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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감격스러움보다는 학부모로서의 책임감이 더 앞선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시골마을의 '작은학교'다. 전남 영광의 묘량중앙초등학교는 통폐합 대상이었다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헌신적인 노력끝에 기사회생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진다'는 단순한 명제가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다. 2012년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된 학교는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지역주민들의 응원 속에서 성장해왔다.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 모델인 '무지개학교'에 선정되어 올해로 4년차 종합평가를 앞두고 있다.

국가가 포기한 학교를 살렸다

작은학교교육연대 11년의 기록
▲ <작은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 표지 작은학교교육연대 11년의 기록
ⓒ 내일을여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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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교사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교가를 부르는 한 산골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장면을 TV로 보았다. 효율성을 앞세운 소규모학교통폐합 정책은 그 효과에 대한 분석 평가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마을에서 많은 학교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2011년 1월 발표한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재정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실제 통폐합으로 인한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보고서는 오히려 학교를 통폐합하면서 정주 여건이 악화돼 지역사회의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공동체 문화가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작은학교는 절망적인 농촌마을을 재생하고 부흥하는 희망의 밀알이다. 도시의 큰 학교들과 견주어 교육력면에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작다'는 특성은 교육적 강점으로 작용한다. 작은학교교육연대가 펴낸 책 <작은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를 보면 작다는 이유로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들이 공교육 혁신의 선두주자로 어떻게 변신했는지 잘 나와있다.

"'작은 곳'이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가까운 정도를 말한다. 가까움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작은 일, 작은 것에 주목할 때 살아난다...(중략)...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 전체에 맞추기보다 한 학생 한 학생의 가정환경과 개성, 발달과 성장 등을 보려고 한다. 돈을 쓸 때도 학생들의 바람, 움직이는 동선, 관계, 교육 따위를 고려하여 우선순위를 정한다.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등을 만들어 저마다 이야기를 하고 합의된 내용을 실천하고자 한다.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주변의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배우고자 한다.

텃밭 농사, 집짓기, 우리 마을의 역사, 마을과 함께하는 운동회, 학생들이 섞여서 배우는 무학년제 따위를 실현하고자 한다. 전체에 사람을 끼워넣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연에 가까운 만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길 바란다. 뭉뚱그려지고 추상화된 개념이 곧 큰 것이다. 작다는 것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와 어리고 공부 못한다고 소외받는 학생을 보통 학생과 똑같이 봐주는 눈, 학교 주변에 핀 들꽃 한 송이를 아끼는 마음, 온 우주의 목숨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행복할 때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 따위를 뜻한다."(19~20쪽)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도 변했다.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학교 운동회는 연중 마을의 가장 큰 축제가 되었다. 아이 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댄 학부모들의 공부모임 불빛이 시골밤을 밝혔다.

학교는 아이들의 배움터를 넘어 마을의 배움터로 진화해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나날이 빈집이 늘어가고 인구가 빠져나가는 시골 농촌마을의 학교는 젊은이들이 귀농, 귀촌을 결심할 수 가장 큰 이유가 된다. 학교가 마을에 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며 정착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는 곧 마을의 미래다.

공립형 대안학교의 가능성을 보다

꿈을 꾸는 것은 쉽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을 지배하는 기존의 관행과 편견을 뛰어넘어야 한다. 생각과 개성이 각기 다른 교육 주체들간 협력적 체계를 만드는 과정도 간단치 않다. 발로 뛰는 몸보다 지시하는 머리들이 많아지면 반목과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현실의 조건이 어려워서 못할지라도 적어도 생각은 교육과 학생들을 제일 앞에 두고 고민을 하는 것이 교육이다.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거짓교육이다. 교육이 교육답게 가려면 배우는 학생들의 삶을 가꾸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교육과정의 구성과 운영,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은 학생들이 삶을 가꾸는 쪽으로 가야 한다."(35쪽)

이 책의 글쓴이들은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로 작은학교의 가치를 지켜왔다고 적고 있다. 아이들의 참삶을 가꾸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의 본질을 따져 물었다. 참된 학교란 무엇인가 질문하고 토론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아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교육이었음을 반성했다.

교육현장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은 혁신학교 정책으로 이어졌다.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계획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공립형 대안학교라고도 할 수 있는 혁신학교란 학교단위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민주적 학교 운영, 창의적 교육과정, 학생중심 현장중심 학교문화 개선 등을 목표로 한다. 

작은학교, 위대하지만 늘 흔들린다

이 책은 작은학교를 만들어온 교사들의 기록이다. 그들이 주입식 수업을 바꾸고 관료적인 교사문화, 학교문화와 싸우며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기록이다.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보람과 좌절이 공존하는 나날들이 쌓여 지금의 작은학교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작은학교들은 교사들의 중심에 서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반면에 우리학교는 학부모가 중심에 서고 교사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해왔다.

폐교 위기를 벗어난 묘량중앙초등학교 운동회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가장 큰 마을축제다.
▲ 마을축제가 된 작은학교 운동회 폐교 위기를 벗어난 묘량중앙초등학교 운동회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가장 큰 마을축제다.
ⓒ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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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관과 학교 운영에 대한 이견이 잦아지면서 학부모와 교사들간의 소통, 협력이 뻐거덕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위기의식에 대한 체감온도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자발적 조직들은 5년마다 위기를 맞는다. 처음에는 '얼씨구!' 하며 불같이 일어났다가 안정이 되면 고만고만한 실천으로 지루해진다. 빠져나가는 사람이 생긴다. 소수에게 일이 집중된다. 떠넘기기 바빠진다. 처음의 뜻을 살려 새로운 실천의 길을 열면 다시 5년을 간다. 다시 위기를 맞는다. 누군가 이야기하여 함께 새 길을 연다. 이 속에 삶이 있고 교육이 있다."(51쪽)

작은학교는 늘 흔들린다. 교사들은 발령받아 왔다가 임기가 끝나면 나간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길어봤자 6년이다. 어차피 바뀐다. 때문에 주체가 바뀌더라도 작은학교다운 교육철학과 운영방법이 계승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타 학교의 사례들을 읽으며 우리학교에 감도는 위기감이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복잡해 보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작은학교를 일궈왔던 교사들, 선배들의 충고는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의 삶을 그 중심에 세우라'는 것이다. 그것이 작은학교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작은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 (작은학교교육연대 지음 / 내일을여는책 펴냄 / 2016.12 / 20,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 - 작은학교교육연대, 11년의 기록

작은학교교육연대 지음, 내일을여는책(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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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2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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