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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17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촛불 파도타기를 진행하고 있다.
▲ 광화문광장에 펼쳐진 100만 '촛불 파도타기'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17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며 촛불 파도타기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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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올해 첫 촛불 집회였던 지난 1월 7일 집회 당시 '조기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보다 '탄핵반대 맞불집회' 참석인원이 더 많았다고 밝혀 논란이 컸는데, 경찰이 맞불집회보다 촛불집회에 12배 더 많은 경찰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이 탄핵반대 집회 참석인원이 많다고 하면서 정작 촛불집회에는 12배 더 많은 경찰을 투입했다. 경찰의 집회 참여 인원 추산근거와 경찰 배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8일 경찰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아래 비상국민행동)'이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개최한 11차 촛불집회에 대해 '오후 7시 45분 기준 최대 2만 4000여 명(광화문광장 일대 2만 1000, 세종로타리 도로상 3000)이 집결했다'고 추산했다.

반면,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 등에서 개최한 탄핵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오후 4시 5분 기준 최대 3만 7000여 명(코엑스 주변 3만 5000, 동아일보 앞 1500, 서울역 800)이 모였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보수단체가 이른바 탄핵반대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찰이 추산한 집회 인원이 촛불집회보다 맞불집회가 더 많다고 했던 게 이때가 처음이라,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맞불집회 인원이 많았다'는 이날 집회 이후, 한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에서 "촛불보다 두 배가 많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려고 나오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발언하며 촛불민심에 공분을 샀다.

맞불집회 인원이 많다는 경찰 발표에 대해 '경찰이 촛불집회 참가자를 축소해 발표한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경찰은 줄곧 페르미 추정법을 근거로 '현장의 경찰들이 참가자들의 집결 밀도, 면적 등을 감안해 실시간으로 파악한 인원들을 종합해, 일시점에 집결한 최대 인원을 추산하는 것'이며 '집회 주최 측의 의도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집회 인원 참가자를 추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력(경찰인력) 배치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경찰의 인원 산정과 경력배치의 적정성에 의구심만 키워"

페르미 추정법은 기초단위 면적(1㎡) 안의 개체 수에 총면적을 곱해 추정치를 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철새떼 개체 수, 에어컨 보유율 통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집회 인원을 파악할 때는 실측 실험으로 산정한 기준(3.3㎡당 앉았을 때 6명, 서 있을 때 9~10명)에 참가자가 차지하는 총면적을 곱해 추산하되 밀도에 따라 인원을 가감해 추산한다.

그런데 박남춘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당일 경찰은 경찰추산 참가인원 3만 5000여 명이었던 탄핵반대 집회에 경찰 15개 중대 약 1200명을 배치한 반면, 2만 4000여 명이 참석한 광화문과 종로, 남대문 일대엔 무려 184개 중대 약 1만 4720명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2배 이상이다.

경찰이 추산한 인원을 토대로 경찰력을 배치한다면, 촛불집회보다 탄핵반대집회에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했어야 했지만, 오히려 촛불집회에 훨씬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한 것이다.

경찰이 추산한 집회 인원대로 하면 촛불집회에 나간 경찰은 1인당 1.6명을 담당한 반면, 탄핵반대집회는 경찰 1인당 30.8명을 담당한 셈이다.

박남춘 의원은 또 경찰이 정보 경찰의 경우도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22명, 코엑스 탄핵반대집회에는 15명을 배치해, 촛불집회에 더 많은 정보 경찰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물론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등 경비·보안구역이 많고, 집회 면적 역시 넓기 때문에 같은 규모의 집회라도 경찰력을 더 필요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7일 집회 당시 12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는 경찰력 배치는 경찰력 투입을 위해 집회 인원을 추산한다는 경찰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경찰 추산 인원 산정과 경력배치의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는 꼴이다.

박남춘 의원은 "결국, 촛불집회 주최 측이 주장한 것처럼 촛불집회 참가자는 축소하고,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는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 뒤 "적어도 탄핵반대집회에 비해 촛불집회에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탄핵반대 집회보다 더 적었다던 촛불집회에 경찰력이 12배 이상 더 투입된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경찰이 여전히 편파적인 집회관리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집회, #맞불집회, #탄핵반대집회, #박남춘,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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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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