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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강북구위원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7대 강북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업무추진비가 구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오래된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강북구의회가 2014년 7월에서 2016년 12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사용한 금액은 2억4435만7700원으로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운영위원장, 행정보건위원장, 복지건설위원장) 등이 업무추진비로만 매년 1억여 원을 사용한 것입니다.

사용 목적을 살펴보면 의원 간담회, 사무국 직원 격려, 의정활동 유대 비용이 대부분이고 사용 장소는 90% 이상이 음식점입니다. 술집에서 사용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호만으로 술집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130건이고 술을 곁들였다고 추정할 만한 고깃집, 횟집, 족발집, 곱창집 등에서 사용된 경우는 부지기수입니다. 2억 원이 넘는 주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구의원들이 밥값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사용과 공개에 관한 표준안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사용과 공개에 관한 표준안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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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3년, 지방의원들이 지켜야 할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 표준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강북구의회는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권익위 표준안을 위반한 사용 내역도 많습니다.

먼저 휴일(토,일요일,공휴일)에 사용한 금액이 3730만1740원으로 전체 사용금액의 15.3%에 달합니다. 심야시간대(23시 이후)에 사용한 경우는 28건, 휴일에 강북구가 아닌 지역에서 사용한 경우도 48번이나 됩니다. 명절 선물 등 의회 사무국 직원들의 격려 물품을 산 금액도 200만 원이 넘고 자택 근처의 마트, 과일가게, 제과점 등에서 사용한 경우도 50여 회에 달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 표준안 위반 및 부적절한 사용 사례>

1) 술집 사용
2016년 9월 24일(토) 22시, 서울시의원과의 정책간담회 명목으로 라이브카페에서 47만 원 사용(후반기 의장)
2014년 12월 20일(토) 19시 21분, 업무상 유대 비용 명목으로 Bar에서 23만5000원 사용 2015년 7월 9일 15시 24분, 업무상 유대 비용 명목으로 민속주점에서 22만2000원 사용 2016년 3월 18일 15시 33분, 오뎅바에서 19만8000원 사용(전반기 의장) 등

2) 심야시간대 사용
2014년 12월 16일 새벽 2시 23분, 업무상 유대 비용 명목으로 치킨 호프집에서 5만9000원 사용(전반기 의장)
2016년 3월 15일 새벽 1시 23분, 사무국 직원 격려 명목으로 횟집에서 22만5000원 사용(전반기 운영위원장)
2014년 12월 6일 새벽 1시 51분, 업무상 유대 비용 명목으로 호프집에서 5만2000원 사용(전반기 부의장) 등

3) 고액 사용
2016년 6월 30일, 사무국 직원 격려 명목으로 닭갈빗집에서 60만3500원 사용(전반기 의장)
2016년 11월 11일, 의정활동 유대 비용 명목으로 일식집에서 56만 원 사용(후반기 의장)
2014년 10월 20일, 업무상 유대 비용 명목으로 고깃집에서 47만3000원 사용(전반기 운영위원장) 등 

4) 직원 격려 물품 구입에 사용
2015년 9월 22일과 23일, 사무국 직원 격려 물품 명목으로 화장품가게에서 각 42만 원 사용(전반기 의장)
2016년 설맞이 사무국 직원 격려 명목으로 35만 원(전반기 의장), 45만 원(전반기 부의장), 20만 원(전반기 운영위원장), 38만 원(전반기 행정보건위원장), 20만 원(전반기 복지건설위원장) 총 158만 원 사용
자매결연 지방의회 특산품 구매 후 사무국 직원 격려 명목으로 모 영농조합법인에서 45만원(후반기 의장), 9만7000원(후반기 운영위원장) 사용

5) 기타 : 개인용도 사용 의심, 특정업소 편중
마트, 제과점, 피자 등 사용 총 225건, 1222만580원
건강원에서 12만 원, 사진관에서 3만6000원 사용(전반기 의장)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인근 빵집에서 7회, 21만8600원 사용, 아파트단지 바로 옆 슈퍼와 과일가게에서 31회, 133만2950원 사용(전반기 복지건설위원장)
전체 사용금액 2473만5570원의 1/4에 달하는 620만6400원을 특정 식당에서 사용한 경우(전반기 운영위원장)

투명한 사용을 위한 감시와 견제 시스템의 부재

소중한 세금을 사용하지만, 결제 및 증빙서류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월 1회 정도 사용한 금액을 모아 한꺼번에 지출결의서와 결제서류를 작성합니다. 그나마 2015년까지는 함께 사용한 인원수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정보공개 청구가 없으면 사용 내역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지도 않아서 주민들은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습니다.

강북구의회 사무국이 작성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과 결제서류
 강북구의회 사무국이 작성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과 결제서류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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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이 강북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전국 지방의회의 연간 업무추진비는 405억 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8곳만 지방의회 사무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고 기초의회는 사정이 더 나빠서 시·군·구청이 의회를 감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방의회가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업무추진비는 지방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와 지방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52.7%인 128개(광역 16개, 기초 112개)에 불과하고 조례를 통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기초의회는 서울에서 도봉구의회가 유일한 실정입니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역 정치를 바꿔야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거대정당들은 이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지방의회 개혁문제는 항상 진보정당이 제기하고 대응해 왔습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거대정당의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원외 지역위원장도 지방선거 공천권을 통해 지방의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방자치와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국회의원이든, 원외 지역위원장이든 지방의원을 차기 선거의 조직책 정도로만 인식하기 때문이고, 지역 정치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강화라는 목적이 아니라 중앙정치를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강화하는 장으로서 지역 정치를 고민하고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키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지방의회에서부터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에 그동안 쌓여온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앙정치와는 다르게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지역 정치에도 오래된 적폐들이 많습니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문제와 같은 지역 정치의 적폐는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 강북구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강북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과 공개에 관한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태그:#강북구의회, #강북구, #정의당, #업무추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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