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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한용수 시인의 생전 모습
 고 한용수 시인의 생전 모습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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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하던 어느 날 시인으로 불렸지만 시집하나 남기지 못한 한 젊은 시인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지난 18일 내포문화숲길 활동가를 비롯한 충남 예산과 홍성의 내포 사람들은무명의 시인 하나를 추모했다. 19일은 고 한용수(63년생) 시인의 1주기다. 한 시인은 단 한 번도 시집을 낸 적이 없다. 그 흔한 문단에도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인으로 불린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누가 뭐라 해도 그는 천생 시인"이라고 했다. 한용수 시인은 지난 2009년 내포문화숲길 초창기 홍보국장으로도 활동했다. 내포문화숲길은 예산군 가야산 일대의 자연환경을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조성됐다.

술을 좋아하고 시 쓰기를 즐겼던 한용수 시인은 지난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카카오스토리에 40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오랜 세월 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는 시집을 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처음 시집을 내겠다고 마음먹었을 무렵 혈액암 선고를 받았다. 한용수 시인은 지난해 3월19일 1년 여 간의 투병 끝에 5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끝내 시집을 내지 못한 것이다.  

한용수의 시는 투박하다. 그가 사용한 시어는 정교하게 날이 서 있지 않다. 그렇다고 철저하게 계산된 단어를 사용한 흔적도 없다. 그는 일상적인 언어로 그 날 그 날의 감정을 마치 일기처럼 써서 보관했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시, 혹은 그날의 '감성'을 어딘가로 전송하고 싶어 했다.

400여 편에 달하는 그의 시 중 상당수는 '여기는 예산입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이는 그가 고향인 예산을 사랑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자신의 감성을 누군가에게 '리포팅'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감성의 끝맺음은 늘 예산이다. 그의 감성이 향하고 싶었던 종착역은 결국 사람 그 차제 일지도 모른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에 따르면 한용수 시인은 실제로 사람을 참 좋아했다.

김종대 내포문화숲길 전 사무처장은 "한용수 시인은 술을 마시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말했다. 한용수 시인의 시는 끝내 시집으로 엮여 나오지는 못했다.

"시집 하나 꼭 내주고 싶다"

 한용수 시인은 시의 말미에 '여기는 예산입니다'라는 문장을 자주 사용했다. 그의 지인들이 그의 카카오스토리에 있던 400여편의 시를 제본해 만들어준 시집이다.
 한용수 시인은 시의 말미에 '여기는 예산입니다'라는 문장을 자주 사용했다. 그의 지인들이 그의 카카오스토리에 있던 400여편의 시를 제본해 만들어준 시집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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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사무국장, 이지훈 내포문호숲길당진지부장 등 그의 '절친'들은 궁여지책으로 그의 시 400여 편을 모아 제본을 했다. 가난한 시골의 활동가들은 그렇게 나마 친구의 시집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지훈 내포문화숲길 당진 지부장은 "언젠가는 제대로 된 시집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한용수 시인은 떠났지만 그의 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유미경(공방협동조합 어깨동무)씨는 "살면서 무척 슬펐을 때가 딱 세 번인데, 아버지가 돌아 가셨을 때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그리고 한용수 시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라고 말했다.

한용수는 시인으로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거나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물론 시가 잘 읽히지 않는 세상에서 시인으로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럼에도 그는 늘 시와 함께 살았다.

천생이 시인이라서 일까. 시인 한용수는 그가 매일 하늘로 타전했던 기도문처럼 그렇게 짧은 생을 마치고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나의 기도는 매일 같습니다/ 조용히 눈감게 하소서 / 하루하루 곁을 떠나는 그림 같은 사랑들/ 아픔 앞에 무릎 조아려 / 눈물 보이기 부끄러워 먼저 떠나게 하소서 흔적 없이.../ (2012. 4.4 한용수)

 18일 예산사과와인 은성농장에서는 한용수 시인의 1주기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홍성문화연대의 공연이 펼쳐졌다.
 18일 예산사과와인 은성농장에서는 한용수 시인의 1주기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홍성문화연대의 공연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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