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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은 취재도 보도도 하지 말라?

서울시공무원의 시대착오적 보도통제...통제와 간섭은 협치가 아닙니다
17.02.28 16:5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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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은평경찰서가 보호하고 있던 길고양이. 이 길고양이도 이번에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 은평구 캣맘

"취재도 안 되고 보도도 하면 안 돼요!"

지난 2월 26일 일요일 휴일까지 반납한 채 취재에 나섰다가 서울시공무원에게 보도통제를 당했다. 이날, 길고양이 TNR(중성화수술)을 한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중성화 수술이 진행 중인 은평구 응암동 소재 한 건물을 찾아갔다. 그런데 서울시 동물보호과 박아무개 주무관은 기자에게 "취재도 안 되고 보도도 하면 안 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박 주무관은 "사진촬영 등의 취재를 하면 길고양이 수술에 방해가 된다."라고 취재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 "방해되지 않게 취재 하겠다"라고 예의를 갖춰 말했다. 그러자 박 주무관은 "4개 자치구 중 은평구에서 첫 번째 시작한 이번 사업은 연합뉴스 등의 중앙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배포하지 않아 취재를 허락할 수 없다. 그러니 취재도 보도도 하지 말라"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보도를 통제하려고 했다.

서울시공무원의 보도통제 배경은 지역 언론 차별이었다. 박 주무관은 지역신문이 먼저 보도하게 되면 중앙 언론사 기자들이 왜 보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항의를 듣는다는 것이었다. 영향력도 없는 지역 언론사의 보도 때문에 중앙언론사 기자들에게 깨지고 싶지 않다는 게 취재 거부의 본질이었다. 이 공무원은 어떤 정보도 제공할 수 없다며 취재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이 공무원은 현장 취재만 통제한 게 아니다. 기자가 중성화 수술을 한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제보자에게 관련 사진을 요청하자 제보자는 "서울시 측이 사진을 주지 말라고 했다"며 사진 제공을 어려워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 예산을 지원 받는 시민참여형 사업이어서 담당 공무원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제보자는 기자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사람과 길고양이 "우리 함께 살아요!"
은평구 캣맘 등 참여로 43마리 중성화수술

지난해 겨울 은평경찰서는 길고양이 보호를 위해 내부에 임시쉼터를 운영했다. ⓒ 서울경찰 페이스북

배가 고파서 쓰레기를 뒤지는 길고양이, 길고양이가 주변을 오염시킨다며 쫓아내는 사람들,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에게 학대당해 신체 일부를 훼손당한 길고양이, 질병 또는 교통사고로 죽은 채 버려진 길고양이….

시민에게는 골칫거리이고 동물애호가에겐 안타까움의 대상인 길고양이에 대한 대책으로 중성화(TNR) 수술이 수년째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6일 은평구 응암동 106-31번지 동호빌딩에서 길고양이 중성화(TNR) 수술이 진행됐다. 서울시의 시민참여형인 이 사업에는 은평구 길고양이 보호모임인 '길냥이 휴게소' 회원들이 포획한 길고양이 43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실시했다.

서울시는 길고양이로 인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부터 민원 발생 자치구를 중심으로 매년 5000∼8000마리의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했다. 2011년 4719마리, 2012년 5497마리, 2013년 6003마리, 2014년 6351마리, 2015년 7756마리로 중성화 수술을 차츰 늘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8500마리를 돌파했다. 시는 올해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회 등 민간단체의 시민참여를 더 늘려 9000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는 13억원이 책정됐다. 이중 서울시는 동물보호단체와 자치구에 시비 6억8천만원을 보조하고 나머지 6억2천만원은 자치구와 동물보호단체들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길고양이 방사 후 생존 확인이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6년부터 은평구를 비롯해 서초구, 구로구, 강동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은평구 시민들로 이루어진 '길냥이 휴게소' 카페 회원들은 지난해 덫을 이용해 길고양이 19마리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실시했다. 올해는 이보다 많은 43마리의 중성화 수술을 실시하면서 백신과 구충 치료도 병행했다. 이날 수술한 고양이들은 왼쪽 귀를 1cm를 잘라 중성화 수술을 한 표시를 했으며 이들 고양이들은 '길고양이 휴게소' 회원들에게 하루에서 나흘간의 돌봄을 받고 원래 살던 곳으로 방사될 예정이다.

지역민에겐 지역신문이 소중한 언론

은평구 주민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은평시민신문>. 사진은 2017년 1월 25일 발행한 <은평시민신문> 1면. ⓒ 은평시민신문

이 사업은 보도통제를 할 만큼 국가기밀 사업이 아니다. 또한 민간위탁이나 시민참여 사업의 대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 공무원은 간섭을 넘어 통제했다. '길고양이 휴게소' 측이 <은평시민신문>에 제보한 것은 이 사업을 시민에게 알려서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내면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자는 언론사 규모에 상관없이 시민과 지역민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할 의무와 권리를 가진다. 서울시공무원에겐 지역신문이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지역주민에겐 소중한 언론이다. 공무원의 승인에 의해 취재가 결정되는 군사독재나 권위적인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힘이 없는 지역신문 기자에게 공무원의 고압적인 벽은 높았다. 기자에게 이렇게 고압적이라면 힘이 없는 시민에게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박원순 시장은 기관과 시민간의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협치 보다 통제와 간섭이 벌어지고 있다. 한 공무원의 시대착오적인 언론통제와 간섭으로 인해 서울시의 슬로건인 '함께 서울'이 훼손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한 공무원으로 인해 서울시 행정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쌓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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