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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화당에서 남원까지는 직선으로 16km 남짓해 시쳇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하지만 주로 집에서 사는 나와 집사람에게는 남원을 나가는 일이 부담스럽고, 집사람은 나 혼자 남원 다녀오는 일을 꺼린다.

어딜가나 둘이서 붙어다니는 우리를 보고 '부부사이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표지판을 잘 못봐 운전 법규위반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외출하고 나서 2~3일 후면 속도위반 고지서가 날아오기 십상이다. 어디든지 집사람을 운전 교관으로 모시고 다니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어제도 예초기 때문에 남원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약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바로 끝났다. 집사람 볼 일을 보러 함께 남원E마트로 갔다. 집사람이 잠깐이면 된다고 차 안에서 기다리란다.

자동차를 E마트 정문 앞에 있는 꽃가게 앞에 약간 어정쩡하게 정차해 놓고 집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곁으로 지나가는 택시 운전사가 창문을 열고 "야! *할 놈아! 네가 *같이 차를 대놔, 다른 차들 통행에 지장이 있잖아?" 대뜸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 붓는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아! 그래요?" 하면서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차를 후진하여 택시가 쉽게 지나가도록 했다. 일전을 각오한 택시운전사가 오히려 당황하면서 머쓱해 한다.

귀가 길에서

검화당으로 돌아오면서 집사람에게 택시운전사 얘기를 했더니 "당신!  부처님 된 거 아니야?" 하면서 놀라워 한다. "임서기(林棲期)*를 맞아 산골로 들어와서 60대  후반이 되었으면 이순(耳順)의 경지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면서 웃었더니......(*임서기(숲 속에서 사는 시기, 대략 50-75세))

"잘 했소. 저잣거리에서 택시기사와 멱살을 잡고 실랑이하는 것보다 오만배는 났소" 하면서 집사람도 덩달아 웃는다. 

부처님 '자설경 (自說經) '

부처님이 제자들과 탁발을 나갔는데 웬 사람이 부처님께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 부어도 부처님께서 대꾸를 하지 않자 제자가 부처님께 물었다.

"스승이시여! 저 사람을 신통으로 혼을 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자

부처님께서 제자에게

"손님에게 갖은 음식을 대접하려고 음식을 차렸지만 손님이 손도 대지 않고 돌아갔다면, 음식은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겠는가?"

"험담도 마찬가지다. 내가 받지 않으면 험담은 내뱉았던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말씀하셨다. 

그 험한 욕설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은 그 택시 운전사의 오후 기분은?

난, 가볍고 행복한 기분으로 검화당으로 돌아왔다.

이순(耳順)의 경지가 이렇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경지인 70대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나이 들어 좋은 것도 있다. 70의 나이가 기대된다.



태그:#이순, #자설경, #검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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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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