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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경선 캠프 영입 인사 예종석 한양대학교 교수
 문재인 경선 캠프 영입 인사 예종석 한양대학교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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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캠프의 홍보 책임을 맡은 예종석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다.

그의 부친 예춘호 전 의원은 1980년 김대중 대통령을 돕다가 전두환 군부에 의해 2년 간 옥살이를 했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그는 더더욱 정치를 멀리해왔다.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런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

"내가 정치 혐오가 좀 있었다. 정치인 아버지가 고생하는 걸 지근거리에서 봤기 때문에. 미국 유학중에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서 부산역에서 구속됐다'는 속보를 들었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너는 (한국에) 오지도 마라. 공부만 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이후에 김영삼(YS)이 3당 합당하고 김대중(DJ)이 김종필(JP)과 DJP 연합하는 걸 보면서 '한 사람의 정치철학과 권력욕은 별개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혐오가 생겼다. 그런 마음이 오죽 깊었으면 얼굴 아는 국회의원 있는 자리도 피했겠나?"

그런 그의 생각을 바꾼 건 한 중학생의 글이었다.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중학생이 플라톤의 경구('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를 인용한 편지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뉴스를 들었다. 내 가슴이 저리더라. 정치를 외면하고 살 수 없구나, 내가 정치에 나서는 것도 아닌데 정권교체는 해야겠다,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이 경선을 관망하고 있다. 왜 문재인을 지지하는가?
"내가 한국에서 31년째 경영학,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다. 경영학이라는 게 상당히 현실적인 학문인데, 정권교체라는 현실적 과제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이 100% 옳고, 내 생각과 100%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장 유력한 인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근 출마설 나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문재인의 대장은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발언도 상식 이하 아닌가? 죽은 대통령을 폄훼하는, 페어플레이 정신도 없는 사람이 후보가 될 지 안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런 사람보다 문재인이 인격적인 자질을 갖춘 건 분명하다. 이미 캠프에 왔으니 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더더욱 나의 선택에 확신이 생겼다."

그가 문재인 전 대표를 깊게 알 기회는 별로 없었다. 최근 그를 본부장으로 추천한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마련한 오찬 자리에서 두 사람이 직접 얘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나이는 같지만 문 전 대표가 예 교수가 잠시 다닌 경남중학교 1년 선배이고, 예춘호가 60년대 부산에 세운 영도도서관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문재인 카리스마 없다는 세인들의 평 잘못됐다"

문재인 경선 캠프 영입 인사 예종석 한양대학교 교수
 문재인 경선 캠프 영입 인사 예종석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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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에 투영된 문재인과 실제로 본 사람 사이의 차이가 있던가?
"내가 학생들도 많이 가르쳐봤고, 기업의 경영 자문도 많이 해본 편이라 재계 인사들과도 교류가 많은 편이다. 스키협회 이사를 지내서 체육계 인사들도 비교적 많이 알고, 음식문화 평론을 하면서 이연복·박찬일 같은 유명 셰프도 안다. 그런 입장에서 본 바로는,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문재인은 순박하다는 인상을 줬다.

그 연배의 정치인들은 세파에 시달리고 권력에 찌든 모습이 많은데, 이분 얼굴은 해맑더라. 남의 말 잘 듣는 타입인가 싶었는데 쭉 얘기하다보니 자기 주장이 강한 부분도 보이더라. 2006년 이해찬 국무총리가 삼일절 골프 때문에 말썽 났을 때 경질 건의한 것도 문재인 민정수석이었다고 한다. 이분이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생각 했는데 약해보이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런 면에서 카리스마가 없다는 세인들의 평은 잘못됐더라."

- 문재인 캠프 본부장회의에 참여해보니 어떻던가?
"대여섯 번 나가봤는데 생각보다는 문재인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회의가 아주 생산적이지는 않더라. 기업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정치권 회의에는 그런 습관이 없다. 정보를 공유하기 급급하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난상토론할 여유는 없는 것 같았다. 중요한 결론이 나고 행동에 옮겨지는 기업 회의를 많이 본 입장에서는 아쉬웠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기 전이라 캠프가 아직 활발하게 움직이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본다."

- 문재인이라는 상품을 유권자에게 팔려면 무엇을 강조하려는가?
"마케팅에는 제품 특유의 유니크니스(독특함, uniquneness)가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제일 아쉬운 면은 문재인의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거다. 갖고 있는 것만 제대로 알려도 마케팅은 저절로 될 텐데... 조기 선거가 현실화되면 그걸 잘 알리는 작업만으로도 기간이 짧다고 본다.

거제 포로수용소 생활을 한 실향민 가족, 학생운동으로 구속되고 특전사 끌려간 일, 박원순 조영래 같은 쟁쟁한 인재들 제치고 사법연수원 차석 한 일, 그러고도 시위 전력 때문에 판·검사 임용 못한 일,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활동, 노무현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친 일, 노무현 서거와 정치 입문, 국회의원 당선과 대선 낙선. 내가 읊은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이 이룰 수 있는 경력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종북좌파로 몰린다는 게 더 기가 막히다. 1950년대에 영화 '로마의 휴일' 같은 명작 시나리오를 쓴 달튼 트럼보 같은 작가도 좌파로 몰아 축출했던 게 매카시즘인데, 공수부대 만기제대해서 변호사가 된 사람을 몰아세우는 일이 이 땅에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 교수를 영입한 손혜원 의원은 그에게서 선거전은 물론, 당내에서 '소총'을 쏴주는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예 교수의 생각을 물어봤다.

-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뜨거운 감자'다.
"나와 손혜원, 문재인 셋의 오찬 자리에서 손 의원이 '최고의 공격수가 왔다. 싸움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은 그 말 듣자마자 '공격은 안 하셔도 된다'고 하더라. 그런 게 싫다는 거다. 내 성격이 급한 편이라 누가 빨갱이라 하면 '빨갱이 아니라고 바로 쏘아붙여야 하는데 왜 저렇게 뒷짐 지고 있지' 생각할 때가 많았다. 방송인 김제동처럼 '나는 종북 아니라 경북'이라고 시원하게 받아쳐야 하는데, 문재인이나 박원순은 그런 말 들으면 허허 웃고 넘어가더라."

- '공격하지 말라'는 문재인의 홍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인가?
"내 성격상 남을 헐뜯는 악의적 공격이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안 맞다. 그러나 후보의 실체를 자꾸 왜곡하는, 악의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공격에는 당당히 맞대응하겠다. 그런 걸 다 당하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나? 그게 공격이라면 그런 공격은 당연히 할 것이다. 방어 차원에서라도 할 것이다."

"언더독 효과 기대하겠지만, 앞서가는 사람의 밴드왜건 효과도 있어"

"다가올 선거는 양상이 또 다르다. 일단, 지지율 1%도 안 나오는 후보들까지 모조리 문재인을 공격하고 있다. 추격자들은 언더독 효과를 기대하겠지만, 앞서가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밴드왜건 효과도 있다. 그런 타이밍을 잘 잡아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싶다."
 "다가올 선거는 양상이 또 다르다. 일단, 지지율 1%도 안 나오는 후보들까지 모조리 문재인을 공격하고 있다. 추격자들은 언더독 효과를 기대하겠지만, 앞서가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밴드왜건 효과도 있다. 그런 타이밍을 잘 잡아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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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기간이 길지 않아서 후보의 숨겨진 면모를 홍보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기왕 드러난 걸 홍보하는 게 더 필요해 보이는데...
"그래서 나 같은 마케팅 전문가가 필요한 거다. 그러나 여기서 내 보따리를 다 풀어놓지는 않겠다. 영업비밀이다(웃음)."

그러면서도 그는 하나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대선, 특히 1992년 대선에서 남부 출신의 민주당 후보(클린턴)는 걸프전을 이긴 공화당 후보(아버지 부시 대통령)를 이기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클린턴의 이러저러한 약점을 다 덮어버린 것은 전략가 제임스 카빌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슬로건이었다.

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거기에 견줄만한 슬로건이 1997년 DJ의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한 방의 촌철살인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가올 선거는 양상이 또 다르다. 일단, 지지율 1%도 안 나오는 후보들까지 모조리 문재인을 공격하고 있다. 추격자들은 언더독 효과를 기대하겠지만, 앞서가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밴드왜건 효과도 있다. 그런 타이밍을 잘 잡아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싶다."

"신인 발굴해서 아슬아슬한 경선으로 키울 때 아니다"

- 다른 캠프 사람들도 '우리 후보의 장점이 잘 부각 안된다'는 비슷한 고민을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캠프의 경우 "5년 전보다 토론이 많이 늘었는데, 그런 면이 더 부각되면 지지율 오른다"는 기대감이 있다.
"저도 그분과도 재단 이사회 등에서 같이 일해 본 입장에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건 그렇지만, 최근에는 말수도 늘고 말이 좀 독해진 경향이 있더라. 그럼에도 문재인 측을 겨냥해서 '짐승만도 못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 놀랐다. 지나쳤다. 같은 당 박지원 대표의 '선 총리지명 후 탄핵'도 뒷북 두드리는 얘기 아닌가?"

- 당내 경선하고 본선은 홍보 양상도 많이 다를 것같다.
"당연하다. 민주당 후보 3명이 전체 1~4위권에 있다. 아무래도 한울타리이고 같은 당이라서 서로 관대한 것 같은데,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이나 대연정 논쟁 때는 더 세차게 반박했어야 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아주 더 나아가서 바른정당과 손잡는 것까지도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의 정국을 만든 집권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건 영혼 없는, 철학 없는 정치다.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꼭 이뤄야겠다. 젊은 신인 발굴해서 아슬아슬한 경선으로 키울 때가 아니다. 안희정과 이재명을 언제 키운단 말인가? 전에 못 보던 사람이 사이다 발언하니 시원하고 좋지만, 그런 후보를 본선에 올려 보내고 정권을 맡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선거를 치르지 않았으면 한다."

"경선 과정에서 개헌 논쟁 적극적으로 해야"

"문재인은 YS, DJ보다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국민들의 정권교체 염원이 남다른 국면에 있다. 2012년에는 연합정치를 제대로 못했지만, 이번에는 필요하다면 정의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소연정'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문재인은 YS, DJ보다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국민들의 정권교체 염원이 남다른 국면에 있다. 2012년에는 연합정치를 제대로 못했지만, 이번에는 필요하다면 정의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소연정'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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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지사가 2월 28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국회 개헌특위가 정하면 임기단축 개헌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말도 그렇다. 지금 탄핵 인용된다는 보장이 안 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얼마나 눈앞의 권력 잡기에 급급하면 그런 약속을 하는가? 나도 5년 단임제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일부가 얘기하는 이원집정부제는 전두환 집권 시절 등장했던 논리다. 더구나 탄핵 인용 후 60일 이내에 선거해야 하는데 언제 개헌이 가능하겠냐? 대부분의 개헌론자들이 '빅텐트' 얘기도 많이 하던데, 텐트라는 게 집 없는 사람들이 치는 거 아닌가?

지지율 1%도 안 나오는 사람들끼리 합쳐서 권력을 분점하자는 발상이 밑에 깔려있다. 그리고 현대국가에서 외치와 내치를 어떻게 나누겠나? 1961년 5.16 쿠데타로 무너진 제2공화국 윤보선 대통령-장면 총리 체제로 다 겪어보지 않았나? 민주당 신·구파 싸움 때문에 보름짜리 장관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나는 경선 과정에서도 개헌 이슈에 대한 논쟁을 적극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 본선의 홍보 전략은 어떻게 해야하나?
"외연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촛불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의 중간에 있는 분들을 우리 편으로 모셔와야 한다. 이 정도의 조건에서는 문재인 지지율이 50% 넘어야 하는데 30% 대에서 왔다갔다 한다. 문재인이 구악들을 다 청소해야 한다고 한 얘기도 보수는 '큰일났다. 다 집결해야 한다'는 전략적 멘트로 만들고, 그게 또 일정하게 먹힌다. 내가 만나는 기업인들 중에도 박근혜 대통령 잘못 인정하면서도 진보세력의 집권에는 불안해하는 분들이 상당하다. 이런 분들을 끌어오려면 정책으로, 공약으로, 태도로 보여줘야 한다."

- YS나 DJ 같은 거물도 타 세력과 연합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
"문재인은 YS, DJ보다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국민들의 정권교체 염원이 남다른 국면에 있다. 2012년에는 연합정치를 제대로 못했지만, 이번에는 필요하다면 정의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소연정'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안철수는 문재인이랑 붙으면 결국 자기가 이긴다고 하는데, 현실성 없는 얘기 아닌가? 선거 초반이니 그런 얘기들을 하겠지만, 막판에는 손을 잡아야하지 않겠나?"


태그:#예종석, #문재인, #손혜원, #안희정, #예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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