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의 동계 스포츠 축제인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이 지난 26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를 수확해, 역다 한 대회 최다 메달 수였던 38개(2011년 카자흐스탄)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그동안 강세 종목이었던 빙상종목 이외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에서의 메달이 어느 때보다 많이 나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종목에서 투자를 진행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한층 올라왔고 그것이 메달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설상 종목은 더 힘찬 도약을 삿포로에서 예고했다. 이번 대회에서 발굴한 설상종목의 새로운 별들을 정리해 보았다.
 
시작과 끝을 함께한 스키의 신예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에서 2관왕에 오른 이상호가 지난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지인들이 꽃다발 대신 선물한 배추와 메달 2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호는 강원도 고랭지의 배추밭에서 보드를 배워 국가대표까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에서 2관왕에 오른 이상호가 지난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지인들이 꽃다발 대신 선물한 배추와 메달 2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호는 강원도 고랭지의 배추밭에서 보드를 배워 국가대표까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스키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그동안 유망주들로서 꾸준히 가능성을 보여온 이들은 아시아의 최대 축제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치며,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역대 최고성적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시작은 스노보드의 이상호(한국체대)였다. 이상호는 대회 첫날이었던 19일 스노보드 알파인 회전 경기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다음날인 20일에는 대회전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고성적인 4위에 오르며 스키에 별로 떠올랐다.
 
크로스컨트리의 간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 마그너스도 금빛 질주를 더했다. 김 마그너스는 노르웨이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선수로 뛰고 있다. 지난해 동계 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그는 이번 대회에선 1.4km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회 마지막엔 알파인 스키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정동현(한국체대)이 활약했다. 그는 지난해 알파인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2개 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정동현은 지대회 마지막 전날인 25일 남자 알파인 스키 회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카자흐스탄 대회에서도 슈퍼 복합(슈퍼대회전+회전)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번 대회 금메달로 동계 아시안게임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전설 이채원을 필두로 한 은빛 질주

여자 크로스컨트리에는 이채원(평창군청)이 두 개의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그녀는 동계체전에서 금메달만 무려 67개를 획득한 크로스컨트리의 전설로 꼽히는 선수다. 이번 대회에선 여자 15km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011년 카자흐스탄 대회에선 금메달도 수확했을 만큼 한국 여자 선수들 중에는 기량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브와 프리스타일 모굴스키도 은빛 레이스가 펼쳐졌다. 스노보드에선 권이준(한국체대)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 종목에는 한국 선수만 4명이 참가했는데 권이준이 결선에서 홀로 흔들리지 않고 침착한 레이스를 보여줘 메달을 수확했다. 권이준은 결선에서 87.00점으로 1위에 오른 장이웨이(중국, 93.50점)에 6점 가량 뒤졌다.
 
프리스타일 모굴스키는 최재우(한국체대)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예선에서부터 5위 이내에 진입하면서 메달권과 가까웠고, 결선에서도 88.55점으로 2위에 올랐다.
 
아이스하키-컬링, 아쉬움 속 내일의 희망이 커졌다

한편 아이스하키와 컬링 종목은 일부 아쉬움도 있었지만 더 밝은 내일을 위한 도약의 전환점이 됐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1차전 카자흐스탄에게 0대 4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침울하게 출발했지만, 2차전에서 만난 일본을 4-1로 쾌승을 거두면서 환호했다. 삿포로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퍼진 것은 어느 때보다 전율이 크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중국과의 경기에선 10-0 대승을 거두며 2승 1패로 대회를 마쳤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사상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수확했다.
 
컬링은 예선과 준결승에서의 기세가 대단했다. 특히 여자컬링은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모든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다만 결승에선 베테랑이자 세계 최강국인 중국의 벽에 막혔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국제 경기력 부족과 실전에서의 대처 능력에서 중국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중국은 지난 2010 벤쿠버와 2014 소치에서 모두 4강에 오를만큼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소치에서 이른바 '컬스데이' 열풍을 일으키며 예선에서 3승6패의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지만 아쉽게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평창에서 최고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컬링은 앞으로 남은 1년간 많은 국제대회의 경험을 통해 실전감각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은 현재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와 더불어 또 하나의 평창 전초전으로 꼽혔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모두가 환호했던 삿포로에서의 좋은 추억은 평창의 꿈을 더욱 키우게할 소중한 자양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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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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