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4위권에 진입해 챔피언스리그 참가하길 염원하던 팀이 이제는 리그 우승을 목표로 한다. 바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 FC이다. 2015년 여름 손흥민이 팀에 합류한 뒤로 토트넘은 '국민 팀'이 됐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손흥민이 합류한 지난 시즌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우승팀 레스터 시티를 유일하게 압박하며 3위의 높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비록 우승 트로피는 놓쳤지만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다섯 시즌 만에 참가하였다.

염원하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기 탈락했지만 리그에서는 순항 중이다. 현재 2위에 위치한 토트넘은 멀리 달아나고 있는 선두 첼시를 유일하게 가시권 안에 두고 있다. 또한 3~6위권 팀들과의 간격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를 놓고 경쟁하는 팀 중 가장 안정적으로 티켓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티켓 언저리에서 항상 좌절하던 팀이 어느덧 프리미어리그의 강팀 중 하나로 변모한 것이다.

토트넘, 이제 '원맨팀'에서 '원 팀'으로

현재 토트넘의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오기 전까지 토트넘은 전형적인 '원맨팀'이었다. 아데바요르, 아론 레넌, 스콧 파커 등 수준급 선수를 다수 보유했었지만 에이스인 가레스 베일 없이는 순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베일이 2012-2013 시즌 리그 33경기에 출장해 21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수상할 수 있는 개인상을 모조리 수상하는 활약을 보였음에도 토트넘의 순위는 5위에 그쳤다. 이후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자 순위는 한 계단 더 떨어졌다. 득점력은 현저히 떨어졌고 불안한 조직력 속에 수비도 흔들렸다.

흔들리는 토트넘을 다시 세운 것은 포체티노였다. 2014-2015 시즌부터 토트넘에서의 경력을 시작한 포체티노는 팀을 새롭게 건설했다. 기량이 하락하는 추세에 놓인 선수나 본인의 전술에 맞지 않은 선수는 이름값에 상관없이 과감히 내쳤다. 젊은 재능이었던 공격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중심으로 샤들리·라멜라 등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팀을 재건했다. 헤리 케인도 이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28경기에 출장해 21골을 집어 넣으면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다.

한 시즌 동안 팀을 파악한 포체티노는 2015년 여름 손흥민, 알더웨이럴트 등 핵심 자원을 영입하여 본격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정복에 나섰다. 기존에는 베일과 레넌를 이용한 측면 플레이가 강점이었던 토트넘은 포체티노를 만나자 중앙 지향적인 팀으로 바뀐다. 4-2-3-1 전술을 채택함에도 한 쪽 측면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에릭센을 배치해 중원 지역에서의 밀도를 높였다. 측면 공격은 양 쪽 풀백의 오버래핑과 측면 공격수로 투입되는 손흥민 혹은 라멜라에게 맡겼다. 나머지 선수들은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며 득점을 노리면서도 좁은 간격을 유지해 수비에도 큰 도움을 줬다. 포체티노의 중앙 지향적인 전술은 완전히 들어 맞았고 2015-2016 시즌을 팀 득점 2위·최소 실점 1위로 마친다.

올 시즌 토트넘의 중앙 밀도는 더 높아졌다. 현재 토트넘은 측면 공격수를 완전히 배제한 3-4-2-1 전술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측면 공격은 양 쪽 윙백이 맡고 케인과 델리 알리, 에릭센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가 중앙에서 상대를 공략한다. 삼각 편대 뒤에 배치되는 뎀벨레와 완야마는 공격을 지원하면서도 넓어진 측면 뒷 공간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상대 역습을 무력화한다.

토트넘은 중원 지역에서의 밀도와 측면 지역에서 나오는 윙백들의 폭발력으로 상대팀을 몰아붙인다. 유사시에는 지난 시즌 검증을 마친 4-2-3-1 전술도 유연하게 활용한다. 구조적으로 안정이 된 토트넘은 누가 에이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팀이 되었다. 베일의 컨디션에 승패가 좌우되던 팀은 한 명의 주축 선수가 빠져도 흔들리지 않는 팀으로 변했다.

성공을 갈망하는 선수들

 (2017년 1월 22일)토트넘, 맨시티와 2-2 무승부... 손흥민 동점골

(2017년 1월 22일)토트넘, 맨시티와 2-2 무승부... 손흥민 동점골 ⓒ 연합뉴스


사실 토트넘은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토트넘 선발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5.9세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어리다. 골키퍼 요리스와 수비진에 몇몇 선수를 빼면 평균 나이는 더 어려진다. 경험은 다소 부족하지만 토트넘의 젊은 선수들은 포체티노의 압박 축구를 구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린 나이는 선수들의 긍정적인 내부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보통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경향이 있지만 젊은 선수들은 다르다. 후보 선수들은 짜여진 선발 라인업을 깨기 위해 분투하고 주전급 선수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집중한다. 토트넘의 젊은 선수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본인에게 맞지 않는 전술이라도 최선을 다한다. 본인의 주 포지션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나설 때 더욱 간절하게 경기에 임하는 손흥민의 모습이 토트넘의 뜨거운 주전 경쟁의 단면이다. 

물론 선수들의 어린 나이는 토트넘에게 약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승부처에서 토트넘의 젊은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때문에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족한 경험은 시간이란 약을 통해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토트넘의 젊은 선수들은 트로피를 열망한다. 토트넘의 선발급 자원 중 빅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해 본 선수가 전무하다. 우승 경험은 없지만 해마다 팀이 조금씩 우승에 가까워지는 것을 선수들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주축이 된 팀이 우승에 다가가는걸 알고 있기에 토트넘 선수들의 트로피를 향한 열망은 내년에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구단도 선수들의 열망에 맞춰 주축 선수들과 빠르게 재계약을 성사시키며 선수들에게 밝은 미래가 계속 될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덕분에 감독과의 불화 혹은 다른 클럽으로부터의 거액의 주급 제시 등 변수를 제외하면 토트넘의 선수단은 2~3년 동안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큰 변화가 없는 선수단의 조직력은 더욱 탄탄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은 농익기 마련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선수가 이십 대 중후반이 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할 확률이 높다. 최근 토트넘의 행보는 마치 2000년대 후반을 지배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연상케 한다.

우리는 정말 2~3년 사이 토트넘의 시대를 목도할지도 모른다. 성공의 탑은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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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포체티노 손흥민 미래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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