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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경남 진주 용산 고개에서 드러난 민간인 희생자 유해. 이 곳에서는 1950년 7월 진주지역 보도연맹원과 진주형무소 수감 재소자가 살해돼 암매장됐다.
 25일, 경남 진주 용산 고개에서 드러난 민간인 희생자 유해. 이 곳에서는 1950년 7월 진주지역 보도연맹원과 진주형무소 수감 재소자가 살해돼 암매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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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시 용산 고개 민간인 유해발굴 현장. 25일 오후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안경이 발견됐다.
 진주시 용산 고개 민간인 유해발굴 현장. 25일 오후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안경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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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남 진주 용산 고개에서는 유해발굴이 한창입니다. 이 곳에서는 1950년 7월 진주지역 보도연맹원과 진주형무소 수감 재소자가 살해돼 암매장됐습니다.

지난 2014년 1차 발굴 결과, 인근 구덩이에서 최소 39명의 유해(유품 90점)가 발굴됐습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2차 발굴은 1차 발굴 지점으로부터 20m 아래에서 시작했습니다. 25일 드러난 유해의 상태는 참담합니다. 경사가 가파른 산기슭 약 30㎝ 땅 속에 유해가 매장돼 있습니다. 대부분 삭아 없어졌습니다. 일부 머리뼈는 서로 겹쳐 있습니다. 살해 후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것입니다.

"구덩이를 파지도 않고 그냥 죽였다. 총살 후에 시신을 장작더미 쌓듯이 쌓은 뒤 흙을 대충 덮어 놓았다"는 당시 증언과도 일치합니다.

유해가 함께 출토된 흰색 단추와 안경 등은 이 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보도연맹원이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합니다. 문양이 새겨진 버클도 발견됐습니다.

약 가로 11m, 세로 2.5m인 2차 발굴지에는 최소 수십여 명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고서 "인근 골짜기 5곳에 718구 시신 매장"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조사간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진주 용산고개(4차)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공동조사단은 지난 2014년 부터 매년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조사간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진주 용산고개(4차)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공동조사단은 지난 2014년 부터 매년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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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닙니다. 용산리 골짜기 5곳에 718구의 시신을 매장했다는 조사보고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9년 진주 문산읍 진성고개에서 모두 111구의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인근 마산 진전면 여양리 산태골에도 최소 수백여 명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남 진주 외에도 전국 수백여 곳의 산 속 어딘가에, 광산 지하에 희생자 유해들이 햇볕을 볼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은 전국 도 경찰국에 보도연맹원 및 요시찰인에 대한 일제 검거를 지시합니다. 논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바지단과 소매를 접어 올린 채로 끌려가 총살됐습니다.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형무소 재소자들도 같은 이유로 불법 살해됐습니다.

보도연맹원은 '좌익 사상자를 전향시켜 보호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주도해 결성했습니다. '보호'하겠다던 사람들을 '불법 살해'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유해발굴... 가해자는 '뒷짐'

 25일 희생자 유해와 함께 드러난 탄두는 가해자가 당시 경찰임을 말해주고 있다. 윗 오른쪽이 카빈소총 탄두이고 왼쪽 아래쪽은 45구경 권총의 탄두다.
 25일 희생자 유해와 함께 드러난 탄두는 가해자가 당시 경찰임을 말해주고 있다. 윗 오른쪽이 카빈소총 탄두이고 왼쪽 아래쪽은 45구경 권총의 탄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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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른 산기슭, 살해 후 대충 흙을 덮은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산기슭, 살해 후 대충 흙을 덮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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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는 곳은 정부기관이 아닙니다. 민간단체입니다. 유족회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조사단'(발굴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과·체질인류학)으로 4.9통일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정의실천연대, 이내창기념사업회,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 인권재단사람, 장준하기념사업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평화디딤돌, 포럼진실과정의, 한국전쟁유족회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시민의 후원으로 유해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가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법적·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조차 지지 않는 태도에 우리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국가가 나서서 바로잡는 일은 매우 상식적인 요구이자, 절대적인 명령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4년 유해발굴공동조사단을 결성하며 민간단체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불행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치유하자"며 이같이 호소했습니다. 

정부-지자체, 가해자 오히려 '영웅' 대접

 강병현 진주유족회장이 정부차원의 유해발굴을 요구하고 있다.
 강병현 진주유족회장이 정부차원의 유해발굴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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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제 1차 유해발굴), 대전 산내 골령골(제 2차 유해발굴),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제 3차 유해발굴)에 이어 지금의 4차 유해발굴(명석면 용산리)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회는 묵묵부답입니다.

오히려 국가보훈처는 제주 4.3 민간인과, 보도연맹원, 형무소 재소자를 무참히 살해하거나 지시한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송요찬'에 대해 '전쟁 영웅'이라며 선양사업비(2억 7000만원)를 청양군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충남도 또한 예산(1억 4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반면 2월 임시국회에서 기대를 모았던 중단된 유해발굴 등 희생자 진실규명을 위한 관련법안(진실화해법) 통과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입니다. <관련 기사/ 일부 새누리당 의원도 합세.. '진실화해법' 통과될까>

민간단체 주도 유해발굴 언제까지?

국방부는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17년째 벌이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은 국군 유해와 함께 정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억울하게 살해된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25일 유해발굴 현장에서 만난 강병현 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 회장은 말합니다.

"민간시민단체의 유해발굴이 이번 진주 용산고개 발굴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억울하게 부모형제를 잃은 것도 서러운데 유해마저 민간단체와 유가족들이 알아서 수습해야 합니까? 남아 있는 민간인 유해발굴은 가해자인 정부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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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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