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관련 장면.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포스터. 국내에선 보기 드문 '낯선' 작품이다. ⓒ 스톰픽쳐스코리아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소재만 놓고 보면 재미없을 수가 없다.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지난 8일 서울 CGV왕십리에서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는 이질감이 들 수 있는 소재들과 설정이 가득 들어간 모양새였다. 그만큼 '낯선' 인상이 강했다.

서른 중반 되도록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장영실(강예원)은 국가안보국 댓글 요원을 끝으로 또 다시 백수에 몰릴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가 예상치도 못한 반전의 기회를 얻는데 바로 국가안보국 간부(조재윤 분)가 보이스피싱에 걸려들면서다. 가장 만만한 영실에게 간부는 돈을 찾으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영실이 그 임무를 받들다가 해당 보이스피싱 업체를 적발하려는 형사 나정안(한채아 분)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적 완성도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철저하게 코미디물의 공식을 따른다. 주요 인물들은 다소 과하게 상황에 반응하며, 현실에서는 감히 통하지 못할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든다. 보이스피싱 회사에 위장 취업한 영실과 정안이 상사의 마음을 사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든지, 각종 주무부서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다든지 등. 때가 되면 적절하게 등장하는 여러 위기들 속에서 영실과 정안의 우정은 커져가고 영화는 어느덧 버디무비 요소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나간다.

이 영화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부정을 저지른 한 나라의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로 수준 높은 시민 의식에 비해 여전히 정치와 제도가 그걸 못 따르기 때문이다. (가상의) 국가안보국, 외교부, 국방부 인사가 허술한 보이스피싱에 걸려든다는 엉뚱한 설정마저 왠지 언젠가 있었던 사건 같다.

뻔히 예상되는 지점을 건드리기에 긴장감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장르물로서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즐기기에 충분한 미덕이 있다. 오락성이 두드러지기에 그간 긴장도 높은 여러 사회 비판 영화들과의 차별성도 뚜렷하다. 보이스피싱에 농락당하는 정부 부처와 고위 인사들을 두 여성이 '주체적'으로 상대하고 놀려먹는다는 설정 역시 쾌감이 있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관련 장면.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관련 장면. 여성 캐릭터들이 주요 서사를 이끈다. ⓒ 스톰픽쳐스코리아


또 하나의 미덕은 그간 한국영화 내에서 가뭄 상태와도 같았던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굳이 페미니즘을 들지 않아도 <비정규직 특수요원> 속 두 여성 캐릭터는 흥행성을 위해 소모된 모습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나름의 기지를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간다. 여성 자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거나 희화화의 대상이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일단 의미 있는 족적이다.

오히려 영화는 한국 사회의 모순된 시스템을 짚고 사람들 사이에 깊이 박힌 고정관념을 비판하는 기능까지 한다. 

극중 대사 하나를 보자. 국가안보국 간부는 정규직 전환을 간절히 희망하는 영실에게 "시작이 비정규직이었으면 끝까지 비정규직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 영실이 주눅들면서도 이후 보기 좋게 그 간부를 골탕먹이면서 일종의 복수 아닌 복수를 한다. 고착화된 비정규직 구조,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용자의 태도를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또한 담당 사건을 축소 은폐하라는 상관의 지시에 반기를 드는 정안의 모습 역시 조직 우선주의에 놓는 일침으로 작용할만하다.

전반적으로 영화적 완성도는 다소 아쉽지만 이런 깨알 설정들이 그 아쉬움을 일부 상쇄한다. 동현배, 김민교, 신인 이정민 등 조연들의 면모도 잘 살아났다. 차려놓은 반찬이 여러 가지인 만큼 마음 놓고 즐기면 되겠다.

한 줄 평 : 현재의 한국영화로서 해내기 어려운 시도들, 그래서 멋지다
평점 : ★★★(3/5)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관련 정보
감독 : 김덕수
출연 : 강예원 한채아, 조재윤, 김민교, 남궁민
제공 및 제작 : 스톰픽쳐스코리아
공동제작 : 컴퍼니에이이엔티
배급 : 이수 C&E, 스톰픽쳐스코리아
러닝타임 : 117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7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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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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