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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엇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인기와 관심도가 예전만 못 한 건 사실이지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특유의 긴장감과 재미에 여전히 흠뻑 빠져들고 있다.

'슈퍼스타K'와 함께 우리나라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보이스 오브 코리아'는 지금 종영됐다. 하지만 아직도 50개가 넘는 나라에서는 인기다. 심사위원들이 외모를 보지 않은 채 오직 목소리로 노래 실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Nelonen> 방송국이 '보이스 오브 핀란드'를 제작하고 있다. 핀란드 최고의 인기 음악 프로그램이다.

올해가 시즌6로 이 프로그램에 사천시 대방동 출신 김승재(28세, 문선초-삼천포제일중-삼천포공고 졸업)씨가 도전장을 냈다. 수백 명이 참가한 프리 오디션을 거쳐 150명이 출전한 블라인드 오디션에서는 <Open Arms>를 불렀고, 심사위원 4명 중 핀란드 '록의 전설'로 통하는 마이클 먼로의 선택을 받았다. <All for Love> 와 <Counting Stars>로 다음 라운드를 잇따라 통과한 승재씨. 이제 실력자들만 겨루는 생방송 무대만 남겨 둔 상태로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 핀란드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승재씨를 지난 4일 목소리로 만났다.

▲ ‘보이스 오브 핀란드’에 출연한 김승재 씨 방송화면 캡처.
 ▲ ‘보이스 오브 핀란드’에 출연한 김승재 씨 방송화면 캡처.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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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핀란드에서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핀란드로 가게 됐나요? 
"연암공업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다니던 2012년에 군대를 전역했어요. 그 때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 게 많아서인지 심란한 마음으로 휴학을 하고 방황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 채팅으로 핀란드인을 만났고 사귀게 됐는데 지금은 제 아내입니다. 일본에서 교환학생 경험을 한 아내는 한국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로 만나고 싶은 마음에 막노동을 한 돈으로 여자친구를 만나러 핀란드로 갔었고, 이듬해 제가 복학을 하고 아내가 한국에 온 후 삼천포에서 3개월 정도를 지냈어요.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와 같이 지낼까 고민하다가 결론은 결혼이었고, 한국에 데려오는게 관련 법상 힘들어서 제가 가는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2014년 6월에 핀란드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지금 오울루에서 신혼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 아직 가수라고 볼 수는 없는데 노래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나요?
"3D 프린팅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품질관리라고 하는데 기계로 제품을 측정해서 품질의 오차 여부를 알려주는 일이에요. 핀란드에 와서 처음에는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어요. 언어장벽 때문이죠.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하다가 아이가 생기고 나서 무슨 일이든 해야 겠다는 생각에 이 일을 하게 됐어요."

▲ SM 가라오케 대회에 출전한 김승재 씨 동영상 캡처.
 ▲ SM 가라오케 대회에 출전한 김승재 씨 동영상 캡처.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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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 오브 핀란드'는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요?
"핀란드 가라오케 바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편하게 그냥 불렀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사람들이 제 노래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맥주도 사주고 해서 거길 자주 갔어요. 그렇게 노래에 자신이 생겼는데 핀란드어로 노래를 부르는 대회(2015년 5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렸던 SM가라오케)가 있었고 거기서 3위에 입상했어요.

또 같은 해 다른 가라오케에 초청돼서 대회에 출전했고 역시 3등을 했죠. 저는 핀란드 사람들이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고, 노래만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한국인 친구가 '보이스 오프 핀란드'에 출전한 걸 보고 저도 출전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처음에는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은 없었고, 그냥 제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했어요. 외로우니까..."

- 우리나라에서는 가수의 꿈에 도전한 적은 없었나요?
"한국에서 '슈퍼스타K'에 도전해서 초반에 실패했어요. 주위에 알리지 않아서 도전한 사실을 아무도 모를 거예요. 노래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 도전이 한국에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 오는 24일 시작되는 '보이스 오브 핀란드' 생방송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노래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생방송서 부를 노래는 방송 제작진과 조율 중이에요. 저는 핀란드곡을 부르고 싶다고 했는데 발음이 아직 안 좋다고 해서 팝을 부르게 될 거 같아요. 방송 출연 전에는 유튜브 보면서 혼자 집에서 연습했는데 작년에 한국에 갔다 돌아오면서 노래방 기계를 가져왔어요. 그 기계로 혼자 흥얼거리면서 노래 했어요. 제대로 연습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죠."

▲ ‘보이스 오브 핀란드’ 블라인드 오디션 방송화면 캡처.
 ▲ ‘보이스 오브 핀란드’ 블라인드 오디션 방송화면 캡처.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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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할 자신은 있나요? 우승을 하면 핀란드 가수가 되나요?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승을 하면 너무 부담스러울 거 같아요. 핀란드가 음악시장이 적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승을 해도 상금은 없어요. 대신 고가의 스피커가 선물로 있고, 자동차는 1년 렌트로 준다고 하네요. 또 여기 음반기획사에서 앨범을 제작해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출연자 대부분이 돈 보다는 자기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도전한 거죠."

- 지금처럼 앞으로도 핀란드에서 살게될 텐데 힘든 점이 많을 거 같아요.
"여기서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문화충격이죠. 핀란드인들이 표현을 잘 못하는데 저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몰라 착각도 많이 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SG워너비 김진호예요. '가족사진'이란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데 핀란드에서 듣고 많은 위로가 됐어요. 고향 삼천포를 생각하면 삼천포대교, 바닷가 풍경, 친구들, 가족들과 보낸 시간이 그리워요. 부모님이 제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잘 지내고 있으니까 웃으시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 승재씨에게 노래부르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사실은 아직 언어장벽 때문에 표현이 서툴러요. 저도 힘들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힘을 주고 싶은데 말이죠. 노래로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아내에게 노래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는 게 좋아요."

- '보이스 오브 핀란드'가 끝나면 가수의 꿈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은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확고히 가졌어요. 하지만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당연히 음악도 같이 하고 싶어요. 음악으로만 돈을 벌기는 쉽지 않잖아요.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공연을 하면서 그렇게 살 거예요."

▲ ‘보이스 오브 핀란드’ 방송화면 캡처. (사진 오른쪽이 김승재 씨 아내)
 ▲ ‘보이스 오브 핀란드’ 방송화면 캡처. (사진 오른쪽이 김승재 씨 아내)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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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3명을 둔 막내 승재씨는 생방송이 시작되는 이달 말쯤 아빠가 된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그는 가족 없이 핀란드에서 혼자 결혼식을 올린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응어리가 됐다. 하루빨리 부모님을 초청해서 유럽여행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다시 한국에 가는 것.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아내의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갈 예정이다. 그때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이국만리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승재씨의 꿈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오디션, #핀란드, #보이스 오브 핀란드,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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