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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들을 접하면 뭔가 찜찜하다. 하지만 딱히 어떤 지점이 잘못된 건지, 왜 기분이 안 좋아지는지 명확히 인지하기는 어렵다. 무엇인가 주장을 하려는 것 같지만 진위 여부가 모호한 말들, 사람들은 이를 가르켜 '개소리'라 칭한다.

 <개소리에 대하여> 표지
 <개소리에 대하여> 표지
ⓒ 필로소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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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들의 언어기술 중 하나인 '개소리'에 대한 심층 분석보고서다.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는 '개소리'를 사회에 만연한 친숙한 개념이자 인간들의 언어 스킬 중 하나로 보고 이를 분석했다.

'개소리(bullshit)'의 사전적 의미는 '헛소리', '허튼소리' 정도인데, 저자는 한 걸음 들어가 개소리와 쉽게 혼동하는 개념인 거짓말, 협잡과의 차이점을 비교하여 그 개념들의 본질적 다름을 구분한다. 종국에는 개소리가 왜 사회문제로 주목해야 하는지 서술한다.

그가 주장하는 개소리의 주요 본질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째,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본인의 말로 진리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진리가 무엇인지 알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과 존중을 보여준다. 반면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진리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말하는 진리값에 관심이 없다. 이것은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진리를 안다고 여기지 않으며 따라서 거짓이라고 여기는 진술을 의도적으로 전파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진술은 그것이 참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거짓말이라면 응당히 그러해야 할, 그것이 참이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 <개소리에 대하여> 37p.

둘째, 개소리는 대중들이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누군가가 주장하는 것이 거짓말로 들통나면 사람들은 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개소리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뿐이다. 따라서 거짓말을 실패하면 수치스럽지만 개소리는 실패하더라도 관용되니 개소리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면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셋째, 결정적으로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강력하다. 거짓말은 아니기에 소송 당할 확률은 낮지만 누군가에게 내 주장을 강력하게 인지시키는 도구로서 적합하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분야는 정치와 마케팅으로, 정치에서 말하는 프레임론과 마케팅에서 말하는 포지셔닝은 모두 개소리 기술에 관한 이론이다.

저자는 이 두 분야(정치와 마케팅)는 말의 진리값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언어조작에 전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건을 '여객선 침몰사고'로 기록해 사건의 규모를 축소시키려고 하는 것이나, '바뀐 건 단 하나, 전부'라는 카피를 활용해 모든 것이 바뀐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된 것 같은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사실 이 아이폰은 몇 가지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었을 뿐인데.

결론적으로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편리하다. 진위 여부가 중요치 않으니 굳이 진리가 무엇인지 알아보지 않고 조금은 부정확하게 묘사해도 되고, 실패해도 대중들은 관대하게 받아들여주고, 강력하게 상대에게 인지시킬 수 있으니 여러모로 활용하기 쉽다는 의미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발언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에 따라 발언권의 수가 증가할수록 개소리 상승률도 비례하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앞으로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다채로운 개소리들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뉴스가 가져다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 제품만족도 등 다양한 생활반경 안에서 '아 저건 개소리군' 하고 넘겨버릴 수 있도록. 또는 내가 개소리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을 때 한 번 더 의식할 수 있도록. 그래야 내 삶의 질이 조금 나아질 수 있을 테니까.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 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필로소픽(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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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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