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이종득 시민기자는 두 딸이 초등학생 수영선수인 학부모입니다. 올해 들어 각종 수영대회가 취소되는 등 수영계가 뒤숭숭한 상황에 대해 대한수영연맹의 책임을 묻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이와 관련한 수영연맹의 반론 등 다양한 찬반 논쟁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2016년 전남 광주 남부대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겸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1500M 경기 스타트 장면. 7번 레인이 박태환 선수다.

2016년 전남 광주 남부대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겸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1500M 경기 스타트 장면. 7번 레인이 박태환 선수다. ⓒ 이종득


나는 초등학생 수영선수 학부모다. 전남 광양시 중마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두 딸이 국가대표 수영선수를 꿈꾸며 방과 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큰 아이는 2학년 때부터 시작했고, 둘째는 입학하면서 시작했다.

두 아이는 지난해부터 굳이 힘들다는 선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이들은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말하면 수영 끊겠다는 아빠의 협박 때문인지, 수영을 지도하는 감독과 코치의 아이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겨울부터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한다. 아이들이 대견하고 지도자에게 참으로 고맙다.

몇 년째 장래 희망이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딸아이

얼마 전 아침에 큰 아이가 등교하기 전 담임선생님께서 주신 설문지를 내놓아 작성하는데, 장래희망 사항도 있었다.

"국가대표 수영선수."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기자 옆에서 지켜보던 딸아이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영선수만 해서는 곤란한데."
"왜?"

"운동선수는 서른 살까지 하면 힘들거든. 여자는 선수로 활동하는 기간이 더 짧고. 정다래(큰 딸아이는 정다래 선수가 은퇴하면서 제2의 정다래를 발굴하겠다며 시작한 수영교실에서 재능이 있다며 특별히 개인지도를 받았음) 선생님은 25살에 부상 때문에 은퇴했고, 작년에는 중마초등학교 선배인 이지은 선수가 은퇴했고, 얼마 전에 손연재 선수도 은퇴했잖아."
"나는 더 오래할 거야. 걱정 마, 아빠."

나는 설문지에 딸아이의 희망대로 '국가대표 수영선수'라고 쓰면서 혼잣말로 "아빠는 걱정이 된단다"라고 중얼거렸다.

대한민국에서 수영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여자 선수의 신체적 특징 상, 전성기로 활동하는 시기가 고등학생 때인 18세부터 대학을 졸업할 시기인 25세 정도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선수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학에 들어가기보다 실업(기업이 아니라 도청이나 시청 소속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계약직이다) 팀에 입단한다.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활동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대학에서 4년을 보내면 전성기를 다 보내기 때문에 실업팀을 선택하는 것이다. 당연히 선수 생활을 마치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아빠의 걱정을 13살 딸아이는 아직 모르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저 수영이 좋아서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이다. 매일 방과 후 세 시간씩 힘들게 훈련하는 모습을 가끔 지켜보면 그저 대견하다. 아이가 수영을 정말 좋아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지만, 솔직히 아이의 앞날을 생각하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힘들게 훈련하고 저녁 시간에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책을 내밀기가 너무 미안할 정도다. 그러니 공부만 하는 아이들과 경쟁하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기초종목에 속하는 육상과 수영은 동양인들이 세계무대에서 유럽선수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신체조건이 다르고, 유연성과 폐활량 등이 동양인으로서는 불리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런 생각까지 하기 시작하면 생각의 끝은 언제나 딸아이가 좋아하는 수영선수 활동을 그만두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 못하면 아무 보람 없이 아니, 상처만 받고 그만두게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수영과 육상 종목의 경기 기록 향상을 위해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그 성과로 좋은 선수들이 세계적인 기록을 내며 올림픽과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초종목 선수들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으로 인정받는 몇몇 종목에는 기업들의 많은 후원과 지원이 몰리지만, 수영과 육상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오른 박태환 선수마저도 이번 최순실의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불이익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해에는 수영연맹 임원들이 아이들 훈련비 등등을 개인 돈 쓰듯 해서 검찰에 구속됐다. 그래서 대한수영연맹은 지난해부터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받아 운영되고 있다.

 2016년 전남 광주 남부태학교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겸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무 1500M 경기 장면. 박태환선수가 1위로 레이스를 하고 있다

2016년 전남 광주 남부태학교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겸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무 1500M 경기 장면. 박태환선수가 1위로 레이스를 하고 있다 ⓒ 이종득


관리단체 지정 1년, 대한수영연맹 무얼 하고 있나

대한체육회는 지난 2016년 3월 25일 대한수영연맹의 정일청 전무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선수 훈련비 횡령 등등의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되자 관리단체로 지정했고, 관리위원을 파견했다. 그로부터 일 년여가 지났다. 지금쯤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취재한 결과 대회 준비는커녕 연맹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구성도 아직 못했다. 국가대표 감독도 뽑지 못했으며, 국가대표 선발은 물론 상비군이나 꿈나무 선발도 하지 못했다. 대한수영연맹이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해마다 열린 대회가 2017년 들어 취소(해마다 2월에 김천에서 주최한 김천 전국수영대회가 취소됨)되거나 무기한 연기(해마다 3월에 제주도에서 열린 한라배수영대회가 무기한 연기됨)되기까지 했다. 여기에다 앞으로 열려야 할 대회(4월에 열렸던 동아수영대회 등등)도 아직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수영선수들은 분통이 터질 일이다. 실업팀에 입단하는 선수들이야 별 걱정 없을지 모르겠지만,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수영선수 학생에게는 3학년 때의 전국대회 입상 성적이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7월 중순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4개월밖에 남지 않아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선수에게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대표해 출전할 선수를 아직도 선발하지 못했다. 선수를 지도해야 할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도 없다. 국가대표 선발 전 역시 시기와 장소조차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조급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출전만큼이나 출전하고 싶은 대회다. 박태환(현재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대비해 호주에서 훈련 중임) 선수를 비롯한 전국의 선수들이 지난 동계 기간에 얼마나 힘들게 훈련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런데 대한수영연맹은 정작 대회도 주최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는 도대체 뭘 하는 단체인지, 수영선수 학부모이기 전에, 이 글을 쓰는 기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화가 난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피겨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최다빈이 27일 오후 선수단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2017.2.27

지난 2월 27일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피겨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최다빈이 27일 오후 선수단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수영연맹 임원들의 비리사건이 진행되던 때 수영연맹을 책임지던 회장(2010년 3월부터 2016년 하반기 재임)이었다. 검찰은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이기흥 회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자 한다면, 당장 대한체육회장으로서 대한수영연맹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얄팍한 생각으로 권력에게 뇌물이나 바치려 하지 말고, 올림픽 효자 종목에만 집중 투자하지 말고, 프로야구나 농구, 축구 등의 인기종목에만 투자하지 말고, 육상과 수영 등등의 비인기 종목에 골고루 지원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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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영연맹 박태환 정다래 수영대회 국가대표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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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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