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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선 기획 '100인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 하고 싶은 말, 바라는 바에 대해 적어 기사로 보내주세요.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넘어 '이게 나라다'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여러분과 함께 열어나가겠습니다. [편집자말]

나는 묻고 싶다. '이 전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우리는 지난 10년간 철탑만 보고 살았다. 그러나 이 철탑을 따라가니 그 끝에 핵발전소가 있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그 깨달음을 세상 사람들이 함께 나누었을 때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 -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12~13쪽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계십니까? 해가 지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는 깜깜한 시골길입니까? 화려한 조명과 불빛이 넘치는 도심의 한가운데입니까? 아니면 그 중간 어데쯤입니까?

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은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함께 에너지 정책과 대선 공약을 준비했을 겁니다. 전력예비율을 따지고, 전력소비량을 예측하고, 전력수급계획을 평가하고, 발전설비 현황도 살펴봤을 겁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수치와 계산 가운데 송전탑 때문에 망가진 밀양과 청도 할매, 할배의 삶도 있나요? 매일 삼중수소와 같은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고 있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건강과 600회에 이르는 지진에 핵발전소부터 먼저 걱정하는 국민의 불안도 있나요?

월성1호기 쳐다보는 주민 월성원전과 맞붙어 있는 나아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3일 오후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2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월성1호기는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수명연장결정을 해 2022년까지 운행하게 된다.
▲ 월성1호기 쳐다보는 주민 지난 2015년 3월 한 주민이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 2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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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석탄재를 뒤집어쓴 빨래와 텃밭 채소, 발전소에서 날아든 분진에 한 집 걸러 한 집에 암환자가 가득한 동네. 전국 53기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20기를 더 지으려는 계획은 어떤가요? 기준치를 말하기 이전에 피해대책부터 마련해서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석탄화력발전소와 자동차 2100만 대가 뿜어내는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없이 해마다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나요? 모든 걸 고등어와 삼겹살 탓으로 돌리는 황당한 대책 발표는 없을 테죠?

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은 핵발전소의 신화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로 전환하자고 탈핵 로드맵을 제시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지진 활성단층 위에 지어진 핵발전소의 안전 점검부터 시작해서 핵발전소,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고통받았던 이들에게 또다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할 거라면 당신은 필요없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뽑는 이유는 새로운 대한민국에서 모두의 희망을 나누는 데 있습니다.

스위치만 누르면 편하게 쓸 수 있는 전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게 국민에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 불평등한 전력 구조에서 생산되는 나쁜 전기를 쓰지 말자고 국민을 설득하고 새로운 방향을 같이 모색하자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대강 사업의 책임을 묻는 대통령

'고인 물이 썩는다'라는 인류의 경험적 진실과 과학적 상식을 부정해 놓고, 여전히 거짓으로 일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성의 파괴'이자 '사회 정의의 상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성과 상식이 마비된 집단은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이 인류의 수많은 역사를 통해 증명돼 왔다. 4대강 찬동 인사들은 역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이성을 회복하고 상처받은 정의를 조금이나마 다시 세울 수 있는 방법이다. - <녹조라떼 드실래요> 150쪽
낙동강에 8개, 금강에 3개, 한강에 3개, 영산강에 2개 총 16개의 댐(보)을 지어 강의 숨통을 틀어막고는 '4대강 살리기'라 불린 사업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의 삽질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22조 혈세를 쏟아붓고도 매년 보수유지비와 관련 사업비에 부채까지 합하면 30조가 훌쩍 넘어 버립니다.

돈만 갖다 버린 게 아닙니다. 숱한 생명이 그곳에서 자맥질하다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제 강에 더 죽을 물고기도 없다'는 어부의 체념은 우리가 강에 얼마나 참혹한 짓을 저질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어민과 농민들의 피해는 제대로 된 보상없이 거절당해왔습니다.

낙동강에 퍼진 녹조 투명카약을 탄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를 위해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앞 녹조 가득한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를 살펴 보고 있다.
▲ 낙동강에 퍼진 녹조 지난 2015년 8월 김종술 시민기자가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앞 녹조 가득한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를 살펴 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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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은 죽어가는 강을 찾아와 그곳의 비명 소리를 들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습니까? 멀리서 그저 바라보는 강과 가까이에 다가가 보는 강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보 한가득 채워진 강물은 어디에 쓰임이 있는지 알 길 없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강바닥은 펄로 뒤덮여 시궁창에 산다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득실거리게 됐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피어나는 녹조로 강은 몸살을 앓게 되었고,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에 식수원까지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에게 4대강 사업은 어떤 의미입니까?

보 한편에 마련된 홍보관에는 휘황찬란한 조감도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역동하는 강이라며 4대강 사업의 치적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인정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던 시민단체들은 '4대강 청문회'와 '4대강 재자연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에게 4대강 사업은 더 지켜봐야만 하는 사업입니까?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하는 사업입니까? 더 이상 국토가 난도질당하지 않도록 지키는 일. 잘못된 국가정책을 바로잡고 그에 합당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강단이 당신에게 있습니까?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기억하는 대통령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만성폐질환) 임성준(13)군과 가족 및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장을 찾아 항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일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13)와 그 가족, 또다른 피해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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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일종의 교통사고다. 가해자가 있는데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1일, 국회 대정부 현안 질의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방의 세월호'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의 법률분쟁일 뿐, 정부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은 이 참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당신이 꾸린 정부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왜 만나야 되느냐'고 반문하는 장관이 부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했던 국민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 앞으로 예기치 않게 찾아올지도 모르는 재난 앞에 당신의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대할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1994년 유공(현재 SK케미칼)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개발하고, 2011년 사고가 확인될 때까지 17년간 약 20여 종의 제품이 연간 60여만 개 판매되었습니다.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 5463명이 피해 신고를 했고, 이 중 사망자는 1143명에 달합니다. 잠재적 피해자가 수백만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조사를 감안하면 지금의 피해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수차례 골든타임을 놓치고 방관했던 정부는 여전히 적극적인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지 않습니다.

생명보다 이윤만 좇았던 기업은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했고, 국정조사 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은 분노했고, 법원의 판결 앞에서 다시 한 번 한탄을 내뱉었습니다. 지난 1월 가습기 살균제 1심 재판에서 옥시 전 대표 2명에게 각각 징역 7년과 무죄를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같은 달 국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통과돼 가해 기업들의 분담금으로 피해자 구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출연금 부분과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빠져 있습니다. 피해자 범위와 실질적인 지원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크기에 앞으로 보완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미비했던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안전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 어떻게 써나가느냐가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부디 당신이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이 돈 벌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그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국민을 책임질 줄 아는 대통령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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