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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정막국수 반듯하게 지은 현대식 건물이었다면 오히려 식상하겠다. 영광정막국수는 붉은색 양철지붕을 올린 농촌의 가옥을 그대로 살려 식당을 운영한다. 맞은편 논이 있는 쪽으로 10여 대 가량의 주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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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애잔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물건이나 가슴 속 깊은 곳에 침잠해 있던 잊히지 않는 소중한 기억들(더러 끼어드는 잊을 수가 없는 악몽은 제외하고)이 곰살거리며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머물게 한다. 최소한 추억이라면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의 잔상들이어서는 안된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늘 모래알갱이 사이로 스르르 빠져버리는 물과 같이 온 자취도 없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지만 그 사이사이마다 그래도 얼마간은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더러 아버지의 머리맡을 지키던 라디오를 보면서, 또는 어머니가 겨울밤 김치볶음밥과 함께 들여 주던 가자미식해나 동치미 한 그릇에서도 때론 눈시울 촉촉이 젖어드는 그리움이 묻어난다. 실상 추억이란 걸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좋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이 마음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게 됨을 알 수 있다. 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끝없이 이어지는 기억으로의 여정이다.

겨울철엔 어떤 음식보다 동치미 하나만 제대로 맛이 들어있어도 반찬걱정은 한결 덜 수 있다. 동치미 무를 나박하게 썰어 준비한 뒤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군 뒤 말아먹는 동치미국수나 강원도 산간마을에서 겨울철 별미로 즐기던 막국수를 말 때도 동치미국물이었다. 미리 초가을에 풋고추를 손질하여 소금물에 삭힌 고추지를 넣은 동치미를 밥상에서 한 수저 떠 입에 넣으면 겨울의 알싸한 향이 감미롭다.

동치미에 말아먹는 막국수를 일본의 소바에 비기겠는가. 소금과 맑은 물, 마늘, 생강, 쪽파, 고추지, 무와 무청이 어우러진 조화로움이 미뢰를 살그머니 감싸는 듯하다. 목젖을 타고 넘어갈 때의 시원함을 아는 이들이라면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던 이 동치미 하나만 있어도 행복하지 않겠는가.

동해안의 시나 군 단위 시장엔 가자미식해를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들이 반드시 있다. 그중에서 양양시장의 범부젓갈집 가자미식해를 즐겨 구입해 먹는다. 그걸 맛본 임동창 풍류학교 송도영씨의 어머니께서 부탁을 해 구입해 보내드린 적이 있다. 그때 "양양이나 속초에서 막국수를 잘 하는 가게 좀 알려주세요"란 말씀을 듣고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에 있는 '영광정막국수'를 소개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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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정막국수 영광정막국수는 살얼음이 서걱이는 양념장을 얹은 메밀국수에 동치미국물을 각자 취향대로 부어 말아먹을 수 있다. 메밀의 풍미를 제대로 살려낸 맛을 찾는 이들이라면 이곳은 필히 찾아 볼 필요가 있다. 밀려드는 손님들을 위해 뒤에 내단 방은 전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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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순수한 재료 그대로의 맛을 느끼려면 영광정막국수가 단연 최고입니다"란 말씀을 곁들여 "시원한 동치미를 식성에 맞춰 말아 드시거나 비빔국수로 드셔도 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속초를 자주 가는데 다음번엔 그곳엘 꼭 가봐야겠네요. 그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도영씨 어머니께서 차후에 속초로 갈 때 다시 알려달라는 부탁이다. 며칠 전 도영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가족들과 모두 속초로 가는데 어머니가 선생님께서 막국수 잘 하는 집을 소개하셨다는데 그곳 좀 알려주세요"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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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정막국수 영광정막국수를 찾아가는 길은 양양방향에서는 물치항을 목전에 두고 정암리에서 진전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해야 되고, 속초에서 나올 때는 물치항을 지나며 다리를 건너 곧장 우회전을 해 진전사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차로 몇 분 걸리지 않아 진전사와 양양읍으로 갈라지는 길목에 ‘영광정막국수’란 간판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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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정막국수를 찾아가는 길은 양양방향에서는 물치항을 목전에 두고 정암리에서 진전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해야 되고, 속초에서 나올 때는 물치항을 지나며 다리를 건너 곧장 우회전을 해 진전사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차로 몇 분 걸리지 않아 진전사와 양양읍으로 갈라지는 길목에 '영광정막국수'란 간판이 나타난다.

'주향불파항자심(酒香不怕巷子深)'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술 향기가 좋으면 골목이 아무리 깊어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 말 그대로 제법 외진 곳에 자리한 영광정막국수는 연중 많은 이들이 막국수 본연의 맛을 찾는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으면서 고향 양양을 찾은 반가운 이들에게 염치불구하고 사진을 부탁했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제대로 한 번 소개하겠다 생각했으면서 촬영한 사진이 모두 고향에 있다 보니 아는 이들이 그곳을 찾은 길에 소개할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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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정막국수 영광정막국수는 별도의 육수를 만들지 않고 동치미로 비빔장을 올려 내는 메밀국수를 말아 먹거나 동치미국물을 아주 조금만 넣고 비벼먹는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엔 다소 거칠게 느껴지겠지만 이내 재료 고유의 맛을 즐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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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국수 동치미국물을 붓기 전 미리 양념장만으로 비벼 먹다 동치미를 부어도 된다. 동치미국물을 조금만 넣고 양념장만으로 비비면 그대로 비빔막국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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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치미 시원한 동치미는 아이들도 곧잘 먹는다. 영광정막국수에서는 이와 같은 동치미를 사계절 낸다. 때때로 “동치미에 고추삭힌 거 많이 좀 주세요”란 부탁에도 싫은 기색 없이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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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정막국수는 별도의 육수를 만들지 않는다. 비빔장을 올려 내는 메밀국수에 동치미를 말아 먹거나 동치미국물을 아주 조금만 넣고 비벼먹는다.

차림표도 그만큼 단순한데, 소주와 맥주, 막걸리가 주류로 준비되어 있고 안주로는 감자전과 수육이 있다.

막국수를 내는 가게들이 대부분 참기름과 각종 향신료나 설탕으로 고유의 막국수 맛을 포기했으나 이곳에선 동치미 그 자체의 시원한 맛과 함께 메밀 고유의 풍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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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정막국수 임동창 풍류학교의 송도영 씨와 풍류학교 가족들이 영광정막국수에서 양양의 별미 중 하나인 막국수를 맛보고 있다. 풍류학교 가족은 양양시장의 범부젓갈과 문어, 오색의 토박이식당 토박이정식 등 강원도의 맛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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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전 전분이 풍부한 감자를 즉석에서 갈아 부쳐내는 감자전은 감자의 알큰한 풍미까지 고스란히 살아있다. 관광지에서 미리 부쳐놓아 누렇게 갈변된 감자전과는 식감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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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고기수육 잘 삶은 돼지고기수육은 황태채무침을 곁들여 새우젓과 함께 쌈을 싸 먹는데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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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갓을 염장해 두었다가 시원한 물에 헹궈 송송 썬 뒤 물 넉넉히 잡아 물김치처럼 만든 뒤 절구로 빻은 들깨 한 수저 넣고 떠먹던 갓동치미가 있다. 종종 어른들이 몇 분 모이면 맷돌로 메밀을 빻아 막국수를 만들어 이 갓동치미에 말아 먹었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갓동치미에 말아먹는 메밀국수는 겨자를 많이 넣을 필요도 없다.

더러 이런 갓동치미가 없을 때 주먹만한 무를 골라 염장했던 고추를 넣어 담근 동치미로 막국수를 말아 먹었는데, 영광정막국수의 동치미막국수가 그런 추억을 되살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