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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눈높이로 보는 세상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척, 친한 친구들, 자주 보는 어른들과 마주치는 정도가 다지요. 자기가 지금 당장 관심 있는 일에만 집중할 뿐, 다른 사람들이 뭘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느라 바쁜 요즘의 어른들 역시 행동 범위와 시야가 좁습니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고, 다들 자기 생업에만 매몰돼 있지요.

이 책 <12명의 하루>는 한 동네 주민인 열 두 명의 캐릭터들이 보낸 24시간을 한꺼번에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갓난 아기부터 할머니까지, 또한 택배 아르바이트생부터 정규직 간호사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남녀노소가 보낸 특별한 하루가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그 중에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동네 출신 유명 음악가의 동상과 동물원의 사자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12명의 하루>의 본문 구성.
 <12명의 하루>의 본문 구성.
ⓒ 밝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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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기에는 '이걸 어떻게 다 한 책에 넣었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한 명도 아니라 열 두 명이라니 복잡할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각 인물별로 네모칸 12개를 배치하고, 아침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인물들의 시간대별 상황을 보여 주거든요.

각자의 네모칸만 집중해서 보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알 수 있고, 다른 칸으로 시야를 넓히면 해당 시간대에 다른 인물들은 뭘 하고 있을지 둘러볼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만나기도 하는데, 네모칸이 가로나 세로로 크게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 밑에는 그 시간대의 동네 풍경을 그려 넣어 자연스럽게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돋웁니다. 또 맨 마지막 장에는 동네 전체의 지도가 실려 있어 앞서 나왔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디서 일어났을지 되짚어 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없고 오직 그림으로만 돼 있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 인과 관계를 유추해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게 짜인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하고 예쁜 그림체와 여백을 잘 활용한 지면 구성 덕분에, 글자를 못 읽는 취학 전 어린이들도 집중해서 볼 수 있습니다.

 <12명의 하루> 표지.
 <12명의 하루> 표지.
ⓒ 밝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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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일본 그림책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아기자기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작가의 용의주도함이 읽으면 읽을수록 빛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반복해서 볼 때마다 발견하는 새로운 사실에 흥분하고, 캐릭터들의 일상이 연결될 때마다 신기하다고 손뼉치며 즐거워했습니다.

인물들 사이에 연관 관계를 찾을 만큼 찾았다 싶으면,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어디인지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각 인물들의 동선은 전체 동네 지도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인 저희 아이들은 딱히 큰 흥미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크면 찾아 보게 되려나요?

아이들 그림책은 몇 번 보고 나면 금세 다 아는 내용이라며 손도 안 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도서관을 이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책이라면 오래 두고 보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12명의 하루>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책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서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하루하루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요. 아이와 함께 읽고 동네 한 바퀴 산책 나가 소소한 얘기를 나눠 보는 시간을 가지거나, 동네 지도를 함께 그려 보는 것을 독후 활동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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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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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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