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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엔 스톱모션(정지한 물체를 직접 사람의 손으로 조금씩 움직이며 카메라로 찍어, 마치 물체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 애니메이션이 여럿 개봉했다. <코렐라인><파라노만><박스트롤>로 스톱 모션의 명가로 떠오른 라이카 스튜디오는 <쿠보와 전설의 악기>를 선보였고, 프랑스에서 온 <내 이름은 꾸제트>는 성숙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았다. 할리우드에선 워너브러더스 애니메이션 그룹(WAG)가 <레고 무비>에 이은 <레고 배트맨 무비>를 내놓아 사랑을 받았다.

스톱모션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 신부> <프랑켄 위니>를 연출했던 팀 버튼 감독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 생명이 없는 인형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톱모션의 가장 큰 힘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 지닌 질감에서 나온다. 컴퓨터를 앞세운 디지털이 아무리 위력을 발휘해도 사람의 얼굴을 따라갈 수 없는 것처럼, 가상의 물체는 실제를 넘어설 수 없다.

<패트와 매트: 뚝딱뚝딱 대소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인 TV 시리즈 <패트와 매트>의 탄생 4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극장판이다. 체코에서 제작된 <패트와 매트>는 1976년 1화 '요리' 편을 시작으로 2015년 '욕실 타일' 편까지 91개의 에피소드가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도 케이블 TV에서 방영되어 많은 이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극장판으로 선보인 <패트와 매트: 뚝딱뚝딱 대소동>은 전체 에피소드 중에서 <화장실을 고쳐요><종이접시를 만들어요><청소기를 돌려요><바닥공사를 해요><게임판이 망가졌어요><오렌지 주스를 만들어요><운동기구가 생겼어요><선인장을 옮겨요><타일이 깨졌어요><태양이 눈부셔요>까지 10편을 HD로 다시 제작한 작품이다. 10개의 에피소드는 <필름 영사기>편을 브릿지로 삼아 연결되어 전체 러닝타임은 83분으로 구성되었다(인터넷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의 정보에 따르면 체코 개봉 버전은 7편으로 구성된 56분으로 나온다. 한국 개봉 버전에 대해선 별다른 표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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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름인 패트와 매트는 체코어로 체스 용어인 스테일메이트(모든 수가 막혀 승자 없이 게임이 끝나는 것)와 체크메이트(다양한 체크 중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형태)를 의미한다. 막다른 골목을 뜻하는 패트와 매트는 곧 이야기의 성격을 함축하는 단어이다. <패트와 매트> 시리즈의 에피소드는 소재는 다를지언정 패트와 매트가 어떤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더 큰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몇 차례 반복하고 결국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의 해프닝에서 패트와 매트의 '몸개그'는 단연 돋보인다. 대사가 전혀 없는 <패트와 매트>는 마치 무성 영화 시절 버스터 키튼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느낌을 준다. 패트와 매트는 무표정으로 유명한 버스터 키튼처럼 항상 무표정을 유지한다. 김성욱 영화평론가는 버스터 키튼에 대해 쓴 글에서 "배우의 연기는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꾸며낸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소 어색하게 마련이다. 반대로 무표정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인물의 미스터리를 간직한다."라고 적었다. 그의 표현은 <패트와 매트>에도 대입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부닥쳐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는 무표정. 지금까지 <패트와 매트> 시리즈가 재방송되는 이유는 바로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녔기에 가능하다.

패트와 매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은 합리적 판단과 거리가 멀다. 합리성과 효율을 강조하는 어른의 시각으로 본다면 둘은 멍청하기 짝이 없다. 패트와 매트는 기존에 존재하는 규칙이나 남이 가르쳐준 방식을 벗어나 자유로이 문제를 풀어간다. <패트와 매트>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며 창의적인 사고와 자유로운 상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긍정의 힘을 가르쳐준다. 넘어지고 깨지는 소동을 겪으며 해결법을 찾았기에 두 사람이 외치는 "우리가 해냈어"의 의미는 값지다. 어린이들에겐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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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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