취식품목 중 하나가 됐는데, 당시의 딸기는 산야에 자생하는 야생딸기로서 그 품종과 맛이 지금과 달랐다. 딸기가 사람에 의해 재배되기 시작한 건 14세기경 유럽에서부터인데, 18세기 말에 이르러 현재의 재배종이 육종되었다.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 일본으로부터 개량된 딸기가 도입되어, 다양한 개발단계를 거쳐 1960년대 비로소 '대학1호'라는 품종이 재배됐다.

사실 한반도에서도 딸기는 오래 전부터 먹어왔다. 다만 우리가 아는 지금의 딸기가 아닐 뿐이다. 특히 딸기의 일종인 복분자는 조선 후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조리, 취식됐던 것으로 보인다. 18세기말 제작된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에는 궁중 잔칫상에 올랐던 복분자 수정과가 등장하며, 조선후기의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멍석딸기'라는 별칭과 함께 복분자화채와 복분자편의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그리고 딸기전래 이후, 20세기 중엽에는 <조선요리법(1937)>,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1957)> 등의 책에서, 본격적으로 '딸기화채'가 등장한다. 복분자가 아닌 '딸기'라는 명칭이 사용된 걸로 보아 현재의 딸기가 재료로 활용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딸기는 예로부터 식용되었는데, 주로 차나 편, 화채 등 다과를 만드는 데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비타민C는 레몬의 1.2배, 항산화 효과와 심장마비 예방까지

딸기 재배 시설의 전경
 딸기 재배 시설의 전경
ⓒ 변민우, 장혜림,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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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통상 12월에서 6월까지를 제철로 한다. 최근에는 시설재배가 보편화되어 명확한 수확시기를 두고 있지는 않으나, 일조량이 적은 12~2월 사이에 천천히 무르익은 딸기의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양평군 내 재배농민 曰) 농민들이 권하는 최적의 시기는 지났지만, 딸기의 맛은 지금도 충분히 달콤하다.

물산이 풍부한 제철은 합리적인 가격에, 식재료가 가진 영양분을 만끽하기 좋다. 딸기는 이른바 오감을 만족시키는 과일로서 외관이 아름답고 향미가 뛰어나며, 산미와 감미가 조화롭다. 더군다나 과육의 독특한 식감은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봄철 입맛을 북돋우기에 제격이다.

뿐만 아니라 딸기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레몬의 1.2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함유되어 스트레스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딸기의 붉은 색을 관장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눈의 피로회복과 항산화 및 심장마비 억제에 도움을 주며, 풍부한 엽산과 철분은 빈혈과 피부개선에도 기여한다.

식재료가 아닌, 문화를 길러내는 양평군
지역 카페와 딸기농가의 협력 브랜드 - 크리스마스 딸기코
 지역 카페와 딸기농가의 협력 브랜드 - 크리스마스 딸기코
ⓒ 변민우, 장혜림,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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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딸기는 2013년 기준 약 21만톤의 생산량이 집계됐다. 그 중에서 70% 가량은 충남 및 경남에서 재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99% 딸기가 시설(하우스)재배되고 있고, 지역마다 품종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 대중에게 있어 그 차이는 미미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필자는 물리적인 양(量)은 부족할지언정,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양평 딸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양평군은 10대 작물 중 하나로 딸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2015년에는 수미마을을 중심으로 '딸기도시락축제'를 개최하여 문화관광체험의 교두보를 열었다. 딸기도시락축제는 '도시락여행'을 테마로 양평딸기체험과 ATV, 추억의 놀이 등을 연계하여 지역 내에서, 지역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즉 양평군은 1~5월 딸기의 제철에 '문화'를 담아낸 것이다.

또한 수미마을을 중심으로 한 딸기도시락축제와 함께, 두물나루 인근에는 다양한 딸기체험농가가 포진해 있어 뭇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딸기 농장에 들어가 직접 딸기를 수확하고 딸기잼을 만들며, 딸기카페 내에서 딸기와플과 딸기케이크 등 다양한 딸기요리를 만들어볼 수 있다. 특히 양평군에서는 지역 내 카페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딸기코'라는 브랜드를 입힘으로써, 농가와 자영업자들이 도농상생(都農相生)을 이끌어나가며 다양한 문화체험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양평군청 전경
 양평군청 전경
ⓒ 양평백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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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양평딸기의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떤 식으로 나아갈까?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는 양평군청에 전화인터뷰를 요청했다. (3.17 전화인터뷰 : 양평군청 친환경농업과 박선옥님)

- 양평 딸기의 생산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
"양평 딸기의 생산량은 연간 130톤 정도로 추정됩니다. 전체 생산되는 딸기의 90%가 체험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나머지 10% 정도가 농협을 통한 위탁판매 형태로 유통되는데 대부분 지역 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바 정확한 수치를 말씀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 농가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신가요 ?
"아무래도 타지에서 가족단위로 많이 방문하시다 보니, 믿고 드실 수 있도록 '친환경'이라는 강점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깨끗한 상태의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자, 토경재배(흙에서)에서 고설 재배(양액재배) 형태로 농업형태를 다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양평군 10대 명품작물 중 하나로서 지역 농가가 자부심을 갖고 생산할 수 있도록, 관내 농협과의 유대를 강화시키고 경기지역 내 친환경 급식업체와 계약을 늘려나가는 등 유통망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 양평딸기의 6차산업화(농산물생산-가공-서비스의 융합)를 위한 노력 또는 계획이 있으시다면 ?
"양평딸기의 방향은 도농공감(도시와 농촌의 공감)이라는 말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체험관광의 증대를 통하여 방문객에게는 추억의 장을, 그리고 생산농가에게는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부가가치 창출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 딸기를 활용한 가공식품의 상용화가 미진한 바, 2차산업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양평딸기를 맛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진정한 6차산업으로 거듭 나길
딸기 수확체험 - 자유롭게 원하는 딸기를 수확하여 담을 수 있다
 딸기 수확체험 - 자유롭게 원하는 딸기를 수확하여 담을 수 있다
ⓒ 변민우, 장혜림,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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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몇 알이 아니라, 식재료에 추억을 덧입힌다는 점에서 양평딸기의 행보는 감명 깊었다. 혹자는 패키지 프로그램에 대하여 불만을 제기할 수 있으나, 농가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그 부분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3.18(토) 직접 딸기농장체험에 참여했는데, 직접 수확한 딸기 맛도 훌륭했지만 함께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양평딸기의 생산량은 전국규모의 1%도 채 되지 않을뿐더러, 어떠한 브랜드도 구축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답은 2차산업(식품제조산업) 육성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에서 말씀해주신 대로 식품개발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한다면, 양평딸기를 '믿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로열티를 갖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양평의 딸기식품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이라는 소구를 살려, 보다 건강한 먹거리로 거듭날 수 있다면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양수리 두물머리 전경 : 북한강과 남한강이 교차하는 곳
 양수리 두물머리 전경 : 북한강과 남한강이 교차하는 곳
ⓒ 변민우, 장혜림,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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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은 산과 물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도시다. 또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인간미 넘치는 도시이기도 하다. 양평은 서울을 인접하고 있어 지역 자체, 그리고 관광산업에 있어서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양평의 딸기 또한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성장의 순풍을 등에 업길 바라 본다.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행보에도, 딸기의 단 향처럼 기분 좋은 설렘만이 가득하기를.

▲ 참고 자료

- 김영애, 「딸기 분말의 첨가가 옐로우 레이어 케이크의 품질특성에 미치는 영향」,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제 24권 4호, 2008, pp.536-541
- 최남순, 「우리나라 전래 음청류의 역사적 고찰」, 『율촌재단 식품관련 기초연구총서』제 4권, 2012.
- MDS Korea, "딸기", http://mdskorea.co.kr/new/customer/customer.php?mode=&oper=view&num=164&page=12&key=&keyword=&H=1(2017.03.21)
- 한국콘텐츠진흥원, "딸기 유래", https://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tentView.do?search_div=CP_THE&search_div_id=CP_THE005&cp_code=cp1008&index_id=cp10080262&content_id=cp100802620001&print=Y(2017.03.21)
- 최낙언의 자료보관소, "딸기 특징", http://www.seehint.com/hint.asp?md=204&no=10360(2017.03.21)
- "수정과의 역사", 두산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478112&cid=40942&categoryId=32136(2017.03.20)
- "딸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44890&cid=46640&categoryId=46640(2017.03.22)
- "딸기", 농식품백과사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834698&cid=56755&categoryId=56755(2017.03.22)
- 한상규, "한겨울 속 새콤달콤 양평딸기체험축제", 서울일보, 2016.01.13, http://www.seoul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301

Footory Teller - 저작/제작
 Footory Teller - 저작/제작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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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양평군청 친환경농업과의 박선옥님께 감사드립니다.



태그:#양평딸기, #FOOTORY TELLER, #EAT ITEM, #변민우, #제철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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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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