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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부터 떠돌이생활과 노숙생활을 이어온 30대 지적장애인이 명의도용•임금편취 피해를 비롯해 ‘조세포탈범’으로까지 수배돼 충격을 주고 있다 / 관련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유년시절부터 떠돌이생활과 노숙생활을 이어온 30대 지적장애인이 명의도용•임금편취 피해를 비롯해 ‘조세포탈범’으로까지 수배돼 충격을 주고 있다 / 관련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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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부터 떠돌이 생활과 노숙생활을 이어온 30대 지적장애인이 명의도용·임금편취 피해를 당했으나 오히려 '조세포탈범'으로 몰려 충격을 주고 있다.

지적장애 2급인 박아무개(34·남)씨는 지난 2014년 경기도 수원의 한 PC방에서 '조세포탈로 수배되었다'며 연행돼 제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얼마 뒤 유치장에서 나온 박 씨는 주소불명으로 주민등록증까지 말소돼 또다시 떠돌이 신세가 됐다.

가진 재산도 직장도 없던 박 씨. 왜 그는 조세포탈범이 된 걸까?

등록된 차량만 10대, 지적장애 2급인 박씨가 회사설립까지?

지난해 7월, 평소 노숙생활을 하는 박씨를 안쓰럽게 생각하던 충북 도내의 한 지역 시외 공영버스터미널 상무 A씨. A씨는 박씨에게 일자리를 주고 터미널에 채용하고자 함께 주민센터를 찾았다.

등본을 발급받던 중 박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실을 알게 됐고 A씨는 재등록을 하기 위해 서류를 살피던 중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박씨의 명의로 유명 외제 차는 물론 고급 SUV 차량과 중형승용차 및 화물차를 합쳐 10여 대의 차량이 등록돼 있던 것.

이로 인해 박씨는 10대 이상의 차량이 재산으로 잡히면서 소유 차량이 많아 국민기초생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 차량에 대한 각종 자동차세, 국민연금, 건강보험, 과태료 등이 박씨 앞으로 체납된 상태였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지난 2013년 9월 자신 소유의 건설기계대여 업체를 만든 뒤 이듬해 3월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체납세금도 상당한 액수에 달했다.

하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박씨는 운전면허가 있을 리도 없고 10대의 차량을 소유한 적도, 건설기계대여 업체를 만든 적도 없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박씨는 속수무책으로 미납 세금을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 A씨의 도움으로 박씨는 뒤늦게 장애등급을 받게 됐지만 수천만 원의 미납세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박씨를 지원하고 있는 충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차량과 과태료를 합친 미납 세금이 1000만 원이 넘는다. 회사설립에 따른 세금도 있고 아직 파악하지 못한 미납 세금도 많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금 편취에 명의도용 피해까지

어렸을 때부터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던 박씨. 가족과도 떨어져 지낸 그에겐 친형처럼 따랐던 B씨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3일, 박씨는 믿고 따르던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 2008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버스영업소에서 기사들의 잔심부름을 하던 박씨는 신입 기사로 일하던 B씨를 처음 만났다. 고소장에 따르면 박씨는 "B씨가 가끔 저녁도 사주고 잘해줘 형이라 부르면서 함께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내가 돈을 벌 수 있게 취직을 시켜줄 테니까 일을 하겠느냐'고 하며 부산으로 데려가 고기잡이배를 태워 일을 시킨 뒤 급여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8년 12월 중순부터 2013년 8월까지 부산, 여수, 제주도 등을 다니며 어선을 타고 고기잡이 일을 해왔다.

박씨는 "2008년 12월, 고기잡이배를 타면서 밤낮으로 일했다. 한 달에 130만 원 가량을 받기로 했지만, 월급날이 돼도 선주가 돈을 주지 않았다"며 "선주에게 이유를 묻자 B씨가 전화를 걸어와 '박00의 형이다. (동생이) 지적장애가 있으니 자신이 관리를 하겠다'며 월급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결국 2008년 12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일한 6개월분 급여 78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이 외에도 2009년 장어잡이를 하며 일한 급여 910만 원, 2010년 제주도에서 일한 급여 1800만 원, 2011년 여수에서 1050만 원, 2012년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제주도 고기잡이배에서 받은 급여 1800만 원 등 5회에 걸쳐 총 6340만 원을 편취당했다.

박씨가 세웠다는 건설기계대여 사업체도 명의도용 의혹이 제기됐다. 박 씨는 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와 진행된 면담에서 "지난 2013년 8월, 일하다 쉬고 있는데 (B씨가) 전화로 인감을 떼어달라고 부탁했다"며 "싫다고 하는 데도 부탁해서 할 수 없이 인감 10장을 떼어 인감도장과 같이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 명의의 건설기계대여업체는 박씨가 B씨에게 인감을 주고 한 달 뒤인 2013년 9월 30일에 설립됐다.

이 외에도 B씨는 지난해에도 8월부터 10월까지 박씨가 일하는 버스터미널로 찾아와 65만 원 씩 총 3차례 195만 원을 빼앗았다. 박씨의 직장동료는 "B씨가 찾아와 박씨에게 돈을 받아갔다. (내가) 돈을 주지 말라고 주의까지 줬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를 보호하고 있는 사회복지기관 관계자도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B씨가 찾아와 박씨 이름으로 되어있는 미납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터미널 흡연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은행까지 데려가 돈을 빼갔다"고 말했다.

박씨 앞으로 되어 있는 차량들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관계자는 "B씨가 '차량 10대 중 2대는 알지만,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약에 실제로 차량을 사용하면서 박씨를 속였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편취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도 "현재 고소인조사만 마친 상태다. 박씨가 일했던 선주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당시 일했던 곳들을 파악하기가 힘든 상태"라며 수사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박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동업을 하자며 인감을 요구했고 거부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모든 세금체납이 내 앞으로 되어있었다"며 "경찰이 조사를 하려 하자 B씨가 내 핸드폰을 달라 하고 멀리 도망가라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에도 B씨가 일하는 곳에 찾아와 직장동료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다시 찾아올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협업 통한 피해자 권리구제, 전국 '모범'

한편, 명의도용 및 임금 편취 피해 등을 입은 박씨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들이 나섰다. 충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법률지원 및 총괄 모니터링을 필두로 지역 경찰서의 경제적 지원 모색,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 및 임시숙소 제공 등 장애특성에 맞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도 지역 내 보호와 박씨의 일상생활을 관리하며 민간과 협력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청북도와 관활시도 수사 진행에 따라 수급권 등 행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민·관·경의 협력으로 지난날 장애인 인권유린사건들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씨는 관계기관들의 도움으로 일자리 제공·법률지원 등을 받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전찬근 충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은 "전국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민·관·경 협력 시스템이다. 앞으로도 장애인 인권유린 및 착취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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