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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강하게 항의하였습니다.
▲ 소름돋던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강하게 항의하였습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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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떵떵거리던 수구세력들의 준동이 심각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의미있는 판결을 믿어보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정권이 어찌하여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을 벌였는지, 그 배경이 중요합니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정보원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사찰기관을 제 맘대로 부리며 권력에 심취했습니다. 국정원은 박근혜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어떤 공작과 조작을 벌일지 모릅니다.

이는 지난 1월, 온 국민에게 섬뜩함을 안겨주었던 9473명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무려 1만명 블랙리스트

박근혜 정부는 무려 1만 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영화배우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김태우씨. 그리고 영화감독 박찬욱, 김지운 감독. 문학평론가 황현산씨, 박범신 작가, 사진가 노순택씨, 김선우, 나희덕 시인 등이 망라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끊거나 검열 및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비밀리에 작성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가요? 그 이유는 더욱 황당하였습니다. 야당 후보인 문재인을 지지했던 예술인들 6517명, 박원순을 지지했던 예술인들 1608명입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정부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촉구한 예술인들 594명입니다.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을 한 문학인들 754명입니다.

단지 문재인과 박원순을 지지하였다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시행령을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혹시 나도 리스트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배우들의 우려가 정말 컸습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있다면 다른 부서의 관련 리스트는 없겠는가 하는 우려도 정말 컸습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목록이 담긴 '블랙리스트' 작성의 총 지휘자로 김기춘(구속) 전 비서실장을 지목하였습니다. 나아가 특검은 3월 6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최종 윗선이 박근혜 대통령일 수 있다고 잠정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물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죄)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블랙리스트의 배후엔 국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청와대와 더불어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습니다. SBS는 1월 8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국정원이 관여한 사실이 문체부 문서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정원이 문화계 인사들의 사상을 검증하고 이를 문체부에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문체부는 리스트를 작성할 때 보안 유지를 위해 국정원은 영문 알파벳 K로 표시했다고 합니다.

당시 SBS의 보도는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2016년 1~2월 기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간부 후보 가운데 김아무개 교수가 포함돼 있는데, 그는 영문 알파벳 K라는 기관의 통보에 의해 무려 30여 년 전에 임수경의 방북을 지지했다는 점과 남편의 언론 관련 활동이 문제가 되어 배제되었다고 합니다. SBS는 "검증이 이뤄질 당시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알파벳 K는 국정원, 알파벳 B는 청와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알파벳 K는 문화예술 분야 외에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 구성, 2015년에 열린 한 공연페스티벌 사업 등에도 표시돼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공연 페스티벌 사업에는 6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두 명 이름 옆에는 B, 다섯 명 옆에는 K라고 표시돼 있었다고 합니다. 청와대와 국정원에서 통보한 7명 가운데 겹치는 한 명을 빼고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입니다. 방송은 또 '아르코 주목할 만한 작가상' 선정 때에도 청와대와 국정원이 각각의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 의혹에 대해 "확인 불가"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국정원의 전형적 수법

우린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의 날개를 달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 테러방지법, 국정원날개법. 우린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의 날개를 달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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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블랙리스트의 알파벳 K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하였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을 사찰하며 비밀리에 정보를 축적하였다가 특정인사에 대해 색깔론을 조장하며 정국에 개입하는 방식은 국가정보원의 전형적 수법입니다.

지난 2002년 10월,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형근이던 국정원이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도청 및 감청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였습니다. 이후 검찰은 국정원 김은성 차장이 유선 중계망 감청장비인 R2(알투)를 이용해 불법 도청을 벌인 사례 7건을 밝혀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도청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김대중 정부 시절로,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이른바 민주당이 집권한 상황에서도 국정원은 도청과 감청을 해왔습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09년 8월에는 인터넷 회선을 감청하는 패킷감청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활동가의 인터넷 전용회선을 2004년부터 무려 28개월간 통신감청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지난 대선정국에서 국정원이 5163부대라는 이름으로 최소한 2012년부터 이탈리아 '해킹팀(Hacking Team)'으로부터 인터넷 감시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을 구입하여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나아가 지난 2016년 3월에 새누리당에 의해 통과된 '테러방지법'의 16조 1항에 따르면, "테러단체의 구성원 또는 테러기도 및 지원자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국가정보원은 이제 자신들이 멋대로 지목한 사람에 대해 일상적인 도청과 감청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청뿐만이 아닙니다. 국정원은 지난 2012년 대선정국에서 국정원은 사이버 댓글부대를 운영해 민심을 교란하였습니다. 그 죄로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구속수감되어 법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원조가 바로 국정원의 댓글부대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지금처럼 박근혜 탄핵안이 마지막 분초를 향하고 있을 때, 국가정보원이 또 다시 이런 사찰과 공작, 인터넷 여론조작에 매달리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해피 엔딩을 향해

그래도 이제, 박근혜 탄핵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3월 10일 11시에 박근혜 탄핵의 대장정이 마무리됩니다. 이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수감되었습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조기대선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보수정권 아래에서 온갖 전횡을 부렸던 국정원과 수구집단은 현 정국을 비상상황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탄핵과 이후 대선의 복잡한 정국에서 정치공작으로 악명을 떨쳐왔던 국가정보원이 실제 공작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촛불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정원의 정치공작을 분쇄할 것입니다.

국정원이 나설 거라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기득권의 승리를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껏 국민들은 권력의 저항을 뚫고 촛불의 위대한 힘으로 박근혜 탄핵정국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금 청와대를 보십시오. 국정원이 아니라 그 할애비가 나서도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정원의 정치공작을 분쇄할 것입니다. 촛불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올곧게 세워지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원고는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박근혜, #국정원, #국정농단, #탄핵,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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