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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지도 상담사 노은혜가 쓴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날 때마다 '이 책의 저자는 실생활에서 얼마나 잘할까?'라는 삐딱한 생각이 든다. 남에게 충고하고 지도를 하는 내용과 본인의 실생활은 다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행복 전도사가 자살을 하고,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의 저자가 강연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를 듣고 보았다.

ⓒ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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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내가 가진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에는 '아무개 연구에 따르면'이란 말이 끊이지 않고, 저자가 직접 상담소로 찾아온 아이들을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저술했다. 저자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개인적인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오류와는 거리가 멀다.

내 딸아이가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가 말하는 '결정적 시기' 즉 유아기에 나는 아이와의 '놀기'를 힘겨워했다. 아이와 한 시간 정도라도 재미나게 놀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착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믿는다. 노동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딸아이에게 '피곤하다'라는 말을 자주했다.

딸아이와 놀이를 할 때 의사 놀이를 제안했고 나는 '아파서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 역할을 자원했다. 한두 번 시행착오를 겪은 딸아이는 의사 놀이를 하되 반드시 자신의 환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를 읽어보니, 아이와 놀 때는 그들과 공감되는 언어를 사용하며, 부모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도록 해줘야 한단다. 그런데 나는 그저 '아파서 골골하는 ' 딸아이에게 '간지럽히기'라는 처방을 내린 돌팔이 의사였다.

딸아이는 낮에는 '놀이'도 좋아했고 잘 때는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듣기를 즐겼다. 자신이 사는 세상과는 다른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재미났던 모양이다. 기껏해야 수박 서리 한 이야기, 썰매를 타다가 물에 빠진 이야기, 아버지 몰래 곶감을 빼먹던 이야기일 뿐인데도 딸아이는 깔깔거리며 웃어주었다. 재미난다는 반응을 아끼지 않았다.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재가 고갈되었다. 경험이 바닥나서 창작이 필요했다. 내가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관대한 딸아이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웃으며 질문을 던졌고 재미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창의력의 빈곤 때문에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딸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군대에서 선임이 연애담을 들려달라고 강요할 때 사용했던 방법을 썼다. 아무 소설에서나 읽었던 내용을 적당히 내 이야기처럼 들려주었다. 딸아이는 여전히 나의 팬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읽었던 책도 생각이 나지 않자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구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점점 부실해졌고 매일 밤 '천일야화'를 머릿속으로 집필하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지금 그나마 글을 쓰는 작가가 된 것은 8할이 그때 딸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생각해내느라 겪었던 창작의 고통 덕분이다. 딸아이는 겹치는 이야기에도 흥미를 잃지 않았고 나를 격려해주었다.

나는 딸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힘겨워했고 많이 놀아주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산다. 세상에는 나 같은 부모들이 제법 있는가 보다. 동아대 류미향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36개월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는 부산의 엄마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3세 미만 자녀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락한다'고 한다.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쩌면 한 시간 이상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되지 않는 부모가 많지 않겠는가.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놀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아이와 오래 놀아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딸아이는 도무지 지치고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더욱 힘겨워한 것은 아닐까?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의 우리 아이가 잘 자라게 도와줄 '하루 10분 몰입 놀이 레시피'라는 개념이 어쩌면 요즘 부모들에게는 구세주다.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아이와 많이 놀아주세요', '아이에게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끼게 하여주세요'는 식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조언을 하지 않아서 좋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소개(준비물, 난이도, 장소, 인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할 뿐만 아니라 매 장마다 구체적인 팁을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집중력을 높이는 놀이 규칙'을 위해서는 '한 번에 하나의 장난감을 준다. 제한된 영역에서 놀이하도록 한다. 아이가 선택한 장난감으로 놀이를 시작한다. 아이가 놀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준다'는 식의 매뉴얼이 제공된다.

내 방문을 열고 '아빠 나랑 놀아줘'라고 투정을 부리던 딸아이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끔찍이도 슬프다. 요즘 우리 부부는 딸아이에게 '학원을 가지 말고 같이 놀러 가자'라고 유혹을 하고 공부방에서 거실로 나오면 '우리랑 좀 놀다가 가'라고 애원을 하는 처지다. 딸아이가 주말에 학원을 가겠다면 더욱 슬퍼진다.

내 딸아이가 '아빠 나랑 같이 놀아줘'라고 애교를 부릴 때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가 곁에 있었다면 지금의 후회는 상당 부분 줄어들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 박균호 시민기자는 <오래된새책>(바이북스, 2011),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바이북스), <아주 특별한 독서>(바이북스, 2014), <수집의 즐거움>(두리반, 2015), <독서만담>(북바이북, 2017.2)의 책을 냈습니다.



태그:#놀이,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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