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로 tvN 채널의 시청률 신화를 썼던 신원호 PD가 1년 9개월 만에 신작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컴백 작품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니라 '감옥' 이야기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집필했던 이우정 작가는 크리에이터로만 참여하고 <응답하라>시리즈 집필에 참여했던 정보훈 작가가 이번 작품을 통해 입봉한다. 올해 가을쯤 방영될 것을 목표로 벌써 배우 오디션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일단 신원호 PD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도는 높다. <응답하라>시리즈는 그간 예능에서 활약하던 신원호와 이우정 작가의 합작품이었고, 기획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하라 1997>부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신원호&이우정 콤비는 <응답하라 1994>에서는 시청률 10%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고, <응답하라 1988>에서는 무려 18%를 넘기며 <도깨비>가 나오기 전까지 tvN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tvN이라는 채널이 자리잡는 데 <응답하라>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훌륭한 역할을 해주었다. 시청률도 점차 상승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왜 '감옥' 이야기일까?

 tvN 흥행의 역사를 쓴 <응답하라 1988>

tvN 흥행의 역사를 쓴 <응답하라 1988> ⓒ tvN


<응답하라>시리즈는 여전히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콘텐츠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다음 시기는 2002년이나 1974년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1974년을 언급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그 후 발표된 신작이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충격이었다. 이미 '응답하라'의 브랜드는 어느정도의 흥행을 담보한 콘텐츠다. 후반부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해왔다. '남편찾기'가 아무리 식상해도 그 매력에 또 빠져들고야 마는 시청자들의 기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신원호 PD는 새로운 콘텐츠에 집중했다. 응답하라는 유보하더라도 다른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신원호 PD는 이에 대해 "저희는 늘 새로운 소재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를 찾는 게 일인 사람들이다. 어쨌든 그런 배경은 저희 조차도 알기 힘든 공간 아닌가"라고 밝혔다. 새로운 소재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열망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응답하라 1988>의 성공에 이어진 탈진과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예측된다. 신원호 PD는 tvN10 페스티벌 컨벤션 라이브세션 '응답하라! 쌍문동 청춘들의 오늘!'에 참석하여 "'응팔'은 꼴도 보기 싫은 드라마다. 너무 힘들었다"고 밝히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마지막회에 쌍문동 골목길이 폐허가 된다. '내가 다 부술거야' 했다. 진짜로 유리창도 깨고 했는데 편집하면서 울컥 했다. 마지막 45분은 방송 불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슬펐다"고 전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에 그 드라마를 떠나 보내는 일도 힘들었으며, 에너지를 지나치게 써버린 탈진 상태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신원호 PD는 드라마와의 이별이 힘들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청률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청률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 tvN


'응답하라' 콘텐츠가 지속되면서 신원호 PD가 겪어야 했던 압박감과 몰입도가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원호 PD는 당분간 유예기간을 갖고 '응답하라' 콘텐츠에 대한 마음의 정비를 할 계획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우려사항도 있다. '응답하라' 콘텐츠가 유효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 그리고 그시대를 살아보진 않았다해도 정감가는 과거의 향기에 큰 빚을 지고 있다. 특히 '가족' 중심의 캐릭터 구성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감옥에서는 그런 소재들을 활용할 수 없다.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얼마나 캐릭터와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이다. 

신원호 PD는 신작에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늘 그렇듯이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다면 망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유를 밝힌 것이다. 그는 "감옥도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에 라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또 한 번의 사람사는 이야기를 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감옥을 미화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인생의 끝에 다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꾸면서도 신원호만의 스타일을 유지한 차기작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선상에 놓여있다. '응답하라'의 흥행 코드였던 사람냄새가 감옥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지, 신원호 PD의 또 다른 도전이 다시금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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