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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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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해결과 부동산 활성화. 언뜻 좋은 정책인 것 같지만 동시에 추진해서 성공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부동산 띄우기를 하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가계 부채 때문에 대출을 옥죄이면 부동산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호충돌이 불가피한 정책을 얼마나 조화롭게 병행하느냐는 정권의 경제 성적표와도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서로 충돌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놨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약속'으로 충돌하는 두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국민소득 4만 불, 중산층 70% 육성으로 가계부채 해결은 물론 침체된 부동산 시장도 살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선 후 경제민주화 공약은 지워졌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공약만 남았다. 임기 4년 내내 부동산 활성화에 목을 맸던 박근혜 정권은 해결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가계부채를 키웠다. 주먹구구식 경제공약을 만들고 경제민주화를 뺀 과정에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것은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주먹구구식 경제공약, 최순실이 있었다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이 수감되고 대통령이 권한 정지되었지만, 어이없는 경제 정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3일 황교안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 이후 발표된 내수활성화 방안은 마른 수건을 비틀어 내수를 살리겠다는 박근혜식 경제정책의 재탕 삼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최순실이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 뒤에서 만들었던 재벌과 부자를 위한 경제 공약, 국민의 눈속임용 공약들이 황교안 대통령권한 대행 체제에서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수 시장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소비가 늘어나면 내수가 살아난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소비가 왜 위축되는가에 대한 진단은 제대로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소비 위축의 이유를 제대로 안다면, 임시 공휴일 늘리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하는 소비 진작책을 내놓거나, 정부가 나서서 세일 행사(코리아세일페스타)를 만들어 국민들을 백화점으로 등 떠미는 정책을 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금요일 조기퇴근제'만 해도 그렇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0분씩 일 더하고 금요일 4시에 퇴근하는 정책. 실현 가능성도 없거니와 '불금'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코미디에 가깝다. 설사 정부의 주장대로 금요일 4시 퇴근이 이뤄진다고 해도 대기업과 공무원의 이야기일 뿐, 야근을 일상화되어 있는 중소기업, 퇴근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의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호텔이나 콘도의 객실 요금 할인, 골프 관련 세금 부담 경감의 골프산업 육성책, KTX 등 고속철 조기 예약 요금 50%까지 할인 등등. 이러한 정책이 내수 침체의 가장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설마 호텔 사업자, 골프장, 공기업인 KTX의 영업이익이 중소기업 자영업자까지로 이어진다는 해묵은 낙숫물 효과를 근거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호텔과 골프장에 세재 혜택을 주고 각종 규제를 푸는 정책이 내수활성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소비는 소득의 바로미터다. 물론 돈 쓸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쓸 돈이 없어 먹거리 소비조차 줄여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황교안 권한대행마저도 돈 쓸 시간 늘려주고 할인행사 많이 할 테니 돈 좀 쓰란다. 한 번도 아니고 집권 4년 내내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반복된 이야기다. 국민들 호주머니를 일일이 뒤집어 보일 수도 없어 시쳇말로 환장할 일이다.

가계 부채 이야기는 새삼 꺼낼 필요도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는데도 묵묵부답이다. 기껏, 퍼주 듯하던 대출을 조여 은행으로 불길이 번지는 걸 막는 조치를 했을 뿐이다. 임금 인상, 최저임금 현실화.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내수활성화 대책에도 일번반구도 없다. 합리적 분배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공기업은 매년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며 직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해도 불경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인금인상이 어렵다고 한다.

로또의 희망만큼도 주지 못하는 황교안표 내수 정책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1천344조원으로 발표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부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신용잔액은 1천344조3천억원으로 2015년말 (1천203조1천억원)보다 141조2천억원(11.7%) 급증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1천344조원으로 발표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부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신용잔액은 1천344조3천억원으로 2015년말 (1천203조1천억원)보다 141조2천억원(11.7%)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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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은 미약하나마 경제의 훈풍을 진단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제로 금리로 경기를 부양하지 않아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의 결과다. 세계적 경제 위기에서 미국, 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를 수 있는 건 임금인상 정책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수차례 나서서 기업을 설득했고, 기업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러시아, 독일 등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나라도 다르지 않다. '임금인상-소득증대-소비증진-내수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위기의 탈출구로 찾아낸 것이다.  

우리나라만 정반대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저임금에 '손쉬운 해고'를 감내하란다. 재벌과 권력의 기득권을 두고 노동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호통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들에게 빚까지 떠안기며 돈 잘 쓰는 소비자가 되라고 끊임없이 강권한다. 참 염치없는 정부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처럼 기업에게 임금인상 주문을 단 한번이라도 해봤나. 대기업 사주를 불러놓고 검은 거래나 일삼던 정권. 국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가계 부채. 멈춰버린 내수는 불황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을 저임금, 손쉬운 해고로 밀거래 해왔기 때문이다.

모든 소비가 주저앉는 지난 한 해 주류, 담배, 복권의 판매만 크게 늘었다 한다. 황교안 권한 대행,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런 통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는지. 술과 담배로 위로받고, 로또 한방에 희망을 거는 국민들의 절박함을 알기는 하는 건지.  

기약할 수 없는 로또의 희망만큼도 국민들에게 주지 못하는 정권. 또 다시 내수를 살리겠다고, 그러니까 돈 좀 쓰라고(?) 황교안 권한대행이 내놓은 경제 정책이나 최순실이 대통령 뒤에서 만들었다던 경제 정책이나 하등 다를 바 없다. 저임금 노동으로 기업을 떠받치고,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내수를 지탱하자는 경제 정책, 정말이지 실물난다.

진전한 경제 정책, 노동 정책을 이 정권에서 기대한다는 건 이제는 그른 일이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고? 촛불의 민심은 그게 아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테니 이제 좀 내려와 달라는 거다. 최순실에 의한 박근혜 정권 경제 정책이나, 그들의 아바타인 황교안 권한대행,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내수 활성화나 거기가 거기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태그:#내수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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