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날씨가 따뜻했던 지난 토요일, 우리 동네 길고양이가 애묘인들 사이에서는 '발라당'이라고 표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했던 지난 토요일, 우리 동네 길고양이가 애묘인들 사이에서는 '발라당'이라고 표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조세형

관련사진보기


지금은 고양이 반려인이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지만, 10대 후반 때까지만 해도 저는 고양이를 혐오했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혐오한 '합리적인 이유' 같은 건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요물이다, 재수 없다, 무섭게 생겼다'는 사람들 편견을 그대로 답습해서 '그냥 싫어했던' 것이죠.

그 시절 우리 집에는 작은 마당이 있었고, 날씨가 좋을 때면 길고양이들(당시에는 '도둑 고양이'라고 불렀습니다)이 우리 집 마당에 누워 햇살을 즐기며 쉬어가곤 했습니다. 그런 고양이들에게 작은 땅조차 내주기 싫었던 저는 돌을 던지거나 발을 굴러 그들을 쫓아버리곤 했습니다.

고양이들이 제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잠시 편안히 누워 따스한 햇볕을 즐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 고양이들을 제가 용납하지 못했던 이유는 고양이는 해충 같은 존재니까 무조건 쫓아버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꼴 보기 싫었던 거죠. 그런 저의 편견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잠시라도 곰곰이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런 편견들이 실로 끔찍한 것이라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야 할 의무 같은 건 없으며, 그럴 수도 없습니다. 제가 부끄러운 이유는, 나보다 한참 약한 존재에 대해 '싫다'는 감정을 갖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태도인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나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싫은 감정과 편견이 그 존재의 생사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과거 나치의 인종청소·유색인 차별 등이 합리적인 이유에 기초하여 생겨난 것이었던가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미움이 쌓여 약자들이 희생된 것입니다.

길고양이를 비롯한 '목소리 없는 약자들'의 경우, 우리가 그들을 싫어하는 감정은 생각보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시멘트와 콘트리트로 뒤덮인 지구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그들이 스스로 구할 수 있는 먹이와 물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람들 때문에 황폐해진 지구에서 길고양이들은 음식 쓰레기를 뒤져서 먹이를 구하고, 하수구에 고인 물로 목을 축이며 겨우겨우 살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우리는 미안함을 느끼고 있나요? "꼴 보기 싫으니까 고양이들을 싹 다 잡아가라"고 구청에 민원을 넣거나, "밥을 주지 말라"고 악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요? 우리는 자연과 동물에게 가장 피해를 주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들을 해로운 존재로 규정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는 나보다 약한 존재를 싫어하는 감정을 내려놓고, 그들을 배려할 수 없다면 차라리 무관심해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회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겸 쉼터
 국회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겸 쉼터
ⓒ 조세형

관련사진보기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동물보호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관련 기사: "다음 대통령은 낙후된 동물보호·복지 수준 개선해야")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국회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둘러봤습니다. 지난 1월 국회에는 길고양이 급식소 겸 쉼터가 총 4곳 설치됐습니다. 동물복지를 위해 애쓰는 국회의원·시민단체·수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 덕분에 설치된 것입니다.

국회에 이 조그마한 급식소가 들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을까 생각하니 감사의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길고양이 밥을 주고 있는 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겐 정말로 소중한 결실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제 공청회에서 황동열 동물보호단체 '팅커벨' 대표는 국회 급식소가 모범적으로 운영되어 전국의 공공기관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당당히 요청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저 역시 이 급식소가 뭇 생명들에 대한 배려의 상징이 되어 전국으로 확대 설치되기를 기원합니다.


태그:#길고양이, #공존 , #캣맘, #급식소, #팅커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