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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 환상과 향수가 우러나는 이름이다. 한창 어릴 적에 본 만화 영향이 큰 것 같다. 홍콩에 도착해 지하철 노선표를 보는데 눈에 쏙 들어오는 역 이름 '디즈니랜드 리조트'. 본디 미국 것이지만 홍콩에도 있었으니, 기왕 여기까지 와서 한 번 가볼까 싶었다.

그렇다고 비싼 입장료를 내고 놀이기구를 타고 싶진 않았다. 지금껏 살며 세 번쯤 '무서운' 놀이기구를 탔는데, 그 아찔함과 메슥거림을 다시 경험하긴 싫었다. 게다가 실은 모든 게 가짜(만화 캐릭터일 뿐)인 사치스런 놀이터에 돈과 시간을 바치는 게 자존심 상했다.  

하지만, 결국 갔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는데 첫째, 머릿속에 자꾸만 연상되는 풍경을 직접 보고 싶었다. 해질녘 노을에 물든 디즈니랜드 전경이었다. 둘째, 한계를 깨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놀이기구를 여지껏 두려워하고 있다는 게 역시 자존심 상했다.

 홍콩 디즈니랜드
 홍콩 디즈니랜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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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를 한 정류장 남겨둔 '써니 베이'역. 이름처럼 근처에 바다가 있고, 초록숲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때마침 향기로운 바람까지 부니 의지와는 달리 슬슬 마음이 설렜다. 곧이어 들어온 지하철. 누가 봐도 오직 디즈니랜드에 의한, 디즈니랜드를 위한 특급 열차였다.

매표소 앞. 589HKD(홍콩달러)와 100HKD 티켓 중 후자를 요구했다. 전자는 일일권이고 후자는 놀이기구를 제외한 순수 입장권이라 생각했다. 이미 말했지만 나는 디즈니랜드의 한 풍경만을 바랄 뿐이고, 환상을 사고파는 이런 상술에 동조할 의사가 없으므로!

그런데 100HKD는 65세 이상 성인만을 위한 가격. 결국 그냥 돌아가던지 일일권을 사야 했다. 589HKD는 한화로 약 9만 원. 바로 며칠 전까지 중국 본토의 위안 화폐를 쓴지라 체감가는 더욱 비쌌다. 고심 끝에 이번 여행 최대 지출을 감행했다. 그리고 '본전을 뽑기'로 결심했다.

 디즈니랜드행 열차
 디즈니랜드행 열차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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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입장. 곧바로' 판타지랜드' 기차를 탔다. 천천히 디즈니랜드 전체를 관망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금새 하차.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 첫 번째 선택은 하늘을 나는 코끼리. 주로 미취학 아동과 그 부모가 탔는데, 내겐 그마저도 가슴 졸이는 스릴. 그런데, '이거 재밌다!'  

좀 전과 달리 신이 나선 다음 탈 거리를 찾았다. 회전목마에 눈이 갔지만 패스, 과감히 '토이랜드'로 이동했다. 척 봐도 난위도가 다른 놀이기구, 그 중 네 가지에 도전했다. 압권은 낙하산과 O에 가까운 U 레일을 달리는 열차. 겁이 났지만 '이것도 못 하면 뭘 하겠나' 싶었다.

낙하산 모양의 놀이기구는 당연히 낙하산처럼 상당한 속도로 상하 이동을 반복했는데, 인원수를 맞춰야 해서 다행히 외국인 모자 옆에 앉게 됐다. 너그러운 인상의 젊은 엄마는 아들 대신 떨고 있는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추락해줬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고마웠다.

엄청난 경사의 레일 열차를 타기까진 용기가 더 필요했다. 포기할까도 했지만 아니지, 조금씩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먼저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연상되는 광산 열차를, 다음에는 비슷한 환상 박물관 열차를 탄 뒤 도전. 차례를 기다리며 미리 열차의 이동 횟수를 확인했다.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놀이기구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놀이기구
ⓒ 홍콩디즈니랜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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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육! 오! 사! 삼! 이! 일!"…… 심장이 7번 부양하는 느낌, 그리고 7번의 비명. 두렵게만 느껴지던 시간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 어느새 해가 져 주변이 어둑했다. 나는 아직 남은 공포와 천천히 퍼지는 안도와 성취감, 그리고 또 어떤 감정들로 조금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내친 김에 '어드밴처랜드'도 가려는데 안내 직원이 곧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 불꽃쇼의 시작을 알렸다. 무려 일일권을 샀는데 내가 머문 시간은 그 삼분의 일을 썼을 뿐.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실은 모처럼 너무 즐거웠고, 그것으로 족했다.

처음 디즈니랜드행을 고민할 때와는 많이 달라진. 놀이기구를 타면서, 또 무얼 탈까 주변을 둘러보면서 자꾸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가슴 뛰며 행복했던 게 언제지?' …… 희미했다. 이 여행 역시 그래서 시작한 것.

언젠가부터 나는 스스로 과한 의무감을 지고, 자유라 이름 붙인 내 방식만을 고집한 게 아닌지.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고 그 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갈 때, 행복과 가능성은 더 커지는 것. 스무 끼의 밥값이 아깝지 않은 오늘이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람만이 즐기는 이런 비싼 놀이터는 역시 한 번이면 족하겠다!)

 이번 여행 최대 지출
 이번 여행 최대 지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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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멀고 낯선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어딘가 멀고 낯선 곳을 여행할 땐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지난 2016년 11월 9일부터 세 달간의 대만-중국-베트남 여행 이야기입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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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 삶은 계란도 좋아합니다. 여행 하다가도, 계란 먹다가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삶... 을 조심히, 꿋꿋이, 애정 가득히 여행 중입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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