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는 크지 않지만, K리그 팀들에게 호주 원정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최소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우리나라와 반대되는 계절은 현지 적응에 큰 어려움을 던져준다. 더군다나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제주 유나이티드는 자신들의 축구를 선보였다.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상대 골문을 3차례나 열었고, 원정 승리도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공격에 비해 허약했던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제주가 지난 15일 오후 6시(한국 시각) 호주 애들레이드에 위치한 쿠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H조 3차전 애들레이드와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제주는 조 2위를 유지했고, 16강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이어갔다.

답답했던 전반전과 골 잔치가 벌어졌던 후반전

긴 시간의 비행 때문이었을까. 제주는 경기 초반 홈팀 애들레이드의 강한 공세에 고전했다. 전반 7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진입한 바바에게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내주면서 위기를 겪었고, 마일러스닉과 디아와라에게도 잇달아 슈팅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실점을 내주지 않은 제주는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전반 13분 진성욱이 오른쪽 측면으로 내준 볼이 빠른 역습으로 이어졌고, 황일수가 드리블에 이은 슈팅까지 연결하며 공격의 시작을 알렸다. 전반 30분에는 전반전 가장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왼쪽 풀백 정운이 패스 타이밍에 맞춰 절묘한 침투를 시도했고,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아냈다. 그러나 정운의 슈팅은 골문이 아닌 골키퍼에게 향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에도 제주의 공격은 이어졌다. 마르셀로가 절묘하게 감아 찬 슈팅이 애들레이드 골문을 위협했고, 전반 34분 역습 상황에서 나온 이창민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은 상대 골문을 살짝 비껴갔다. 애들레이드는 몸이 풀린 제주의 공세에 쉽게 전진하지 못했고, 전반전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주도권을 빼앗은 제주와 답답했던 애들레이드 모두 아쉬움이 남는 전반전이었지만, 후반전은 골 잔치가 벌어졌다. 제주는 후반 5분 애들레이드에 선제골을 내줬다. 애들레이드의 중거리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오반석이 핸드볼 반칙을 범했고,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바바가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며 0의 균형을 깼다.

이후 제주 조성환 감독은 장신 공격수 멘디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후반 15분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볼을 잡은 멘디가 상대 수비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각도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멘디의 침착성과 결정력이 빛난 득점이었다.

득점포를 가동한 제주는 기세가 올랐다. 이창민과 황일수가 상대 진영을 흔들면서 슈팅까지 연결했고, 후반 26분에는 역전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황일수가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볼을 살짝 내줬고, 이를 마르셀로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골문 상단 구석을 정확하게 향했던 완벽한 슈팅이었다.

홈에서 패할 위기에 놓인 애들레이드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제주에 역전골을 허용한 지 1분 만에 동점을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치리오가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제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제주는 측면에서 상대를 완벽하게 놓쳤고, 치리오를 막던 박진포가 미끄러지면서 헤딩슛을 방해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38분 제주는 상대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볼을 권순형이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또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1분 만에 애들레이드에 동점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39분 김재성이 살짝 내준 볼을 오치앵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제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치열했던 경기는 이렇게 마무리됐고, 제주는 힘겨웠던 호주 원정에서 승점 1점을 획득한 것에 만족했다.

'우승' 노리는 제주, 안정적인 수비가 필요하다

본인들은 힘들게 득점에 성공했고, 상대에게는 어이없게 실점을 내줬다. 이렇듯 공격은 여전히 빛났지만, 수비가 너무나도 허술했다.

올 시즌 제주의 공격력은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 전북 현대를 떠올린다. 슈팅력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창민과 이날 경기에는 오랜 시간 뛰지 못했지만, 국가대표로도 손색없는 안현범이 공격을 이끈다. 검증된 공격수 마르셀로에 새롭게 합류한 기니비사우 국가대표 멘디와 브라질 출신 마그노까지, 제주는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이날 안현범과 멘디는 후반전에서야 그라운드에 나섰고, 마그노는 출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제주는 3골을 몰아치는 저력을 보여줬다. 투톱을 이룬 황일수와 진성욱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고, 권순형과 이창민이 이끈 미드필드진의 활발한 움직임도 공격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공격이 아무리 강해도 '우승'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비가 꼭 필요하다. 공격은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풀리지 않는 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수비는 공격과 비교해 변수가 적다. 안정적인 수비는 승점 1점을 보장하고, 적은 득점만으로도 승리를 챙길 수 있게 해준다.

지난 시즌 제주는 공격력은 뛰어났지만, 수비에는 문제가 많았다. 38경기에서 71골을 몰아쳤지만, 무려 57골을 내줬다. 강등의 아픔을 겪은 성남 FC보다 많은 실점이었고, 꼴찌 수원 FC보다는 1점이 적었다. 제주가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수비 보완은 필수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제주 수비진에 변화가 있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주역이자 제주 출신이었던 조용형을 복귀시켰고, 196cm의 장신 수비수 알렉스 역시 재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렸었던 '베테랑' 김원일도 새로운 식구로 맞이했다. 물론 좋은 수비수를 영입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과 같은 실수는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편하게 크로스를 올리고, 여유롭게 헤딩할 수 있는 상황을 불러왔다.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리면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선수를 놓치면서 실점을 내줬다. 공간 커버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상대 공격진의 움직임을 끝까지 주시했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장면들이었다.

제주의 강점은 분명 공격이다. 그러나 수비진의 실수를 줄이고, 안정된 모습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올 시즌 이들의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과 같이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제주는 힘겨운 도전을 이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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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VS 애들레이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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