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태국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무앙통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울산의 홈에서 치른 경기였지만, 그들은 무앙통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어내는 데 실패했다. 측면에서 수많은 크로스를 올렸지만, 정확도가 심각하게 떨어졌고, 오르샤를 제외한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울산이 14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E조 3차전 무앙통과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울산은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조 3위에 머물렀다. 반면 무앙통은 울산 원정에서 승점을 따내는 데 성공하면서 조 2위에 자리했다. 

주도권만 잡은 울산

울산 김도훈 감독은 원톱이 아닌 투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방에 이종호와 코바를 내세웠고, 측면에는 스피드가 있는 오르샤와 김인성을 배치하며 공격적인 축구를 예고했다.

그러나 경기는 울산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울산은 전반 2분 무앙통의 빠른 역습에 위협적인 슈팅까지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측면에 위치한 오르샤와 김인성이 빠른 발을 활용한 돌파와 크로스로 기회를 만들려 했지만,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다. 울산 선수의 발을 떠난 볼은 모두 무앙통 수비나 골키퍼의 품에 안기는 상황이 반복됐다.

울산은 답답했다. 크로스 이후 슈팅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다른 공격 패턴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오르샤의 개인기에 의존했다. 오르샤는 전반 26분 페널티박스 좌측 부근에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며, 이날 울산의 첫 공격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오르샤는 전반 30분에도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무앙통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수비수 2명을 제쳐낸 뒤 시도한 크로스가 김인성의 발로 정확하게 연결됐지만, 김인성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품으로 안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전반전에 시도했던 수많은 크로스 중 유일하게 슈팅까지 연결됐다는 점은 후반전에 대한 희망을 안겨줬다.

그러나 울산의 공격은 변화가 없었다. 오직 측면에서 크로스와 오르샤의 개인 능력에만 의존했다. 오르샤는 후반 3분 중거리 슈팅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후반 13분에는 수비수 3명을 따돌리는 멋진 드리블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반 17분에는 오르샤의 드리블이 상대 수비를 흔들었지만, 마무리 패스가 아쉬웠다.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하던 울산은 후반 21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무앙통이 라인을 끌어올린 울산 수비를 패스 한 번에 뚫어냈고, 볼을 잡은 테라실 당다가 김용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아냈다. 다행히도 당다의 슈팅이 김용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며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울산은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울산은 후반 33분 이영재와 디미트리 페트라토스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소용없었다. 공격에서는 오르샤만 보일 뿐이었고, 측면 크로스와 슈팅은 정확도가 심각하게 떨어졌다. 후반 추가 시간 막판에 다시 한번 오르샤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오르샤의 드리블 돌파가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낮은 크로스가 이영재의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수비 몸에 맞고 나가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울산은 90분 내내 상대를 압도했음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헤딩에 취약한 코바, 울산은 '왜' 크로스에 집착했을까 

K리그 팬이라면, 울산의 코바가 헤딩을 싫어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는 측면을 선호하는 선수이고, 올 시즌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스트라이커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날 울산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크로스에 집착했다. 울산 공격의 전부였던 오르샤와 오른쪽 측면의 김인성, 양 측면 풀백 이기제와 정동호까지, 90분 내내 끊임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더 큰 문제는 정확도였다. 크로스의 정확도가 심각하게 떨어졌고, 상대 수비에 전혀 위협이 되지 못 했다.

무앙통은 측면보다는 페널티박스 안쪽 수비에 집중했다. 미드필드진을 포함한 기본 5명의 선수가 수비에 가담했고, 측면까지 포함하면 7명이 넘는 선수가 울산 공격을 방어하는 데 나섰다. 반면 울산은 페널티박스 안쪽에 있는 선수라곤 헤딩을 싫어하는 코바와 이종호뿐이었다. 측면 크로스가 공격 패턴이었음에도 미드필드진의 적극적인 침투는 보기 어려웠다.

부정확한 크로스도 문제였지만, 투톱의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코바와 이종호는 무앙통 수비진과 적극적으로 싸워주기보다는 뒤로 처져 흘러나오는 볼을 노리는 인상이 짙었다. 그러다 보니 무앙통 수비진은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오르샤를 막는 데만 집중하면 위기를 맞이할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오르샤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 오르샤가 측면에서 2명의 수비를 따돌려도 페널티박스 안쪽에는 최소 5명의 선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중거리 슈팅이 나오거나 볼을 끌다 뺏기는 상황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계속됐음에도 김도훈 감독이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후반 8분 이종호가 왼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볼을 코바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듯이,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의 발을 활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아니면 한승규나 박용우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라도 주문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앙통이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은 분명 아니었지만, 울산의 홈이었기에 무득점 무승부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로써 울산은 16강 진출도 불확실해졌다. 3위로 내려앉은 데다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무앙통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홈에서 남은 경기는 조 1위 가시마 앤틀러스전뿐이다. 전북 현대의 불참과 키치 SC(홍콩)전 졸전 등 우여곡절 끝에 ACL 본선행 티켓을 따낸 울산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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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VS 무앙통 유나이티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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