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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의 손.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의 손.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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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닐곱살 소녀는 오늘 아침에도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었다. 그것을 건네 받은 아버지는 타다 남은 담배 가루를 정성스레 꺼내어 조각을 낸 작은 신문 갱지에 곱게 말아 천천히 태우셨다.

여고생 소녀는 제 통장에 입금된 장학금의 일부를 떼어서 거북선인지 태양인지 솔인지 그 이름도 가물가물한 귀한 담배를 사다가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는 그것을 아끼고 아끼셨다, 신주단지 모시듯 그렇게 아껴서 한 가치 한 가치 천천히 태워 드셨다.

대학생 소녀는 어렵게 구한 알바들을 힘들게 마치고 겨우 벌어드린 알바비로 담배를 샀다, 방학이 되면 두 보루 넘게 챙겼다, 그길로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담배를 받아 든 아버지는 눈물을 훔치셨다, 새벽잠도 없으신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한 까치 한 까치 그것들을 숨을 죽이시며 태우셨다

소녀가 직장인이 되어 이제 막 폼나게 살려던 스물일곱 해 일월, 아버지는 40kg도 넘지 않는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른 풀빛보다 더 검푸른 물을 쏟아내며 당신의 몸뚱아리를 까맣게 태워 버리셨다.

폐가 아닌 위를 태워 버리셨다.

밥보다 더 맛있게 드시던 담배로
속으로 쌓인 가난과 설움과 말 못하는 회한의 세월을 까맣게 태우셨다

아버지...

오늘 아침 눈물로도 아직 다 보내지 못한 늙은 소녀는 출근길
겨울내내 쌓인 낙엽들 속에서 낙엽보다 더 가볍게 숨어 있던 담배꽁초를 꺼내 든다 예닐곱 살 그때처럼

*까치 : '개비'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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