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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맏형 성균이형이 동생들에게 에너지음료를 건네줬다
▲ 에너지드링크 맏형 성균이형이 동생들에게 에너지음료를 건네줬다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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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분 좋은 시작

성균이형의 배려

7~8시

힘든 하루에 삼계탕을 먹고 정말 잠을 잘 잤지만 피곤은 완벽히 가시지 않았다. 모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또다시 하루를 걷기 위해 가방을 정리할 때 성균이형이 에너지 음료를 하나씩 나눠주셨다. 어제 장을 볼 때 개인이 필요한 물품들을 사기 위한 시간도 있었는데 그때 형이 동생들 챙겨주려고 샀던 것이다.

다들 말은 안 해도 어제가 꽤나 힘들어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데 형이 그걸 놓치지 않았다. 형 자신도 꽤나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언제 이런 생각까지 하셨는지 정말 감사했다. 어제는 순례자를 위해 무료로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와인 분수를 만든 스페인 사람들에게 감사했고 오늘은 아침부터 동생들을 챙겨주는 큰 형에게 감동받았다. 성균이형이 건네준 에너지 드링크는 이제까지 마셔본 음료수 중 가장 감동적인 맛이라고 할까나?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술 10번 사주는 것보다 다음 날 해장국 한 번 사주는 게 감동이라고.

아침식사로 시리얼과 우유나 빵 등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성균이형이 건네주신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이제 다시 걸음을 시작했다.

순례자 동생 앞에서
▲ 2016년 3월 10일 Logrono 순례자 동생 앞에서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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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비 내리는 순례길 

8~12시

비구름도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지 우리를 따라왔다. 어제 오후 로그로뇨의 오후는 맑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한 번 만났던 불청객이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비가 오는구나라 생각했다.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만나기 싫은 친구임에는 틀림없었다.

항상 맑고 창창한 순례길을 걷는다면 편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 과연 순례라고 할 수 있을까? 인생처럼 순례길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대비할 수 있는데 비와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처음에 우산은 어떨까 해서 가져왔지만 이내 피레네 산맥에서 고장 나서 버렸다.

우선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가 가장 유용하다. 이때 너무 두꺼워서도 안되고 얇아서도 안된다. 옷이 얇으면 방수는 가능하더라도 추위에 신체 온도가 내려가 감기 몸살에 쉽게 걸릴 수 있고 두꺼우면 움직이는데 불편하다.

우비도 유용한데 내 신체와 가방을 덮을 수 있도록 충분히 큰 게 좋고 혼자서 입기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친구나 다른 순례자들에게 부탁하면 쉽게 착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방이 젖지 않도록 막아주는 가방 레인커버가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순례길에서의 가방은 집과도 같다. 길을 걷는 동안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다닐 수 있는 이동식 '집'이다. 이 집에 물이 차서 홍수가 난다면 어떨까?~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외에 방수 장갑 및 고어텍스 신발이 있으면 비가 올 때 걷기에 도움이 된다.

스페인은 땅이 넓고 기후가 적합해 목축업이 유명하다
▲ 산 위에 소 모형 스페인은 땅이 넓고 기후가 적합해 목축업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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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이 발달한 나헤라

나헤라로 가는 길에 산 위에 있는 큰 소를 보고 놀랐다. 가끔 튀어나오는 동물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저렇게 큰 소는 처음 봤다. 하지만 진짜 소가 아니라 대형 소 모형이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길을 가다가 닭, 소, 염소, 말 등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어떨 때는 앞을 보며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 딱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동물이 많고 축산업이 발달했다. 마트에서도 정육 코너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고기 가격은 정말 저렴하다. 부위도 정말 많은데 목살 삼겹살은 물론이고 베이컨부터 와규까지 정말 다양하다.

음식점에서도 다양한 메뉴를 볼 수 있는데 고기가 많다. 사슴 고기, 염소고기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고기를 삶아먹는 수육이나 삼겹살처럼 조리하지는 않았다. 스테이크처럼 먹거나 코치니요(cochinillo)를 해먹는다. 코치니요는 새끼돼지를 통째로 구워 먹는 음식이고 츌레똔(chuletón)이라는 왕갈비도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고기 음식이다.

돼지, 소는 물론 양고기와 송아지 고기도 가끔 볼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음식들을 도전하시길 추천한다.

(chuleton) 왕 갈비
▲ 츌레똔 (chuleton) 왕 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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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보다는 주로 바르(Bar)라고 부른다 
음료뿐만 아니라 음식을 판매한다
▲ 점심 시간 바에서 카페보다는 주로 바르(Bar)라고 부른다 음료뿐만 아니라 음식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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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12~1시

오전 내내 열심히 걷다 보면 배가 허기진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뱃속에 거지가 있는 건지 항상 배가 고프다.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는데 8시부터 걷기 시작해 12시쯤 되면 적어도 15km 이상을 걷기 때문에 배에서 신호가 올 수밖에 없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따스한 햇볕 아래 넓은 들판이 있는 곳에 있는 벤치 위에서 마트에서 전 날 구입한 음식을 먹거나 가끔 음식점에서 배를 채우며 휴식을 취한다.

오늘은 비 때문에 야외에서 점심식사가 불가능해서 바에 들어왔다. 스페인 음식점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대체로 작은 음식점들은 카페처럼 생겼고 간단한 음식들을 제공한다. 햄버거나 피자 등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고 규모가 큰 음식점들은 카페나 바 공간 이외에 정찬을 먹을 수 있도록 큰 공간을 가지고 있다. 주로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가볍게 작은 음식점에서 커피나 음료와 샌드위치 및 햄버거를 주로 먹었고 큰 음식점에서는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먹을 때가 가끔 있었다.

우리는 바에서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콜라 카오(Cola Cao : 스페이 핫초코)를 주문했고 종원, 우현이 그리고 성균이형은 카 페콘 레체(Cafe con Lech : 스페인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준택이만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는데 위스키를 주문했다.

충만 : 준택아 넌 뭐 마실 거야?~

준택 : 형 너무 추워요 ㅠㅠ 위스키 마시려고요!~

장소마다 가격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저렴했다. 카 페콘 레체는 1.20~2.00유로이며 위스키는 한 잔에 3~4유로였다. 준택이는 깊은 속까지 몸을 뜨겁게 하기 위해 위스키를 마셨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 오는 순례길을 걷고 있어 익숙해졌지만 오늘은 바람도 거세 어제보다 훨씬 추웠다.

각자 주문한 음료를 마시면서 가방에 넣어둔 음식을 하나 둘 테이블 위에 꺼내기 시작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은 순례자에게 항상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꽤 부담스럽다. 그래서 아침이나 점심 식사를 위해서 미리 마트에서 음식을 구입해 가방에 넣어둔다. 그리고 오랜 시간 걸을 때 힘든 경우를 위해 초콜릿이나 에너지 바 등을 구입하기도 한다.

혹시나 실례가 될까 봐 주인에게 우리가 가져온 음식을 먹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쿨하게 'No Problem'이라고 말한다. 순례길 위의 대부분 스페인 카페에서는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했다. 나는 주로 빵이나 초리소 초콜릿을 가지고 다녔고 성균이형은 바게트를 구입해 아침에 빵에 햄이나 치즈 등을 넣어 샌드위치를 점심을 위해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 준택이는 가공된 햄을 가지고 다니며 빵에 발라 먹곤 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따뜻한 음료와 함께 몸을 녹였다.

이후에도 가끔 날씨가 안 좋을 때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가지고 있는 빵이나 간단한 음식들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카페에서도 외부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배려 덕분에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가게를 더럽히거나 음식 냄새가 심하게 나거나 어지럽혀 가게에 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3월 초 눈 내리는 순례길
▲ 순례자들 3월 초 눈 내리는 순례길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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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태양의 나라 3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점심식사 시간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 날 그 날마다 시간은 달라지는데 이른 오전부터 높은 산을 올라 체력소모가 심한 날이나 그 날 걷는 거리가 짧다면 오랜 시간 휴식하기도 하며 30km 이상을 걸어야 할 때면 짧게 쉬고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꿀 같은 점심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날씨는 추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많이 내리지 않아 길을 걷는데 큰 어려움을 주지는 않았다. 비가 눈이 올 때면 몸이 무거워져 걷기 힘들고 신발이 젖기 쉬워 발이 불편해진다. 또한 땅이 젖어 걸음에 유의해야 하며 쉬는 곳이 마땅치가 않을 때가 많다. Logrono에서 Najera 까지는 30km가 넘기 때문에 걸음을 재촉했다.

600km 선이 문너졌다
▲ 산티아고 까지 593km 600km 선이 문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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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점심 콜라카오 1.5 유로



태그:#산티아고, #순례길, #비, #레인커버, #나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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