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2차전 수원 삼성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선취골을 기록한 수원 산토스가 기뻐하고 있다. 2017.3.1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2차전 수원 삼성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선취골을 기록한 수원 산토스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1일 시작된 2017 AFC 챔피언스리그(아래 ACL)를 지켜보면서, '허무하다'란 단어가 유독 많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전반부터 경기를 주도했고, 페널티킥과 상대 수비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가져갔음에도 헐크의 중거리 슈팅 한방에 무너진 FC 서울과 압도적인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하미레스의 한방에 무너진 제주 유나이티드 때문인 듯싶다.

그리고 1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광저우 헝다의 2017 ACL 조별리그 G조 2차전 경기 역시 '허무하다'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수원은 염기훈의 날카로운 킥과 조나탄과 산토스의 결정력을 앞세워 2017 ACL 강력한 우승 후보 광저우를 몰아붙였지만, 굴라트와 카르발류의 기습적인 슈팅에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물론 이날의 무승부는 수원이 경기 운영을 잘못한 탓이 가장 컸다. 이날 수원의 경기력은 매우 좋았다. 염기훈과 조나탄, 산토스가 이끈 공격은 간결했고, 빨랐으며, 위협적이었다. 이용래와 이종성이 이끈 중원 역시 광저우 미드필드진을 압도했고, '베테랑' 이정수가 이끈 스리백 수비는 견고함을 자랑했다.

수원이 굴라트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에 동점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경기를 주도하며, 여러 차례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만들어냈다. 광저우 수비는 조나탄과 산토스의 스피드를 막지 못했고, 수원이 상대의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수차례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역전골을 뽑아냈고, 골대가 아니었다면 추가골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수원은 너무나도 일찍 경기 템포를 늦췄다. 후반 10분이 넘어가면서 압박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뒤로 내려앉는 모습이 보였다. 볼 소유는 훨씬 길어졌지만, 경기 속도가 느려지면서 이전과 같은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조나탄이 개인 능력을 이용해 기회를 만들기는 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지키기를 자처한 수원은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다. 이후 다시 공격에 힘을 실어봤지만, 떠나간 분위기를 되돌리기란 불가능했다. 팀으로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고, 압도하기도 했지만, 상대 공격수의 개인 능력에 또다시 아쉬움을 남겼다.  

2017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왜 이리' 허무할까

중국 슈퍼리그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으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아직 우리나라와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 클럽의 공격은 오로지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한다. 조직력은 찾아보기 어렵고, 선수 개인의 능력이 아니면 득점을 만들기도 힘들어 보인다.

중원과 수비진을 봐도 K리그가 중국에 밀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압박과 연계, 전술 변화 등 모든 면에서 K리그가 우위에 있다는 것은 경기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수비 역시 조직력과 대처 능력을 보면 K리그가 앞선다.

그런데 K리그는 결정력에서 만큼은 중국 클럽을 이길 수가 없다. 100억 원을 우습게 만드는 중국 클럽의 투자는 확실한 득점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와 중국 클럽의 대결에서 그들의 승리를 만들어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축구의 가장 큰 문제인 골 결정력을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해결한다. 오로지 결과만을 위한다면, 이러한 투자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상강과 장쑤 쑤닝, 광저우가 이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K리그 클럽은 보통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수비에 가담하는 중국 클럽의 골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이날 수원이 무려 2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이는 중국 최고의 클럽이자 2017 ACL 강력한 우승 후보인 광저우였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다수의 중국 대표팀 선수들을 보유한 만큼, 수비보다는 공격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K리그 수비진이 세계적인 공격수를 90분 내내 봉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지난 21일 서울과 상하이 상강의 경기에서 헐크에게 내준 완벽한 슈팅 기회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22일 제주와 장쑤 쑤닝의 경기도 그랬고, 이날 수원과 광저우의 경기 역시 '월드 클래스' 선수들에 내준 슈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허무하다. 우리는 상대의 막강한 '투자' 앞에서 오직 '노력'에만 기대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공격수를 상대로도 무실점 수비를 선보이기를, 많은 훈련을 통해 상대의 밀집된 수비를 뚫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야 한다. 과연 K리그는 2017 ACL 무대에서 중국 클럽을 상대로도 승리를 챙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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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슈퍼리그 수원 삼성 VS 광저우 헝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A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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