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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은 과연 존재할까
 페로몬은 과연 존재할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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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을 뿌려 이성을 유혹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선정적인 이미지와 자극적인 글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요, 과연 이 광고는 사실일까요? 지난 8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이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페로몬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입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 균류, 미생물 종의 99퍼센트 이상은 거의 전적으로 페로몬만으로 같은 종의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을 합니다. 심지어 일부 식물종도 페로몬을 통해 이웃 식물의 스트레스 반응을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진화의 과정에서 후각의 상당 부분이 퇴화되어 '화학적 감각 면에서 바보나 다름없다'고 일컬어지는 인간이 과연 의사소통 수단인 페로몬을 여전히 분비하는가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3월 7일 호에 페로몬이 이성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연구팀은 이성애자로 구성된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남성의 몸에서 나오는 페로몬으로 추정되는 안드로스타디에논(AND)과 여성 페로몬으로 추정되는 에스트라테트라에놀(EST)을 면봉에 적셔 각각 여성과 남성 참가자의 얼굴에 붙였습니다. AND는 남성의 땀과 정액에서, EST는 여성의 소변에서 검출되는 스테로이드 물질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남성과 여성의 얼굴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중성적인 얼굴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연구팀은, 만일 두 스테로이드가 페로몬이라면 여성 참가자는 중성적인 사진을 남성으로 인식할 것이며, 반대로 남성참가자들은 사진을 여성으로 인식할 거라 추론했습니다. 하지만 추론은 빗나갔습니다. 연구진은 두 스테로이드가 참가자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AND와 EST에 붙은 '잠정적 인간 페로몬'이라는 이름표를 떼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확인된 인간 페로몬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페로몬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연구를 이끈 시몬스 박사는 '파일서랍 딜레마'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파일서랍 딜레마란 부정적인 실험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서랍 속에 밀어 넣어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페로몬 연구자 트리스탐 와이엇 박사는 이번 실험 결과를 '벌거벗은 임금님'(안데르센 동화)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중국 과학아카데미 웬 조우박사는 위의 두 가지 스테로이드가 페로몬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엄밀하게 설계되고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이 사용한 사진이 진짜 중성적인 건 아니었으며, 참가자들의 얼굴에 면봉을 붙이기 위해 사용한 테이프가 스테로이드의 냄새를 덮었을 거란 이유입니다.

반론에도 불구하고 와이엇 박사는 이번 실험 결과를 확신합니다. 덧붙여 그는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바로 성인이 아닌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기들은 성인보다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페로몬은 무용지물이란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낯뜨거운 광고는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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