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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림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대선 후보가 되기 전부터 이재명의 '말'은 다양한 경로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페친'들의 공유 속에, 포털 사이트의 여기저기에, 그의 말을 담고 있는 영상과 텍스트가 점점 늘어갔다. 이재명의 말은 '사이다'같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단지 속이 후련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한 명'의 말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이다'처럼 느껴졌다는 건, 그 '한 명'과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눈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일 게다. 지금 우리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터무니없이 잘못되고, 어긋나고, 엉망진창인 일들. 이 일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개할 때 그 '한 명'도 함께 분개한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도자.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런 지도자라면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그 역시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 테다.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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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이재명의 현실 인식은 분명하다. 지금 이 사회의 병폐들은 친일, 독재, 부패 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여기에다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글로벌 자본까지 손에 쥔 재벌이 이들 위에 서게 되었다는 것. 이들 지배권력은 국민 삶의 질과 행복, 안전에는 큰 관심 없이 사익 추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청년들에게 '살기 싫은 나라'가 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기말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회의 기득권층은 큰 문제의식 없이 뻔지르르한 말로 지금의 상황만 모면하려 든다. 과거를 묻고 현실을 안일하게 해석하고 미래를 부풀린다.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이 일하는 나라, 2천만 노동자 중에 비정규직이 900만인 나라, 행복하지 않고, 피로하고, 우울한 나라. 그래서 희망 없는 나라. 그런데도 '이 상태에서 약간의 변화'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재명은 혁명을 제안한다.

"다수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친일, 독재, 부패 세력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일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엄청난 용기와 결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단지 권력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기득권 구조를 깨고 공정한 사회로 새 출발하는 일이 실현되진 않는다. 국민 개개인의 변화를 향한 혁명적 에너지가 한데 모여야 정상적인 권력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그런 혁명적인 에너지가 뒤를 든든히 받쳐줄 때, 비로소 권력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행사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책은 얇고 간략하다. 따라서 모든 공략과 세부 실천 방안이 실리진 않았다. 누군가에겐 부족한 책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돼 줄 수 있을 듯하다. 이재명 본인도 말했듯 이 책은 공략집이라기보다는 그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 책이다. 앞으로 이재명은 이 책에서 한 말들을 더 세밀한 근거와 진정성 있는 의지,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채워 넣어야 할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정치 혁명', 2부 '경제 혁명', 3부 '복지 혁명', 4부 '평화 혁명'. 1부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검찰 개혁과 지방 자치의 부활이며, 2부에서는 재벌 개혁과 공정한 노동 시장 재건, 3부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 4부에서는 평화 통일과 자주적 균형 외교를 다룬다. 각 부에서 중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검찰개혁]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기소하지 않을 권리, 공소유지권, 법 집행권까지 손에 쥐고 있는 검찰은 마땅히 개혁되어야 할 집단이라고 이재명은 말한다. 개혁 방법은 권한 분산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고, 독립적 인사체계 갖추기.

해바라기성 인사, 무소신 인사를 철폐하기 위해 그가 제안하는 건 '검사장 직선제'다. 미국과 같이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면, 검사장의 부정부패와 전횡을 주민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되고, 검사장 또한 권력이 아닌 주민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개혁]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 목표는 '성장'이 아닌 '공정'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단기적인 성장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재벌 위주 경제 정책을 탈피하고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도록' 새로운 경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말한다.

"마치 진공 청소기처럼 우리 사회의 부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는 재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회사를 위해 일생을 바친 중년들에게 조기 퇴직과 임금 삭감을 강요한다. 애써 개발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약삭빠르게 훔쳐서 성장 기회를 봉쇄하고 있다. 코 묻은 돈 뺏는 격으로 중소기업 납품업체가 어렵사리 생산성 향상을 하면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그 성과를 다 빼앗는다. 서민들의 삶터인 골목상권까지 침투해 중소 자영업자를 무너뜨리고, 인건비 절감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겠다고 비정규직을 양산한다. 재벌은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이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재벌체제를 해체할 수 있을까. 상속세를 '정확하게' 부과하고, 경영 내부구조를 깨끗하게 조직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면 견고한 성 같은 재벌체제도 해체가 가능하다고 이재명은 말한다.

그렇다면 수출 주역인 재벌을 규제하다 경제성장이 후퇴하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은 이러한 반론에 다시 반론한다. 수출에만 주력하다 우리나라 내수 시장이 이토록 죽어버린 것 아니냐고. 재벌 기업에만 좋은, 지금과 같은 '반쪽 경제'는 국민에겐 하등 좋을 게 없는 거라고.

[보편적 복지]

이재명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회 공동 재산을 기득권 층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방안으로 '기본 소득'을 제안한다.

신자유주의 사조 아래에서 점점 더 극심해지는 불평등과 빈곤문제, 또한 인공지능에 의해 촉발될 대량 실업 등을 해결해줄 정책으로 전세계적 검토 대상이 되고 있는 기본 소득은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서 멈춰가는 경제가 선순환으로 흐르게 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예산을 아껴 쓰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재벌 증세와 초고액 소득자 증세, 그리고 조세 감면 축소로 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이재명 계산법은 이렇다.

"전체 기업 59만여 개의 0.08% 수준인 약 440개 대기업이 연간 영업이익 5백억 원 이상을 버는데, 5백억 원 이상 영업이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현재 22%에서 30%로 8% 인상하면" →약 15조

"과세표준 10억 원 이상 초고액 소득자 6천 명에 대해 10억 원이상 부분만 최고세율인 50%로 올리면"→2조 4천억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해 지나치게 혜택이 많은 현행 조세감면제도를 손보면"→4~5조

"불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 축소 등 재정절감"하면→30조

이들을 다 더하면 50조가 조금 넘는다.

[국방개혁]

무조건 '평화 통일'이어야 한다고 외치는 이재명은 남북관계 발전에서 판단 기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어떤 것이 최선이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보의 가장 큰 목적도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짜 안보'를 위한 토대를 구축해야 하고, 잊을 만하면 '방산 비리'로 물의를 일으키는 국방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 개혁의 핵심은 '병력 감축'과 '장비 무기의 첨단화'다. 현대전은 더 이상 군인의 수로 승패가 갈리지 않으므로 "이제 국방은 무기를 첨단화해야지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데 예산을 쏟아붓는 건 옳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왜 군대는 병력 감축을 회피하는 걸까. "군 장성들에게 별을 달아주고, 보직을 주고, 부하를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재명은 이렇게 제안한다.

"병력을... 13만 명 줄여 50만 명으로 하고, 10만 명의 전문 전투병(전투프로)과 고가 고성능 장비 무기 담당 전문 병사를 모병하면, 의무 복무병이 현재 43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줄어들어 복무기간을 현재의 21개월에서 절반인 1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고 전투력도 강화된다. 모병 10만 병에 연간 3조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가정해도, 병력 감축에 따른 비용절감분에 적은 예산만 추가 투입하면 된다. 그리고 장기복무 전문 병사에 의해 전투력은 오히려 향상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책에서 이재명은 흐릿하지 않고 분명하다. 확실하게 주장하고 확실하게 원한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아닌 건 아닌 것이니 두말할 필요 없고, 해야 할 것이 있다면 힘 있게 밀고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렇듯 확실한 태도가 그의 강점이자 약점일 것이다.

그와 같은 눈으로 현실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의 말은 진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의 말은 너무 과격하다 느껴질지 모른다. 그의 말을 믿긴 하더라도 부드러운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너무 강경해 보일 수도 있고, 지향점이 분명한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재명 포함 모든 후보들도 이제 시작이고, 유권자인 우리도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그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것이다. 그 사람은 어떤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녔는지, 과거에는 무얼 했는지, 진정 민주주의자인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확한 현실 인식이 가능한지, 유연한지, 토론이 가능한지, 지적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후보들에게 묻고, 따지고, 요구하면서 그들을 지지하고 반대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반대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의무 또한 있다.

좋은 대통령을 뽑을 의무.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 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싶은 국민들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따를 인물이 누구일지 끝까지 관심 갖고, 공부해야 할 테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만 지금 버티고 있는 대통령 같은 분을 다시 뽑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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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이재명/메디치미디어/2017년 01월 20일/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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