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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전 동구 산내농협 회의실에서 황인호 대전시의원 사회로 위령공원 조성방안을 놓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대전시의회가 주최하고 시의회 행정자치위가 주관했다.
 27일 대전 동구 산내농협 회의실에서 황인호 대전시의원 사회로 위령공원 조성방안을 놓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대전시의회가 주최하고 시의회 행정자치위가 주관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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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 전국 민간인 추모공원의 상징과 의미를 살리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해 8월, 대전 산내 골령골을 전쟁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부지로 선정했다. 이런 가운데 27일 대전에서는 '바람직한 골령골 추모공원 조성방안'을 모색하는 첫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대전 동구 산내농협 회의실에서 황인호 대전시의원 사회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대전시의회가 주최하고 시의회 행정자치위가 주관했다.

상정아 동양공연예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단순 추모공원이 아닌 국민시각의 한국전쟁 역사관'으로 적극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추모공원이 담아야 할 키워드는 추모관이자 대안공간이며 교육의 장, 현장보존을 통한 장소가 갖는 의미 극대화, 아트패키지 병행 등으로 요약된다.

"추모관이자 유족증언 중심 박물관 기능 갖춰야"

그는 "기존의 전쟁박물관, 평화기념관은 국가주의, 애국주의, 호국주의를 기반으로 한 일 방향적 전시 기획물이었다"며 "대전 산내 골령골은 남한 민간인 학살지의 총본산으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역사를 재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먼 미래를 보고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 연구원은 이를 위해 우선 "천편일률적 추모공원이 아닌 국민의 정서와 목소리, 유족 증언 중심의 박물관"을 제안했다. 그 동안 남북간 전쟁, 영웅, 전적지·전투지 중심의 전쟁을 보여주는 시각에서 인민군, 미군, 국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중심으로 재조명하자는 취지다. 그는 247개국 10만 명의 목소리를 미디어 아카이빙으로 구현한 뉴욕 9.11 메모리얼 뮤지엄을 실 사례로 예시했다.

그는 또 "한국전쟁을 제대로 알고 알리는데 대전이 상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전쟁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공간이자 교육의 장, 훌륭한 시민교육대학의 기능을 갖는 추모관이 되도록 구상하자"고 말했다.

그는 나찌 소령의 집을 통째로 대형 유리 안에 보관한 네덜란드 베스테르보르크 캠프 추모관과 로마의 지하묘소 카타콤베, 이탈리아 폼페이를 사례로 들며 "현장을 잘 보존하고 살려 장소성과 현장성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로 말하는 골령골 예술 밴드 구축하자"

'아트패키지 골령골'과 관련해서는 예술로 말하는 골령골 교육과 정서적 공감을 위한 예술 밴드(아트패키지) 구축을 제안했다. 유족 증언 영상화, 연극, 미디어 아트(설치미술),다큐멘터리, 장편영화, 애니메이션, 추모 콘서트, 첨단 게임형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등을 결합시켜 문화예술로 민간인 희생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온라인 민주주의 학교 운영, 한국전쟁 도슨트(안내원) 육성 필요성도 제시했다.

추모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무형의 골령골 박물관'을 운영하는 안도 내놓았다. 그가 구상하는 무형의 박물관은 골령골의 역사적 사실을 태블릿 PC 등을 사용해 대전시내(실내외 포함), 대전의 학교, 서울시내(쇼케이스) 등에서 국민 전시회를 하자는 콘셉트다.

이밖에도 그는 "한국전쟁 휴전일인 7월 27일을 기점으로 한국전쟁 회고 기간을 지정, 역사 축제와 희생자를 추념하는 기회로 삼자"고도 했다.

토론에 나선 김종현 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추모공원 조성에 앞서 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진실화해법을 하루 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회도 명품 추모공원이 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양무석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교수는 "바람직한 위령시설을 만들기 위해 주요 시설물에 대한 정보를 행안부와 사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구 양심과 인권-나무 사무국장은 "대전시민들이 산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희생된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등에 대해 태백산맥 문학관 등과 연계한 다양한 인권프로그램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구 대전시 자치행정과장은 "화해 교육의 장이자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설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오는 2020년까지 준공(총 사업비 약 295억 원)을 들여 산내 골령골에 추모봉안관과 교육 전시관, 상징조형물, 시민 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대전 산내 골령골은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 정치범과 국민보도연맹원 등 수천 명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처형당한 비극의 땅이다. 희생자 수는 최소 4000명에서 최대 7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그:#민간인 희생자 , #추모공원, #대전 골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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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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