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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는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는 대형 간판이 세워졌다.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는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는 대형 간판이 세워졌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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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보았다. 이제는 빛을 찾아 나갈 차례."
"어둠은 역사 속으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축하하는 피켓을 들고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굳었던 시민들의 표정은 어느새 화사한 봄꽃처럼 활짝 피어 있었다.

'쫓아냈다 박근혜'를 주제로 열린 18차 대구시국대회는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공연과 시민발언 등 축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서로 '고생했다'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시국대회를 진행해온 '박근혜퇴진 대구시민행동'은 오후 2시부터 동성로 일대에 행사부스를 설치하고 촛불과 함께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전시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소망을 적은 쪽지를 붙여놓기도 했다. 또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배 모형과 고래풍선을 띄워놓았다.

11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대구시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11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대구시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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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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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참가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라고 쓴 탄핵떡을 가지고 와 시민들에게 나눠주었고, 다른 참가자들은 "이제 봄다운 봄이 왔다"며 꽃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꽃을 든 시민들은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악수를 하거나 인사를 건넸다.

시민들은 소망을 적은 쪽지에 "사무실에서 업무를 멈추고 모두 함께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에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자리 당신이 있을 자리 아니잖아요"라거나 "힘들게 하지마, 이제 더워지는데 나오게 하지마 제발..."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출근하면서 미처 머리를 손질하지 못하고 '헤어롤'을 꽂고 나온 모습을 패러디해 머리에 헤어롤을 꽂고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이 참가자는 "어제 이 재판소장이 너무 예뻐보였다"며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국대회 때마다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고 밝힌 이철희(26)씨는 "태극기는 국민들이 들어야 하는데 친박단체들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들고 나와 화가 났다"며 "한 민간인에 의해 국정농단이 일어나고 대통령도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데 분노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태극기를 들고 나오니까 어떤 어른은 친박단체 집회 가는 줄 알고 '어디서 집회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촛불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나온다고 말하니까 화를 냈다. 하지만 진짜 태극기는 우리가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설치된 시국대회 사진들.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설치된 시국대회 사진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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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설치된 시민들의 글과 세월호 고래 풍선.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설치된 시민들의 글과 세월호 고래 풍선.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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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세워진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배 모양의 조형물.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세워진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배 모양의 조형물.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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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대회는 1부와 2부, 만민공동회 순으로 진행되고 거리행진은 하지 않았다. 시민발언에 나선 이순희(71)씨는 "어제 탄핵심판을 보면서 가슴이 떨리고 너무 좋으니까 정신도 없이 쓰러졌다"며 "우리가 깨우치고 느낀 것은 어디서든 슬프고 억울한 곳이 있으면 달려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인 이용수(90) 할머니는 "대구사람이 박근혜 찍었으니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는데 이루어졌다"며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는 일본과 합의하지 않았는데 박근혜가 나라를 팔아먹고 우리를 팔아먹었다"며 "우리들은 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게 사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이 머리에 '에어롤'을 꽂고 나왔다.
 11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이 머리에 '에어롤'을 꽂고 나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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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 시국대회에 참하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 시국대회에 참하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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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방세희 학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차 담화를 발표한 다음 열린 시국대회에 나와 발언을 하게 해 달라고 졸라 무대에 올랐었다며 ""제가 그때 어떤 용기가 생겨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박근혜씨의 3차 담화가 너무 어이없었고 세월호가 너무 안타깝고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이 용기가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방세희 학생은 이어 "어제 학교에서 하교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탄핵심판 소식을 듣고 길거리에서 춤을 추었다"며 "이제 제가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개, 돼지가 아니라 이 나라의 주권자가 되었고 제 사랑하는 친구들은 정부의 사육장에서 사육되는 미래의 개, 돼지가 아닌 올바른 미래의 주권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밴드 매드킨이 공연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밴드 매드킨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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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비아트리아가 연주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비아트리아가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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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발언과 함께 공연도 이어졌다. 밴드 '매드킨', 래퍼 김문, 월드뮤직앙상블 '비아트리오', 오영지 프로젝트 등의 공연은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지켜왔던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서승엽 대구시민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오늘의 주인공은 시민들"이라며 "그동안 촛불에 함께한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대구 촛불은 오늘로 끝이지만 박근혜를 구속하지 않거나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촛불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국대회는 18차 시국대회를 끝으로 주말마다 열었던 촛불집회를 열지는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촛불집회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태그:#대구시국대회, #박근혜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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