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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행은 2015년 7월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를 찾아 국정협력을 구했지만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외면했다.
 황교안 대행은 2015년 7월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를 찾아 국정협력을 구했지만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외면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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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공의로우신 분이다. 즉,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을 들면서 권력자의 전횡을 단호하게 심판하는 분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종종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공의의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복음에 가려 간과되기 일쑤였다. 사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가난한 자를 편들고 당대 종교, 정치권력에 맞섰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전통은 이 같은 공의는 희석시키고, 사랑 복음을 앞세웠다. 그리고 사랑 복음은 교회 내 종교지도자들의 치부를 감추고, 세속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됐다.

공의로운 하느님은 2017년 대한민국에서도 길을 잃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오전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시한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시한 마감일인 28일이 다가오면서 시한 연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만 갔다. 그러나 황 대행은 이 같은 목소리에 줄곧 모호한 입장을 취해오다가 시한 마감 하루 전인 27일 불승인 입장을 밝혔다.

황 대행은 사법연수원 시절 수도침례신학교에서 야간 과정으로 신학을 공부했다. 황 대행의 부인인 최지영 여사는 1988년 11월 <주간기독교>란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총리는 새벽 2시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성경공부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대행이 부산고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부산해운대 침례교회에 출석했다고 전해진다. 이때 그와 친분을 맺었던 신이건 <한국기독신문> 발행인은 2015년 11월 "훗날 법조인의 삶을 마치면 일반 목회를 할 계획이라고 그가 한 간증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 같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과잉의전 논란이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시엔 천형이란 사회적 낙인을 감수해야 했던 한센인과도 함께 했다. 복음을 설파했던 3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당했던 사회적 약자를 편드는 삶을 살았다. 이에 비해 황 대행은 섬기기보다 섬김을 받으려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서울역 플랫폼까지 관용차로 진입하는가 하면, 오송 KTX역에서 황 대행을 태우러 온 의전 차량이 시내버스 정류장에 불법 정차하는 일이 벌어져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공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황 대행 

황 대행은 법무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세월호 참사 등 현 정권에게 부담을 줄 사건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은 2013년 6월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대검 공안부도 한 달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동의했는데 장관이 저렇게 틀어쥐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고 대놓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2014년엔 세월호 수사를 막고, 담당 수사팀에게 인사보복을 가했다는 의혹이 <한겨레신문> 보도를 통해 불거지기도 했다.

황 대행의 수사방해는 과도하게 정권편향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황 대행이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마저 무산시켰다. 그리스도교의 '공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황 대행의 행적은 명백히 반그리스도적이다.

하느님은 공의로우신 분이다. 그래서 권력자들의 횡포는 단호하게 심판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파라오다. 파라오 치하에서 히브리인들은 노예생활을 했다. 모세는 이제 히브리인들을 해방시켜 달라고 파라오에게 간청한다. 그러나 파라오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모세는 하느님께 정의를 구하고, 이에 하느님은 이집트에 차례차례 재앙을 내린다. 그럼에도 파라오는 마음을 돌이키지 않는다. 이러자 하느님은 가장 강력한 재앙을 내린다. 이집트 가정의 모든 맏아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것이다.

황 대행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위중한 사태에 대해 겸허해야 했다. 비단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현 정권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차례로 지낸 실세 중의 실세이기에 더더욱 처신에 신중해야 했다. 그러나 황 대행은 오히려 더욱 거침이 없었다. 청소년과의 대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소 방문, 쪽방촌 독거노인 떡국나눔, 노숙인 복지시설 방문, 논산훈련소 방문 등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일정만 봐도 대선행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지만, 황 대행은 이를 일축했다.

황 대행의 대선행보 아닌 대선행보는 신앙인이기 이전에 현 정권의 실패를 책임져야 하는 책임 당사자로서 너무 뻔뻔하게까지 보였다. 더구나 황 대행은 지난 해 말부터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를 두고 마땅히 해야 할 직무는 팽개치고 의전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황 대행, 신앙에서도 보수 편향만 드러내 

사실 전도사라고 하지만 한거풀 벗겨보면 그의 신앙관은 의문 투성이다. 황 대행은 2015년 7월 국정협조를 구한다며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러나 황 대행은 진보 성향이 강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찾지 않았다. 이 같은 행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조를 이뤘다. 박 시장은 그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당시 NCCK, 한기총 등을 두루 방문하며 협력을 구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기자는 총리실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총리실측은 8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방문 건은 국정 일정 등을 고려하여 적정시기에 방문을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만 전해왔다. 당시나 지금이나 황 대행은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 기독교계는 끌어안으면서 진보 진영에 속한 연합체는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기독교계의 시선은 어떨까? 보수성향의 개신교인들은 황 대행이 총리후보로 오른 2015년 5월부터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해 5월25일 폐쇄형 단문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카톡)엔 "황 후보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일에 다니엘과 같이 쓰임받는 하나님의 일꾼이다. 우리의 기도가 그에겐 천군만마와 같습니다"는 내용을 담은 기도 요청문이 전파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2일엔 브니엘신학교 최덕성 총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전도사가 대통령인 나라, 나는 꿈꾸어 본다"며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전격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더욱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소셜 미디어, 특히 페이스북엔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황대만), '황교안을 사모하는 모임'(황사모) 등의 그룹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기독교계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함공동체'에서 목회한 뒤 현재는 논현동 프로젝트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이진오 목사는 황 대행의 특검수사 시한 연장 불승인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이 적었다.

"황교안이 특검연장을 무산시켰네요. 황교안을 요셉이라 칭송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예, 그가 독실한(?) 신앙인이고 국가의 총리가 된 것 놓고보면 요셉과 유사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닙니다. 당시 요셉은 독재적 권력자 이집트 파라오의 충복이 되어 가뭄으로 고통받는 주변 국가들을 먹거리를 고리로 예속시키고 노예화했습니다. 황교안도 독재적 국정파탄자 박근혜의 충복이 되어 박근혜의 불의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특검연장을 중단해 박근혜와 재벌가들의 죄악을 가린다는 면에서 그는 요셉입니다. (중략) 반면, 황교안을 빌라도라 칭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최고 결정권자로서 비겁하게 불의한 결정을 했다는 면에서 황교안은 빌라도입니다."

황 대행의 행적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는 별개로, 황 대행이 보수 기독교계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황 대행의 신앙관은 자연스럽게 보수 개신교 전반의 문제로 이어진다. 보수 개신교가 어느 곳에서도 하느님의 공의를 찾아볼 수 없는 황 대행을 지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황 대행은 27일 홍권희 총리 공보실장을 통해 특검시한 연장 불승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은 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황 대행은 27일 홍권희 총리 공보실장을 통해 특검시한 연장 불승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은 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 JTBC 뉴스속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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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행은 특검시한 연장 불승인 입장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나서지 않고, 홍권희 총리 공보실장을 내보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대사안을 발표하면서, 특히 열흘 넘게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가 특검 시한 연장을 하루 앞두고 공보실장을 내보내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행태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느님의 공의와는 거리를 둔 황 대행이 개신교 전도사이고, 보수 개신교계가 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신교계 전반의 각성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다.

덧붙이는 글 | 미국에 있는 한인매체 <뉴스M>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태그:#황교안, #특검시한 연장, #수도침례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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