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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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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사실상 그룹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한다. 그룹 사장단 회의도 없앤다. 대신 삼성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체제로 간다. 삼성그룹은 28일 오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그룹차원의 대국민 사과 등은 빠져있다. 또 일부에선 미전실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드러내고,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이 이날 내놓은 쇄신안은 크게 다섯가지다. 우선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을 비롯해 장충기 사장 등 모든 팀장이 사임한다는 것. 두 번째는 그룹 사장단 회의를 없애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창구역할을 했던 대관업무 조직을 해체하기로 했다. 네  번째는 외부에 내는 각종 출연금이나 기부금이 일정기준을 넘을 경우,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 후에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물러나고, 승마협회에 파견됐던 회사 임직원들은 소속 회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특검 종료와 함께 삼성, 그룹 해체 담은 쇄신안 발표

이번 쇄신안의 핵심은 미전실의 해체와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다. 미전실은 그동안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온 조직이다. 미전실이 해체되면 주요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계열사로 넘어가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각 계열사 이사회가 중심이 돼서 인사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의 경우 이사회 내부에 CEO 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과 함께 주요투자 등 의사결정도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매주 수요일 그룹 계열사 사장 50여 명이 모여 강연을 듣고, 현안을 논의했던 사장단 회의도 폐지된다.

쇄신안 내용 중 눈에 띄는 점은 대관업무 조직을 해체하기로 한 것.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창구로 불법 정경유착과 특혜 의혹을 받아왔던 곳이다. 그동안 미전실의 기획팀은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검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담당해 왔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대관업무쪽에선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산업자원부, 국세청, 각 지방자치단체 등을 맡아왔다. 삼성은 향후 대 정부 창구 역할을 별도 대형 로펌 등 외부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그룹이 없어지면서 그동안 '그룹' 이름으로 운영되던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도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룹차원의 공개채용도 올 상반기를 끝으로 사라진다. 앞으로 각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원을 독자적으로 판단해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전실에서 일하던 250여 명의 임직원들은 전자를 비롯해 생명, 물산 등 자신들의 원 소속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에 따른 대국민 사과도 없어... "미전실 해체 답 아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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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쇄신안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그룹차원의 진솔한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또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주장해온 국민연금 손실에 대한 사회공헌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 미전실 해체에 대해서도, 단순한 해체가 능사가 아니라 투명하게 드러내놓고 사회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날 별도의 논평을 통해 "미래전략실 해체가 정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단순한 미전실 해체 선언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각 계열사와 그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시장의 평가를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기업집단은 개별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룹(또는 그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각 계열사(및 그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희생하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며 "이 양면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핵심과제"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미국과 독일 사례 등을 들어가며, 컨트롤 타워의 조정 기능을 드러내놓고 각 계열사들이 자율적으로 검토, 승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교수는 "미래전략실 해체는 컨트롤 타워 기능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미전실 기능을 일부 축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물산, 생명 등 핵심계열사 내부로 이전하는 것 밖에 될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받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컨트롤 타워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각 계열사들이 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이재용 부회장, #미전실 폐지, #삼성 해체, #김상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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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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