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7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른 테이네 스키장.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7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른 테이네 스키장. ⓒ 삿포로 동계AG 홈페이지


일본 삿포로에서 개최한 2017 동계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역대 가장 많은 16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14년 만에 종합 2위를 탈환하는 성과를 거뒀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두고 겨울 스포츠 흥행에도 불을 지피는 좋은 기회가 됐다.

개최국 일본의 우승과 함께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선보인 삿포로의 저력은 평창에 좋은 교훈을 남겼다. 이번 대회는 모범적인 경기장 사후 관리로 '저비용-고효율'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작은 도시였던 삿포로는 1972년 아시아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이를 발판 삼아 세계적인 겨울 관광지로 거듭난 데다가 기후 조건과 다양한 경기 시설이 어우러져 아시아 각국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오는 '동계 스포츠의 메카'로 떠올랐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르며 1972 동계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공식 경기가 열린 12곳 중 절반이 넘는 7곳이 45년 전 지어진 것이다.

스키 종목이 열린 테이네 스키장, 최다빈이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낸 마코마나이 실내 아이스링크 등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다소 낡기도 했으나, 철저한 관리와 '역사'라는 유산을 내세웠다.

전 경기장 기존 시설 이용... 45년 전 경기장도 '그대로'

 1972 삿포로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7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른 마코마나이 실내 아이스링크.

1972 삿포로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7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른 마코마나이 실내 아이스링크. ⓒ 삿포로 동계AG 홈페이지


나머지 5곳도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모두 기존 시설을 이용했다. 각종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평소에는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관리 비용을 충당하고 끊임없이 관리한 덕분이다. 삿포로가 오는 2026 동계올림픽 유치에 다시 도전하는 비결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처진 평창과 강원도가 삿포로처럼 동계 스포츠의 명소이자 세계적인 겨울 관광지로 거듭난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사후 관리에 실패한다면 브라질 리우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최근 주요 외신은 2014 하계올림픽을 치른 뒤 불과 2년 만에 '유령 도시'로 추락한 리우의 끔찍한 실상을 보도했다.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리우의 주요 올림픽 경기장은 대회가 끝난 후 민간 경영진을 찾지 못해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으며, 리우는 무려 4천만 달러(약 450억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랐다.

한국의 사상 첫 동계올림픽을 위해 다양한 경기장을 새로 지은 평창으로서 삿포로와 리우는 최고의 '교과서'다. 올림픽을 잘 치르는 것을 넘어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극명히 엇갈린 삿포로와 리우... 평창은?

 2014 하계 올림픽 폐막 후 폐허가 된 브라질 리우의 실상을 보도하는 <폭스스포츠> 갈무리.

2014 하계 올림픽 폐막 후 폐허가 된 브라질 리우의 실상을 보도하는 <폭스스포츠> 갈무리. ⓒ 폭스스포츠


물론 삿포로도 아쉬움이 있다. 대회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개최국인 일본 언론에서도 관심이 적었고, 관중석에서는 빈자리가 자주 보였다. 또한, 일부 선수단 호텔에 우익 서적을 비치한 것도 논란이 됐다.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평창은 최고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를 잘 살리지 못한다면 2022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중국 베이징, 2026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삿포로에 곧바로 추월당할 수 있다.

과연 평창은 베이징, 삿포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앞으로 남은 1년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번 대회에서 획득한 16개의 금메달에 마냥 웃고 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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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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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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