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을 달리면 심코호수를 곁에 둔 배리라는 작은 도시가 나옵니다. 14만 명(2016년 기준)이 사는 이 소도시가 제 워킹홀리데이의 첫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이 낯선 곳에서 제일 먼저 저를 반겨준 사람이 집주인 줄리아입니다. 14시간의 시차와 12시간의 비행에 지쳐 허기지고 피곤하다고 하자 직접 만든 라자냐와 샐러드를 내어주며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녀가 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친동생 마이클이 찾아왔습니다.

"남동생이랑 같이 영화보러 갈 거야."

친구나 연인이 아닌 동생과 같이 영화를 본다고? 먼가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서로 떨어져 살지만 종종 만나 함께 운동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마이클이 자신의 베스트프렌드라는 줄리아. 왠지 그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첫 만남부터 전해진 다정함과 세심함, 그리고 함께 지내며 보여준 활기 넘치는 모습까지,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습니다.

줄리아에게 '네 삶과 일에 대해 듣고 싶다'고 운을 띄우니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방사선 치료사 줄리아의 이야기
ⓒ 최정남

관련영상보기


적정한 노동에서 나오는 삶의 여유

일하러 갈 때도, 마치고 돌아올 때도 항상 생기 넘쳐보인다는 말에 그녀는 웃으며 "내 일이 즐거우니까"라고 답합니다.

"나는 암환자를 돌보는 방사선치료사로 10년째 일하고 있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7.5시간씩 병원에서 보내. 때때로 주말에 비상근무를 하기도 하지만 일년에 6번 미만이야."

그녀의 직장은 시간외근무 시 정상급여의 1.5배, 야근과 주말근무의 경우 추가수당을 지급하는데 이 기준이 잘 지켜진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선 주당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게 일반적이야.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니 일이 끝나면 여유롭게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

 방사선 치료사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줄리아
 방사선 치료사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줄리아
ⓒ 최정남

관련사진보기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해라

"난 내 일이 좋아. 그렇다고 이 일이 쉽다는 건 아니야. 아픈 사람을 만난다는 건 때로는 힘들고 슬프니까."

암과의 싸움은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힘이 듭니다. 줄리아는 이같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그녀에게 '미래를 선택할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강요가 있었느냐'고 묻자 단호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전혀 아니야.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응원하고 도와줬어."

한국에선 자녀가 좋은 대학이나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를 부끄러워하는 부모가 왕왕 있다고 하자 안타까워하며 말합니다.

"좋아하고 자신과 맞는 일을 선택해야 해. 개개인이 자기의 적성과 흥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사회는 충실히 도와야 하고."

 회화모임에서 그린 그림, 그리고 같이 사는 고양이 그렘린과 함께 웃는 줄리아
 회화모임에서 그린 그림, 그리고 같이 사는 고양이 그렘린과 함께 웃는 줄리아
ⓒ 최정남

관련사진보기


인생의 더 많은 기쁨을 마주하자

줄리아가 일을 마치면 그녀의 또 다른 삶이 시작됩니다.

"나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해. 화요일엔 배구, 수요일은 요가, 앞으로 목요일마다 스페인어를 공부할 거야. 주말에는 대학원 과제하고, 중간중간 책도 읽고 영화도 봐. 아! 저번주 금요일엔 회화모임에서 그림도 그렸어."

이뿐만이 아닙니다. 여름엔 하이킹, 겨울엔 스키와 같이 계절에 맞는 스포츠도 즐깁니다.

"Invictus Games(전쟁이나 군복무 중 부상당한 상이군인들이 벌이는 국제 스포츠 경기)가 9월에 토론토에서 열려. 거기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싶어서 며칠전에 면접보고 왔어."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새로운 활력 또한 얻는다는 줄리아. 어떻게 이토록 에너지 넘치는 활동을 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가만히 멈춰있기 보다는 무언가 끊임없이 성취하고 싶다"며 웃으며 답합니다.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비결

줄리아는 인생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현재의 삶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걱정거리가 있냐는 질문에 "가족과 친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어디에서 이런 여유가 묻어나오는 걸까요? 혹여 그녀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진 않을까 해서 물어봤습니다. 좋은 질문이라며 긴 시간동안 골똘히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많은 물음을 던졌지만 이렇게 오래토록 답을 기다린 적은 없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아무런 비결도 없어"라며 미소 짓습니다.

그 미소 뒤엔 이를 가능케 한 사회환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삶과 일의 균형을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말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미소지을 수 있을까요? 여유로운 삶이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닌 모두가 누리는 권리가 되도록, 우리 또한 삶과 일의 적절한 균형에 아무런 비결이 없다고 대답하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바꿔나가야 할까요?

☞ 당신의 이야기도 '뉴스'가 됩니다. 지금 시민기자로 가입하세요!   ✎ 시민기자란?

좋은기사 후원하고 응원글 남겨주세요!

좋은기사 원고료주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늘 고민하는 30대 청년입니다.더보기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7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