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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 제28회 부산여성·부산여성노동자대회
 .8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 제28회 부산여성·부산여성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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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9주년을 맞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부산에서도 열렸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부산여성 촛불행진'이라는 제목 아래 열린 부산 대회는 "성평등, 비정규직 철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다"라는 기조로 진행했다.

풍물굿패 소리결의 공연으로 시작한 이날 행사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남성 조합원들이 여성 참가자들에게 장미를 나눠주는 순서에 이어 기조발언과 공연, 성평등 디딤돌상 시상 등 다채롭고 의미있는 순서로 꾸몄다.

'3.8부산여성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특색있는 손피켓과 선전물을 들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3.8 세계 여성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109년전인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루트거스 광장에 모여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참정권 보장, 노동조합 결성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유럽에서 기념행사를 가졌으며 유엔이 이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부산에서는 올해로 28회째 공식행사를 가졌다.

풍물굿패 소리결
▲ 여는 마당 풍물굿패 소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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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부산본부 남성 조합원들이 여성 참가자들에게 장미를 나눠주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남성 조합원들이 여성 참가자들에게 장미를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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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소장 변정희
▲ 사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소장 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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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변정희 소장은 "전 세계 여성들의 가장 큰 축제인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시작한다"며 개회를 선언한 뒤 "민주화를 위해 싸우신 분들, 세월호 희생자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 우리가 떠나 보내야 했던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며 묵념하자"고 했고 참가자들은 모두 일어나 민중의례를 가졌다.

제28회 부산여성·부산여성노동자대회의 대회사는 부산여성단체연합 장선화 대표와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하 본부장이 맡았다. 아래는 대회사를 요약한 것이다.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장선화,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 대회사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장선화,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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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노동은 싼 값으로 인식되고 가사노동은 늘 여성의 몫이다. 여성들에게는 공원도, 골목길도, 공공장소의 화장실조차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광장에서 빛을 찾았고 그 빛은 여리지만 강한 힘으로 더럽고 추한 것을 몰아내고 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우리가 촛불을 든 것은 대통령 한 명 몰아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 노력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꾸고 싶은 사회, 여성들과 약자들이 안심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러하기 때문에 박근혜는 탄핵되어야 하고 구속되어야 한다. 촛불이, 국민이 이길 것이다.

작년 말, 박근혜 퇴진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려는 위대한 촛불항쟁의 중심에 여성들이 있었다. 세계 성 불평등 지수 1위 국가를 살아내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정치와 권력에서 소외되어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촛불행진의 끝에 정치의 주인, 권력의 주인으로 당당히 설 여성노동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대회사에 이어 제3회 부산성평등 디딤돌상 시상이 이어졌다. 부산지역 여성권익에 디딤돌이 되었던 인물이나 단체를 선정해 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마련한 성평등 디딤돌상의 올해 수상 단체는 '부산페미네트워크'와 '부산대학생겨레하나'이며 선정 이유는 아래와 같다.

소감을 발표하는 부산페미네트워크 활동가 가을, 부산대학생겨레하나 대표 마희진
▲ 제3회 부산성평등 디딤돌상 시상 소감을 발표하는 부산페미네트워크 활동가 가을, 부산대학생겨레하나 대표 마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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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페미네트워크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추모집회와 여론전을 통해 부산에서 맨 처음 공론화를 시작했다. 이후 대중교통 성폭력 문제, 여성의 생식권을 통제하고 위협하는 낙태법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 부산여성시국집회를 기획한 바 있다. 또한 부산 시국집회에서 여성, 장애인 혐오와 차별 발언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성차별, 혐오발언 없는 평등 집회 만들기에 크게 기여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성주의를 알리는 활동을 통해 일상에 만연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비판하고 평등한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부산대학생겨레하나
2015년 12월 28일 체결한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와 평화의 소녀상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전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노숙농성을 하며 서울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지켰다. 2016년 '미래세대가 세우는 소녀상 추진위원회'의 일원으로 1년 내내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살아있는 소녀상 1인 시위와 수요시위를 펼쳤고 소녀상 이전 및 철거반대 서명운동을 통해 부산시민들의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2016년 12월 31일 소녀상을 건립했고 지금까지 매일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올바를 역사를 세우기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수상단체에게는 상패와 꽃다발, 상금 10만원이 주어졌다.

시상자와 수상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제3회 부산성평등 디딤돌상 시상 시상자와 수상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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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밴드(주문, 일어나)
▲ 공연 산하 밴드(주문,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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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로만 결성된 밴드 산하의 공연 후 기조 발언이 이어졌다.

부산여성단체연합 부대표 조은주,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한누리어린이집 분회장 김미연, 이주민과함께 상담실장 김그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윤서영
▲ 발언 부산여성단체연합 부대표 조은주,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한누리어린이집 분회장 김미연, 이주민과함께 상담실장 김그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윤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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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이 민주주의다
"강력범죄 피해자 중 8~9명이 여성이다. 또한 2일에 한 명 꼴로 배우자나 연인에 의한 폭력으로 죽거나 죽을 만큼 다친다. 평등하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서 여성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변화는 기다린다고 그냥 오지 않는다. 109년 전 광장에 섰던 여성들처럼, 우리의 권리를 위해 스스로 일어서자. 우리가 어떤 성으로 존재한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 부산여성단체연합 부대표 조은주

비정규직 철폐가 민주주의다 
"보육현장은 육아와 최저임금, 노동착취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여성의 노동이 과소평가되고 억압받는 나쁜 노동현장이다. 출근과 동시에 CCTV 앞에 발가벗져 지는 기분이다.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다. 우리가 쟁취해야 할 것은 우리 노동자의 아이들이 누려야 할 평등세상, 해방세상이다." -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한누리어린이집 분회장 김미연

"이주노동자의 반 정도는 여성인데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이주 여성노동자들의 삶이 결코 안전하지 못함에도 상담은 극히 드물다. 그 여성들의 노동이 가려져 있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탓이다. 우리가 이나마 누리고 사는 이유는 온 몸으로 싸우고 피흘리고 다쳤던 여성운동가들이 있었고 목숨걸고 투쟁하던 노동운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자에게 행해지는 차별은 이런 운동의 성과들을 무너트리고 후퇴하게 만든다. 이주여성들의 권리를 함께 지키자." - 이주민과함께 상담실장 김그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가 있던 날, 대학생들은 서울 일본 대사관 앞의 혹한을 이기고 소녀상을 지켰다. 또한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웠다. 한산했던 초량동 일본 영사관 앞이 시민들과 관광객, 해외동포들, 외국인들이 찾아 오는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 영사관 앞의 소녀상은 편한 날이 없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없어져야 할 박근혜 정권의 정책 1호이다. 평화의 소녀상이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 되도록 노력하자. 평화의 소녀상을 꼭 지켜내자."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윤서영

일반노조 대학지회(최저임금 무조건 1만원이야)
▲ 공연 일반노조 대학지회(최저임금 무조건 1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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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부산지역 일반노조 대학지회 노동자들은 트로트 '무조건'을 개사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노래 공연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본대회의 마지막 순서인 선언문 낭독이 진행됐다. 아래 선언문의 전문을 싣는다.

부산성소수자 인권모임 Qip 공동대표 전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여성위원장 주선락,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장명숙
▲ 선언문 낭독 부산성소수자 인권모임 Qip 공동대표 전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여성위원장 주선락,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장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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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부산여성선언문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부산여성 촛불행진

109년전 3월 8일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 울려 퍼진 근무시간 단축, 임금인상, 투표권 쟁취, 노동조합 결성을 향한 여성노동자들의 함성을 우리는 기억한다. 10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여성들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세계 144개국 중 성평등 지수 116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드는 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은 일상이 되었고 살인이라는 공포로 극대화되었다. 성소수자와 다양한 가족 문화는 국가가 앞장서서 배척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졌고, 왜곡된 일 · 가정 양립 정책은 이중의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N포세대,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절망감은, 미래에 대한 꿈은 고사하고 현실의 사소한 행복마저도 허락하지 않은 채 우리를 어두운 터널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광장의 촛불, 민주주의의 촛불은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새롭게 밝혀주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되찾기 위한 싸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참으로 상식적인 가치가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투쟁했고, 국정농단과 적폐의 주범,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권력은 마침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간절함으로 다시 한 번 요구한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성평등은 그 어떤 것 보다 고귀한 가치이고 인간적인 요구이다. 성평등이 민주주의다!

이 땅의 여성노동자들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차별과 착취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노동자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경단녀'로 호명되며 저임금 · 불안정 노동으로 밀려나고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여성을 기다리는 것은 '유리천장'이다. 주요한 업무는 남성의 몫이 되고, 여성은 '기여도가 낮다'는 '만들어진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난다. 그 다음으로는 '독박육아'가 여성노동자를 기다리고 있다. 돌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지만 모성권은 보호받지 못한다. 

중 · 장년 여성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최하층인 간접고용으로 일을 하거나, 국가가 '공식적으로 착취하는' 돌봄노동에 종사한다. 이처럼 이 땅의 여성들은 시기를 막론하고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차별과 착취를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권하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최악의 생존벼랑으로 밀려났다. 시간제 일자리, 간접고용의 증가로 비정규직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여성노동자의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동자의 생존을 외면한 민주주의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비정규직은 노동자를 갉아먹는 적폐이다. 비정규직 철폐가 민주주의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한부' 합의는 일본의 성노예로 갖은 고초를 겪은 할머니들의 명예를 더럽힌 굴욕적인 매국협상이었다. 전쟁범죄에 대한 인정과 공식사죄배상은 없다는 일본정부의 뻔뻔함, 소녀상을 이전하라며 일본의 앞잡이를 자처하는 우리 정부의 어이없는 대응에 분노한 국민적인 저항은 2016년 1년 내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기를, 평화와인권이 강물처럼 흘러 넘치기를 소망하는 국민촛불의 힘으로 우리는 마침내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이루어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일본의 망언과 도발은 이어지고 있으며 사대주의에 찌든 정부의 대처는 더없이 비겁하기만 하다. 지자체들은 관리 책임을 서로 발뺌하며 불법의 낙인을 찍기에만 골몰하고,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에 대한 극우세력들의 훼손 시도는 도를 넘어 서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쉼 없이 수요시위를 이어오신 할머니들의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소녀상 설치에 멈추지 않고 이후에도 한일 '위안부' 협정이 무효화되는 그날까지 소녀상과 함께 일본의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다!

성평등이 민주주의다!
비정규직 철폐가 민주주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다!

2017년 3월 8일
3.8세계여성의날 109주년 제28회 부산여성 · 부산여성노동자대회 참가자 일동

참가자들은 특색있는 선전물품들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나섰다.
▲ 행진 참가자들은 특색있는 선전물품들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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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성소수자가 이긴다
 행동하는 성소수자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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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계여성의날, #박근혜퇴진_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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